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딥시크로 드러난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의 중국의 전략

AI, 로보틱스, 반도체 등 차세대 기술 스스로 개발해 해결 의지 전기차, 배터리, 휴머노이드 로봇 등은 이미 미국 앞섰거나 버금가

2025-01-30     조민수 기자
이미지=로이터통신

[아이티데일리] 중국의 생성형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R1이 던진 파장은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해 어떻게 기술적 돌파구를 찾아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딥시크의 부상이 미중 기술전쟁에서 미국의 봉쇄 전략이 한계를 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팬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을 벗어나기 위한 자체 첨단 칩을 생산하겠다는 의도가 딥시크에서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기술 업계와 여러 국가들은 딥시크가 미국의 AI 선두기업보다 적은 비용으로 혁신적인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 딥시크의 생성형 AI 모델 R1이 국제 상거래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해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강경한 미국 트럼프 정부 기조에 대한 국제적인 반감 확산과 맞물려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딥시크의 R1을 테스트하면서 오픈AI의 챗GPT나 앤트로픽 클로드 등과 성능을 비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기사를 보면 딥시크의 많은 부분에서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는 진단이 많다. 기능과 성능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매우 지엽적이다.

그러나 중국이 전 세계 AI 시장에 깜짝쇼를 펼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중국은 숙련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엄청난 내수 시장, 막강한 정부 지원 및 연구 자금 지원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 결과의 하나로 딥시크를 바라보아야 할 대목이다.

중국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류쉬 연구원은 재팬타임스를 통해 "중국은 IT 인재와 기반 면에서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우위에 있는 분야도 많다. 엄청난 기술자 층과 노동 비용 측면에서 특히 유리하다"면서 "중국의 가장 큰 자원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이자 거대한 제조 허브이며, 이를 통한 방대한 수요"라고 진단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틱톡(TikTok)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만 1억 7000만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SNS 플랫폼이다. 미국에서 성공한 많은 스타트업의 상당수를 중국계 창업자가 이끌고 있다. 텐센트의 위챗은 또 다른 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위협한다. 딥시크는 그 연장선에 있다. 딥시크의 R1은 이제 오픈AI, 알파벳 구글, 메타 등의 경쟁 제품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은 엔비디아, AMD 등의 AI 전문 반도체 칩에 대해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외국에 대해서도 압력을 행사해 반도체 생산의 필수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EUV) 장비 등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비롯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전략을 진행했다. 이 시도는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저가와 준수한 성능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배터리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태양광 패널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다만 최고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부문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 중국 반도체의 기술력은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가 대표적인 예다.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은 애플을 누르고 중국 시장 1위를 되찾으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지배력도 극복했고, 자체 설계 칩을 넣었다. 현재 중국의 칩 제조 기술력은 5나노미터로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CNN,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딥시크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중국의 딥시크는 미국에 경종이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SCMP는 미국의 보호무역과 ‘주요 제품의 자국 내 생산 전략’이 약점을 드러내 벽에 부닥쳤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글로벌 AI 강국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중국 매체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다분히 중국적인 발언이다. 딥시크의 R1은 중국과 미국의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에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챗GPT를 일시적으로나마 추월한 것이다. 중국 매체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딥시크는 미국 정부와 AI 산업에 강한 충격을 주었다. 더 강한 정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틱톡에 대한 강제 매각 압박과 같은 초강력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틱톡에 이은 분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더 강력한 수출 통제를 통한 방어’를 외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재팬타임스는 중국은 최근 SMEE로 알려진 상하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EUV 리소그래피 장비에 대한 특허 출원을 공개했으며, 이 장비가 시장에 출시된다면 ASML이 생산한 기계와 경쟁하는 세계 유일의 장비가 된다고 전했다. 캐나다의 컨설팅 회사 테크인사이트의 조사에서는 양쯔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속속 첨단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시크는 중국이 어떤 방법을 사용했든 넘기 어려웠던 미국의 기술을 위협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앞서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2라운드로 들어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