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민간 위성 시장 경쟁시대…블루오리진, 스페이스X의 위성 발사 독점 깰까

2025-01-17     조민수 기자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로켓 발사 장면. 사진=플루오리진

[아이티데일리] 일론 머스크는 2021년 4월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에 대해 “이 회사 로켓은 지구 궤도로 도달하지 모할 것 같다”고 트위터를 통해 조롱한 바 있다. 그때는 그럴만했다. 민간 위성 발사 시장은 머스크가 소유한 스페이스X가 독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루오리진은 16일 오랜 시행착오 끝에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대형 로켓 ‘뉴글렌’을 발사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이 소식은 CNN을 비롯한 다수의 매체들이 헤드라인으로 전했다. 항공우주산업과 정부 관계자들은 블루오리진의 로켓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위성 발사 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독점 구조를 깰 첫 번째 후보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와 경쟁할 선택지가 있어야 바람직한 시장이 형성된다는 얘기다.

위성 발사는 수년 전까지는 공공의 몫이었다. 90년대 한국의 데이콤 등이 참여했었던 저궤도 위성통신용 위성 발사의 대다수가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네버럴에서 이루어졌다. 한국은 현재 관측 위성을 비롯해 자체 위성을 발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항공우주 산업, 특히 우주선 발사 부문에 대한 관심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민간 로켓 발사는 스페이스X가 개척했다. 그런 점에서 머스크는 입지전적인 기업가다. 전기차 테슬라까지 감안하면 누구도 따르지 못하는 벤처 정신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베조스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갑부에 오른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블루오리진 발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있다. 1기 시절,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가 자신에 관한 부정적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소유주 베조스를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제 머스크와 함께 정부의 지출과 규제에 관한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하고 있다. 머스크와 경쟁하는 베조스로서는 그리 탐탁치 않은 상황이다.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은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느리지만 꾸준한 뚝심을 강점으로 한다. 반면 스페이스X는 다혈질의 머스크 성격과 마찬가지로 속도를 우선한다. 그래서 블루오리진은 지금까지 스페이스X에 비해 크게 밀리는 것처럼 보였다. CNBC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은 2024년 133회의 발사를 성공시켰고, 미국 발사 145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 세계 263회 발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0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발사 속도를 높였지만 블루오리진, 보잉, 록히드 마틴의 합작 투자사인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United Launch Alliance)는 뒤쳐졌다. 그러나 블루 오리진의 뉴그렌 로켓은 스페이스X의 대형 로켓 팰컨9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 로켓은 팰컨9과 같은 2단식 대형 로켓으로 1단은 지구로 귀환해 재사용되도록 설계됐다. 반면 화물공간은 팰컨9의 두 배에 달하며, 엔진은 2배의 적재 하중을 견디도록 만들어졌다.

발사를 의뢰하는 고객들에게는 블루오리진이 다소 유리하다. 팰컨9은 1회 발사에 약 7000만 달러를 청구한다. 블루오리진은 1억 1000만 달러다. 비용은 50% 정도 비싸지만 실어 나르는 짐은 두 배에 달하니 고객으로서는 뉴글렌을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이것이 최대 장점이다.

블루오리진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뉴글렌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와 같은 저궤도용 소형 위성의 대규모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기업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리진은 이미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제외한 주요 위성 인터넷 서비스 그룹과 계약했다. 그 중에는 우주에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개발 중인 텍사스주의 AST모바일도 포함돼 있다. 블루오리진에 따르면 뉴글렌은 저궤도용 위성을 8기 운반하는 것이 가능하다. 팰컨9는 최대 4기까지 운반한다.

베조스는 또 하나의 이점을 갖고 있다. 베조스가 설립한 아마존 역시 스타링크와 마찬가지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카이퍼(Kuipe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 천개 위성 발사에 블루오리진을 활용한다. 아마존은 2028년까지 블루오리진에 27억 달러를 지불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도 통신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새로운 선택지를 갈구한다. 국방부는 지난해 6월 2029년 최대 56억 달러 상당의 위성 발사 경쟁 참가업체로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 등을 선정했다.

블루오리진은 소량의 나사(NASA)와의 계약을 제외하고는 베조스 개인으로부터 운영 자금을 지원 받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베조스의 보유 자산은 2330억 달러다. 2000년 회사를 설립한 지 사반세기만에 접은 날개를 펴는 단계에 도달했다.

회사는 나아가 우주 관광 여행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스페이스X와 겹치는 서비스다. 결국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 위성 인터넷 서비스, 우주 관광 등 모든 비즈니스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셈이다.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머스크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하면, 변수는 정치적 환경이다. 트럼프는 정부의 지출과 규제를 줄이기 위한 정부효율화부(DOGE) 장관으로 머스크를 점찍었다. 우주 프로젝트의 절대 비중을 공공 부문이 차지한다고 보면 베조스에게 유리할 것은 없는 국면이다.

포브스 보고서에 따르면 나사의 국장으로 지명된 재러드 아이작맨이 운영하는 시프트4페이먼트는 스페이스X의 투자자다. 아이작맨은 민간인으로서 세계 첫 우주 유영에 성공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3월 아이작맨은 나사가 달 착륙기 개발에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을 모두 선정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했다고 해서 스페이스X의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는 하다.

베조스는 블루오리진이 궁극적으로는 아마존보다 커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주에서 제조와 광업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비용 축소가 필요하다. 베조스는 지난해 9월 우주 관련 개인 미디어 팀 토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주로 가는 방법과 달에 착륙하는 방법은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비용을 100분의 1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