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정책 이끌 2기 트럼프 백악관의 핵심 참모들

1기 때보다 강력한 과학기술 정책 드라이브…전임 바이든과 방향은 달라 과학기술정책실(OSTP) 수장에 기술 전문가 마이클 크라시오스 'AI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 겸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 의장에 데이비드 삭스

2025-01-22     조민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아이티데일리] 1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였던 2017~2021년까지의 거의 절반 동안 백악관에는 공식적인 과학기술 고문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두 번째 임기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과학기술 핵심 직책에 전문가를 내정해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임 바이든 정책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는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과학기술을 이끌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이미 핵심 과학기술 고문 직책에 3명을 지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고문들이 과학기술을 어떻게 이끌어 나락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먼저, 1기 트럼프 시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마이클 크라시오스가 미국 정부 전반의 과학기술 정책을 조정하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을 이끌게 된다. 그는 동시에 대통령의 과학기술 고문 역할도 맡는다. 기술 투자자인 데이비드 삭스는 새 행정부의 'AI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이자 백악관 외부의 연구 및 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 의장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AI 정책을 지휘했던 로봇공학자 린 파커는 크라시오스와 색스를 지원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

그밖에 AI 부문에서 스리람 크리슈난이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며 엔지니어링 연구 쪽에서는 에밀 마이클이 정책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라이스 대학교의 과학기술 정책 연구원인 커스틴 매튜스는 “트럼프가 AI에 집중한 때문에 정책 담당자들이 신속하게 임명되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과학 자문팀이 "과학기술 혁신을 일으키고,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보장하며, 미국 혁신의 황금기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의 과학기술 고문은 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한 가지 사례는 2009-2017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대통령 과학기술 고문이자 OSTP 수장이었던 물리학자 존 홀드런이다. 홀드런이 과학기술 고문으로 재직한 8년 동안 백악관의 기후 정책 전체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오바마가 홀드런을 대통령 보좌관으로 지정함으로써 홀드런은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고 영향력을 높일 수 있었다.

1기 트럼프의 첫 과학기술 고문인 기상학자 켈빈 드로게마이어는 임기 2년이 지나서야 임명됐고, 정책에 대한 영향력도 제한적이었다. 연구계는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실망했다. 당시 트럼프는 다양한 분야에서 반과학적 결정을 내렸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트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축소하고 정부 연구진을 배제했다.

그러던 트럼프가 이번에는 크라시오스를 '대통령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이 결정은 연구 분야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크라시오스는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배경 지식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크라시오스는 과학 보다는 기술 전문가에 속하지만 과학도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과학적 전문성은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으며, OSTP는 모든 기관의 정책을 조정한다.

학계와 산업계의 대표로 구성된 PCAST는 나노기술의 영향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안내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PCAST는 출범이 지연되고 규모 또한 축소됐었다. 상당수 구성원이 기업의 임원이었다. 2기에는 PCAST의 구성이 좀 더 튼실해질 것이라는 기대다.

트럼프의 첫 임기 행정부는 태아 조직 연구를 제한하고 기후 변화 대응을 후퇴시키는 등 과학기술 정책의 많은 분야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도 비슷한 행동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 취임 첫날 기후 협약인 파리협정을 탈퇴한 것이다.

AI 정책도 전환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AI 기술 개발에서 ‘안전과 형평성’을 주장했던 바이든의 행정 명령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안전과 형평성은 "혁신을 방해하고 급진적 좌파 사상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크라시오스는 미국이 AI에서 장기적인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며, 국가의 과학기술 기관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 테스트를 개발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국제 연구 협력은 쉽지 않다. 1기 재임 동안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의 연구 성과를 를 훔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중국계 연구원들을 배제시켰다. 바이든은 이것이 인종적 편견이라며 2022년 중국인 연구원 배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한편 트럼프 선거 운동에 약 3억 달러를 기부해 측근으로 떠오른 머스크는 트럼프의 비공식적인 과학기술 고문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 지출을 삭감하기 위한 자문 기구의 공동 의장으로 임명됐다.

머스크 및 공동 의장인 생명공학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연방 지출을 2조 달러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정책 전문가들은 실행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기초 연구 기금에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2기 트럼프 행정의 전체적인 과학기술 정책은 1기에 비해 강력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바이든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기후 변화, 탈탄소, 전기화 등 친환경적인 이슈는 뒷전으로 밀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 AI와 엔지니어링, 컴퓨팅 분야는 강력한 정책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