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①] 생성형 AI 시대,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은 ‘경색’

AI 데이터센터 글로벌 투자 증가세…국내는 수도권 밀집 현상 지속

2025-01-31     한정호 기자

[아이티데일리] 클라우드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첨단 IT기술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전 산업군의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맞춰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처리·관리하며 다양한 IT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지방분산 정책 등 규제 영향으로 그간 활성화돼 온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및 투자가 다소 더뎌지는 양상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동향과 각종 규제 이슈를 살펴본다.

[데이터센터①] 생성형 AI 시대,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은 ‘경색’
[데이터센터②] 지방분산 정책 개선 주문…인력 양성 및 지속가능성 실현도 과제


신기술 등장과 함께 ‘AI 데이터센터’로 진화

‘ABC’로 일컬어지는 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IT 업계를 넘어 모든 산업군에서 DX가 이뤄지고 있다. DX는 기업 및 기관이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과정이며, 이를 구현하는 다양한 IT 신기술의 핵심 기반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최근에는 전 세계 화두인 생성형 AI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와 함께 데이터센터 인프라 건립을 위한 부지와 하드웨어(HW), 연관 솔루션 확보가 공격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이다. 특히 빅테크 및 하이퍼스케일러들에게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센터 내에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 우수한 HW를 얼마나 많이 갖추고 있고, AI·머신러닝(ML)을 위한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GPU를 얼마만큼 확보했는지가 비즈니스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

생성형 AI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전통적인 이동통신과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운영돼 온 기존 데이터센터의 역할을 넘어, AI의 개발·학습에 특화된 ‘AI 데이터센터’가 신규 설립되는 추세다. AI 트렌드에 의해 증가하는 컴퓨팅 수요에 맞춰 데이터센터의 구성 역시 AI 학습에 특화된 GPU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실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스프트(MS), 구글 클라우드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CSP)들뿐만 아니라, 메타(Meta)와 테슬라(Tesla)와 같은 사업자들도 최신 엔비디아 GPU를 확보해 대형 슈퍼컴퓨터를 구현한다는 계획을 속속 내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전력 공급과 열효율 관리를 지원하는 솔루션사들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기업 고객에게 데이터센터를 상업용으로 임대해주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서비스도 각광받아 왔다. 데이터센터 산업은 인프라 시설의 단순 구축을 넘어 활용과 운영, 그리고 관련 기술, 서비스 등의 다양한 구성요소를 포함하는 생태계가 되고 있다.

물리적 데이터 저장공간에서 나아가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개발 등 다방면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반으로써, 데이터센터 산업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연평균 10% 이상 성장 전망

스태티스타(Statista)의 2024년 데이터센터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수는 1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미국이 전체 50% 이상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독일, 영국, 중국, 캐나다, 프랑스 등이 뒤를 잇는 상황이다. 그러나 2위 국가부터는 미국과 비교해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국토 면적의 차이도 있지만, 빅테크 및 정부 차원에서의 데이터센터 신축 투자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요 국가별 데이터센터 수 (출처: 스태티스타)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에서도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또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비롯한 다른 대륙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려는 해외 사업자들의 데이터센터 설립도 지속적으로 활발해지는 추세다.

현재 글로벌 CSP들은 각종 AI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아마존은 향후 15년 동안 1,500억 달러(한화 약 215조 4,750억 원)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일본에 150억 달러(한화 약 21조 5,475억 원) 이상을, 싱가포르에는 90억 달러(한화 약 12조 9,285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MS 역시 데이터센터 투자를 배로 늘려, 올해 AI 데이터센터에 800억 달러(한화 약 114조 9,2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협력사인 오픈AI(OpenAI)와의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도 천명한 바 있다. 구글 클라우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신설과 더불어, 태국 시장에 1조 원 이상의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혔다.

빠른 서비스와 고객 상호 연결을 위한 데이터센터, 그리고 AI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립 가속화에 따라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향후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194억 달러(한화 약 27조 8,681억 원)에서 2030년 4,979억 달러(한화 약 715조 2,333억 원)에 이르며 연평균 1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도 성장세…수도권 밀집은 여전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며 다소 긍정적인 글로벌 성장 전망이 발표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로 성장세가 예상된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서 매년 업데이트해 발간하는 ‘코리아 데이터센터 마켓(KOREA DATACENTER MARKET) 2024~2027’에 따르면, 2023년 조사 결과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민간 85개, 공공 68개 등 총 153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2022년 약 3조 9,000억 원으로 조사됐으며, 상업용 데이터센터의 매출액은 약 1조 9,3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7% 증가했다. 지난 4년간 민간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연 10% 성장했으며, 2027년까지 상업용 데이터센터가 많이 증가할 것이 예상돼 이후 상업용 매출이 급성장할 것으로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는 전망했다.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 매출 규모 (출처: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2027년까지 신규 준공 예정인 데이터센터는 30개로, 향후 데이터센터 개수 또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계획 및 구축 단계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약 86개소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AI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국내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면서 고객 수가 지난 3~4년 사이에 크게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DX가 가속화됨에 따라 고객 수와 데이터센터 수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지리적 분포를 살펴보면, 민간 데이터센터의 경우 수도권이 72.9%로 집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설립·운용을 선호하는 요인으로는 △인프라의 우수성 △고객의 요구 △인력수급 용이성 △회선비용 및 지연율 등이 꼽힌다. 아직까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력·통신·수도·가스 등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 완비돼 있어, 신축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실정이다. 또한 통상 8~20Km 이내의 데이터센터 추가 확장을 고려, 기존 보유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수도권 인근 지역 내에 신규 센터 구축이 성행되는 편이다. 고객들 또한 데이터센터가 자사와 근접한 지역 내 위치하는 것을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핵심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수도권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유지보수 등을 위한 외주 인력 수급도 용이하다. 특히 통신사 간 트래픽 상호교환을 위한 기반 설비가 수도권을 위주로 집중돼 있어, 초저지연 서비스가 중요한 금융·게임과 같은 산업에서는 자연스레 수도권 데이터센터를 활용하게 된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보통 몇십 년 이상의 사업을 바라보며 설립하는데 국내 주요 기업과 이들 고객이 통상 수도권에 상주하고 있어, 지방 데이터센터 설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데이터센터 운영 인력 확보 문제도 지방 데이터센터 유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