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②] 지방분산 정책 개선 주문…인력 양성 및 지속가능성 실현도 과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시행 및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주목

2025-01-31     한정호 기자

[아이티데일리] 클라우드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첨단 IT기술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전 산업군의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맞춰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처리·관리하며 다양한 IT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지방분산 정책 등 규제 영향으로 그간 활성화돼 온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및 투자가 다소 더뎌지는 양상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동향과 각종 규제 이슈를 살펴본다.

[데이터센터①] 생성형 AI 시대,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은 ‘경색’
[데이터센터②] 지방분산 정책 개선 주문…인력 양성 및 지속가능성 실현도 과제


정책 기조는 지방분산…‘전력계통영향평가’에 업계 주목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밀집을 완화하고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방안’을, 한국전력공사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내걸었다. 해당 정책 추진과 더불어 지자체별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따라, 2023년 이후부터는 민간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비중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주민들이 데이터센터를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님비(NIMBY)’ 갈등이 격화된 것과 공간 제약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가 발간한 ‘2024년 상반기 데이터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에 공급된 데이터센터 규모는 개발 가능한 토지 제약과 지역사회 반대 등에 따른 인허가 및 착공 지연으로 전년 하반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됐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축 인허가 수도 대폭 줄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밀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6월 제정한 전력계통영향평가에 대한 비판이 다수 제기돼 왔다. 정부에서는 10메가와트(MW) 이상의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및 전력 사업자가 발전소·변전소·송전선 등을 포괄하는 ‘전기 사용에 관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실시해 신뢰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한국전력공사에 전기 공급 거부권을 주기로 했다. 비수도권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시설 부담금 50% 할인, 한시적인 예비전력 요금 면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지방분산을 장려한다는 좋은 취지임에도 업계에서 느끼는 바는 달랐다. 현실적인 사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데이터센터 운용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을 무기로 삼아 민간 사업자의 지방 이전을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가 수도권을 ‘전력 수요 밀집 지역’으로 지정하고 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전기 사용과 수도권 내 부지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의 시행도 당초보다 늦춰지면서, 사업자들의 전력수전이 사실상 1년 이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부와 한전은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간담회를 열어 사업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고,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를 재행정 예고했다.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평가항목 (출처: 산업부)

이를 통해 산업부는 올해 1월부터 제도 규정을 일부 수정해 오는 6월까지 시범 운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100점 만점에 총점 70점 이상을 받아야 심의가 가능한 기술적·비기술적 평가 방식이 완화됐다. 평가 점수가 70점 미만이더라도 전력정책심의회가 최종 공급 여부를 판단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70점 이상을 넘기기 어렵다는 체감을 해온 만큼, 산업부의 이 같은 수정안을 그나마 반기는 모습이다.


“글로벌 빅테크 대항할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속도내야”

정부의 데이터센터 규제로 연관 산업이 주춤한 상황 속, 글로벌 빅테크와 일본·대만 등 주변국들은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발 빠르게 투자하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AWS, MS, 구글, 오라클, 애플 등이 아시아 시장 내 사업 확대를 위해 타 국가에 상주하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이 같은 투자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국에서는 정부 투자와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진출로 데이터센터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AI 서비스 개발·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는 만큼 우리도 현행 규제를 완화해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을 촉진하거나,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우리 정부도 이를 인식, 국가적 AI 경쟁 양상에 맞춰 민관합작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통해 AI 컴퓨팅 인프라 지원 강화 및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기반 확대를 기치로 내걸은 바 있다.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 주요 내용 (출처: 과기정통부)

이어 정부는 올해 1분기에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과 데이터센터 규제 개선 등을 포함하는 ‘AI 컴퓨팅인프라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생성형 AI를 위한 고성능 연산과 대량 데이터 처리에 능한 AI 컴퓨팅인프라를 갖추는 한편 AI 인재를 적극 양성, 이를 바탕으로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 따르면, 국가 AI 컴퓨팅센터는 2030년까지 민관합작으로 최대 2조 원을 투입해 1엑사플롭스(EF)급 이상 규모로 구축될 예정이다. 1EF 규모는 엔비디아 GPU H100을 1.5만 장 이상 활용할 수 있는 성능과 맞먹는다. 정부는 기재부·과기정통부·산업부·금융위 등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AI컴퓨팅 인프라 확충 추진위원회’를 통해 추진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CSP를 중심으로 한 해외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설립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한 회사가 이들 기업만큼의 대규모 투자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앞으로 추진될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같은 국가 차원의 대응과 지원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산업은 클라우드나 통신 기업뿐 아니라, 건설 업계와 다양한 솔루션 기업들이 참여하는 만큼, 이번 AI 컴퓨팅인프라 종합대책이 우리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과 운영 인력 확보도 중요 과제

업계에서는 단순 시설 확충을 넘어,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 실현과 전문 운영 인력 양성에도 정부가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고, 이에 따른 시설물의 탄소배출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충분한 전력 확보도 문제고,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충당한다는 글로벌 캠페인인 ‘RE100’의 시행 가능성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트너는 향후 2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160%까지 증가하고, 2027년까지 40%에 달하는 데이터센터가 전력 부족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생성형 AI를 서비스하기 위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고, 결국 전력 공급업체의 용량 확장 능력을 초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는 송전, 배전 등 신규 인프라를 새롭게 갖추고 발전 용량을 충분히 확보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전력 부족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과 고객이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엄격한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가트너는 전망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센터 솔루션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늘리고, 열을 효율적으로 낮추기 위해 수랭식과 같은 고도화된 냉각시스템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수랭식을 채택한 곳이 늘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데이터센터의 대부분은 바람을 이용한 풍랭식 시스템 기반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국내 HW 벤더들이 데이터센터용 수랭식 서버의 개발에 나서거나, 통신·클라우드 기업들이 수랭식 시스템을 도입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전문 운영 인력 양성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실제 한국IDC가 국내 데이터센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자들은 숙련된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데이터센터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뽑았다. 보안 및 규제를 1순위 과제로 꼽은 다른 아태지역 국가들과 비교해 큰 차이가 두드러졌다. 국내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이를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진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뽑은 데이터센터 톱3 운영 도전과제 (출처: 한국IDC)

한국IDC 김명한 책임 연구원은 “현재 데이터센터 공급에 제약을 가져오는 원인 중 하나인 인력 부족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로의 전환과 함께,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조사에서도 인력 현황의 적정성에 대해 민간 데이터센터의 31.2%가 운영 인력이 부족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민간 데이터센터 인력 현황을 구분해 살펴본 결과,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의 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다른 국가 대비 부족한 부지, 투자 규모, 운영 인력 등을 해결하고 우리나라가 생성형 AI 시대의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을 정부가 면밀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주변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속속 건축되는 상황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등 현행 규제를 개선·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이라면, 그 근간인 데이터센터 산업 활성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민관합작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들이 데이터센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규제 부처가 과기정통부 외에도 행안부, 산업부, 국토부, 환경부 등까지 너무 많이 얽혀 있어 각각 대응하는 데에도 많은 자원이 소요된다. 이런 상황을 일원화해 행정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장차 마련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가 AI 컴퓨팅인프라 종합대책으로써 데이터센터 산업 발전 의지를 표명한 만큼, 앞으로 생태계 활성화와 관련된 뚜렷한 정책 기조가 제시되길 기대한다. 특히 지속가능성 실현을 위한 시스템 및 솔루션 투자,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비롯해 데이터센터 건축지 주민들의 인식 개선을 도울 수 있는 방안도 갖춰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