[기후위기의 경제] 꿀벌 50%이상 원인불명 폐사…공황상태 빠진 미국 양봉업계

직접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를 한 요인으로 추정

2025-02-10     조민수 기자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꿀벌은 식물의 번식과 과일 수확에서 ‘꽃의 수분’을 매개해 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곤충이다. 꿀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과일 수확량을 줄여 물가를 올리고 서민 생활 부담을 가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꿀벌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양봉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사람이 꿀벌 대신 수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미국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도 꿀벌은 2006~2023년 사이 약 25% 감소했다고 한다.

꿀벌 폐사의 원인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기후 전문가들은 심각한 기후 변화가 큰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후에 민감한 꿀벌이 최근 수년 동안의 기상 이변으로 생태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양봉업계가 올겨울 50%가 훨씬 넘는 꿀벌 폐사로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포브스지가 전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아몬드 시즌이 지나고, 이어 블루베리와 체리 등 과일 시즌이 이어지기 때문에 꿀벌 부족은 식료품점에서의 과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계에서는 폐사한 벌꿀 군체에서 꽃가루나 밀랍을 채취해 떼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꿀벌의 폐사가 한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도 관심이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과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9일 과일 농가에 수박과 참외를 생산하기 위해 화분 매개용 벌 준비와 함께 철저한 관리를 당부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양봉업계의 꿀벌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심각하다. 미국 양봉업계 단체들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겨울에만 꿀벌 수백만 마리가 죽었다. 그 손실률은 50%가 넘고 경제적 손실은 1억 3900만 달러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이 조사는 234개의 양봉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캘리포니아의 아몬드 시즌 작업 개시 직전에 공표됐다. 이는 미국 전역의 약 300만 개의 꿀벌 군집을 트럭으로 운반해 수분시켜야 하는 대규모 작업에 해당하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프로젝트 아피스엠’의 다니엘 다우니는 “패닉 상태”라고 표현했다. 겨울이 지나 양봉업자들이 사업을 재개했을 때, 그들은 꿀벌 군락의 절반 이상이 죽었거나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했고, 연구원들에게 원인을 찾기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아몬드가 가장 시급하지만, 이후에도 블루베리, 체리, 크랜베리, 사과 등 과일을 수분시키기 위해서는 꿀벌이 필요하다. 원인불명의 꿀벌 대량 폐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장에서의 과일 품귀나 가격 상승이라는 형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양봉연맹, 미국꿀생산자협회 등의 연구진에 따르면 많은 양봉업계의 꿀벌 군락지가 올해 초 손실을 포함해 올겨울에 70~100%에 달하는 괴멸적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양봉가는 사업 지속이 우려되고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은 수분용 꿀벌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2007~2008년에 일어난 봉군붕괴증후군(Colony Collapse Disorder)과 비슷하다. 당시에는 꿀벌이 갑자기 군체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보고됐다. 최근의 현장 조사에서도 알과 유충, 번데기가 약간만 남아 있는 군집이 많이 확인됐으며, 꿀이 풍부하게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충 꿀벌이 거의 없어진 군집도 다수 확인됐다. 이번 폐사는 이전의 봉군붕괴증후군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다. 당시 평균 손실률이 15%이던 것이 이번에는 45%로 급증했고, 현재는 손실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이번 손실이 전국적으로 심각하지만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통상적인 떼죽음의 원인인 진드기는 이번에는 주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연구진은 바이러스와 기생충, 살충제 잔류물 검사를 더 진행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꿀벌은 미국 부저병이나 농약 중독, 영양 부족, 장거리 이동 스트레스, 그리고 발로아 진드기 등 다양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아몬드나 과일의 품귀나 가격 급등이 최종적으로 일어날지의 여부는 날씨 등의 요인에도 좌우되지만, 꿀벌이 감소하고 있는 현상은 큰 위험 요소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 40년 넘게 양봉업에 종사해 온 팀 홀먼은 지난해 무려 70%의 꿀벌이 죽어 25만 달러를 들여 보충했다. 그러나 올해도 비슷한 꿀벌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홀먼은 “양봉이 힘든 시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른 것 같다. 가족경영 양봉장이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