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경제] 기상 급변…세계 농작물의 25%, 물 위험으로 위협
[아이티데일리] 세계 인구 11명 중 1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숨겨진 요인이자 증가하는 위협은 바로 물 부족이다.
세계자원연구소(WRI)가 분석해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작물의 무려 4분의 1이 물 공급 부족으로 고통받는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기후 변화와 물 경쟁 심화의 위험이 커지면서 물 공급이 위협받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식량 안보도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 식품 칼로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쌀, 밀, 옥수수는 특히 취약하다. 이 세 가지 주요 작물의 33%는 물 공급이 매우 부족하거나 변동성이 큰 지역에서 생산된다.
이 같은 물 부족 문제는 식량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한다. WRI에 따르면 세계는 2050년에는 지난 2010년 대비 56% 더 많은 식량(칼로리 기준)을 생산해야 100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WRI는 자체 아쿠어덕트 푸드(Aqueduct Food) 플랫폼의 새 데이터를 사용해 증가하는 물 위험이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관개농작물이든 자연 강우에 의존하는 농작물이든 모두 점증하는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개는 강이나 저수지에서 물을 돌리거나 지하에서 펌핑하는 방식이다.
중량 기준으로 세계 총 생산량의 34%를 차지하는 관개 작물은 공유하는 물 공급에 대한 경쟁, 즉 압박 강도(스트레스)가 심화될 위험이 있다. 지역 물 공급의 최소 40%가 농장, 산업, 발전소 및 가정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사용되는 경우 물 압박 강도는 ‘높음’으로 간주된다. 현재 세계 관개 작물의 약 60%는 높거나 극도로 높은 수준의 물 압박 강도에 직면한 지역에서 재배된다.
세계 총 생산량의 나머지 66%를 차지하는 자연 강우 의존 작물은 불규칙한 기상 패턴에 취약하다. 전 세계적으로 강우 작물의 8%는 연간 물 공급의 변동이 매우 심하거나 극도로 불안한 지역에서 재배되며, 강우 패턴은 가뭄과 홍수 사이에서 크게 바뀔 수 있다.
강우가 불안한 지역의 문제점은 장기간의 가뭄 등 기상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물 공급 완충 장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농부들은 어느 정도 변동성에 적응했지만, 물 경쟁 심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사용 가능한 물 공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작물을 재배하면 식량 안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소수의 국가만이 전 세계 관개 작물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의 물 자원도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중국, 인도, 미국, 파키스탄, 브라질, 이집트,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10개국만이 사탕수수, 쌀, 밀, 채소, 면화, 옥수수 등 전 세계 관개 작물의 72%를 생산한다. 이들 작물의 3분의 2는 매우 높은 수준의 물 부족에 직면해 있다. 이는 식량 안보와 경제에 문제가 된다. 관개 작물은 상당 부분 다른 국가로 수출되는 ‘환금 작물’이다.
식량 시스템에서 관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은 이미 물 부족을 초래한 첫 번째 요인이며, 전 세계 물 유출량의 70%를 차지한다. 아쿠어덕트 푸드 데이터에 따르면 농작물 관개에 필요한 물 수요는 2019년에 비해 2050년까지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가 이러한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농작물은 더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일부 국가는 이미 식량 생산과 물 안보의 긴장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에서는 약 2억 7000만 톤(전체 작물 생산량의 약 24%)이 자연 강우량보다 더 많은 물을 사용하는 유역에서 재배된다. 인도는 재생 불가능한 지하수를 펌핑하고 강을 다른 경로로 돌리는 방법을 택했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장기적 해결책이 아니다. 인도 북부는 이미 관개를 위한 지하수 펌핑으로 인해 매년 최대 30cm의 지하수를 잃고 있다. 인도의 기온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지하수 고갈은 2080년까지 3배가 될 수 있다고 WRI는 추정한다.
세계 식량의 절대 비중인 66%는 여전히 강우 농업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세계 옥수수의 75%는 주로 자연 강우에 의존하는 미국, 중국, 브라질의 농장에서 수확된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더 길고 빈번한 가뭄이 발생하고, 산림 벌채로 인해 지역 강수 패턴이 바뀌면서, 작물을 재배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2050년에는 2020년보다 40% 더 많은 강우 농작물이 물 공급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위험의 가장 큰 증가는 인도, 미국, 호주, 니제르, 중국이 될 것이다.
생산량의 거의 97%를 빗물 농업에 의존하는 니제르는 평균 3년에 한 번 가뭄을 겪는다. 거의 절반의 어린이가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니제르는 식량 시스템에 대한 기후 변화 관련 영향 부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다.
식량 생산, 물 관리 및 보존을 위한 정책을 통해 기업과 정부는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위한 전략 중 상당수는 기후 및 생물 다양성 위기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 손실되는 식품과 낭비를 줄이고, 육식 위주의 식단을 물이 덜 들어가는 식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쇠고기 1파운드를 생산하는 데는 감자 1파운드보다 50배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
물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필수다. 스프링클러나 점적 관개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조치를 취하면 물 부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빗물을 흡수 저장해 활용하는 등 자연 기반 솔루션도 활용해야 한다. 자연 기반 솔루션은 최근 몇 년 사이 각광받는 환경 테크 분야다. 예를 들어, 산림을 보호하고 복원하면 인근 지역의 강우량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관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지하수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을 보호하고 물 공급 부족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것은 자연과의 균형이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최우선 솔루션이다. 내일의 충분한 물과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인류는 오늘날 지속 가능한 물 사용을 우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