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전망②] AI 확산 관건은 ‘슈퍼 유스 케이스’…국내 공공·금융 등 도입 개시

2025년 주요 IT 시장 전망 - 인공지능(AI) 분야

2024-12-31     김호준 기자

[아이티데일리] 2024년은 생성형 AI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IT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한 해로 평가된다. 챗GPT(ChatGPT)로 촉발된 AI 혁명은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고, 이는 IT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위축 등 도전적인 환경도 지속됐다. 

2025년 IT 시장은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더욱 역동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생성형 AI 기술은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슈퍼 유스 케이스(Super Use Case)’를 중심으로 한 AI 도입이 공공과 금융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가시화될 전망이다.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AI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히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정치적 변수들로 인해 IT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국내 IT 업계는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과 효율성 제고에 주력하면서,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25년이 AI 주도의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지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컴퓨터월드/IT DAILY)는 2025년 IT 시장을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클라우드 △정보보안 등 주요 분야별로 나눠 주요 이슈들을 전망했다.



떠오르는 ‘AI 에이전트’…시장 선점 나선 글로벌 기업들

생성형 AI는 사람들 일상에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개발자의 코딩 업무에 생성형 AI는 필수품이 됐으며, 많은 학생은 수업 요약, 보고서 작성 등에 챗GPT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복잡한 비즈니스 업무에서 AI가 얼마나 효용을 끌어낼 수 있는가다.

이에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주목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고 의사결정까지 내릴 수 있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물음에 답변을 주거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안하는 챗봇·어시스턴트보다 높은 효용성과 넓은 적용 가능 범위로 시장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은 AI 에이전트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11월 이그나이트 2024에서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기업에서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제작할 수 있는 ‘코파일럿 스튜디오’ 등을 공개했다. 오픈AI는 올해 1월 출시를 목표로 AI 에이전트 ‘오퍼레이터’를 준비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에이전트포스 2.0’ 스킬 라이브러리 빌더 (출처: 세일즈포스)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를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사전 구축된 템플릿을 기반으로 조직 구성원이 영업, 서비스, 마케팅 등 고객 접점에서 빠르게 자율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슬랙·태블로와의 통합과 ‘아틀라스 추론 엔진’의 성능 개선 등을 담은 2.0 업데이트도 내놓았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기업 유아이패스도 AI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연례 컨퍼런스 ‘포워드(FOWARD)’에서 유아이패스는 AI 에이전트와 RPA를 결합한 ‘에이전트 빌더’를 공개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이 솔루션으로 사용자는 업무에 맞는 에이전트를 새롭게 생성하거나, 카탈로그에 미리 구축된 에이전트를 도입해 사용할 수 있다. 타사 에이전트를 워크플로우에 포함하는 일도 가능하다.

포티투마루 김동환 대표는 “AI 에이전트는 이제 첫걸음을 뗀 상황이다. 지향점인 완전히 자율화된 AI까지는 남은 과제가 많다. 다만 분야별로 특화된 AI 에이전트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점차 자리 잡기 시작하면, 기술 발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빠르게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 도입, 영향 확대 가능한 ‘슈퍼 유스 케이스’ 관건

지난해 기업들은 AI를 자사 비즈니스에서 접목하기 위한 여러 실험을 이어 왔다. IDC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은 1년 반 동안 평균 23개의 개념 검증(PoC)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3개가 생산 단계로 넘어갔으며, 전환 사례 성공률은 62%였다.

올해부터는 AI를 비즈니스에 본격 도입하는 ‘피보팅(Pivoting; 사업 방향 전환)’ 사례가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이뤄진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비즈니스 발굴에 나서는 것이다. 특히 IDC에서는 2027년부터 AI가 주도하는 비즈니스가 전체 산업의 중심에 자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IDC는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발맞추기 위해 ‘슈퍼 유스 케이스(Super Use Case)’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퍼 유스 케이스란 기업 전체 비즈니스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례를 의미한다. 슈퍼 유스 케이스를 통해 기업은 높은 비즈니스 성과, 회복 탄력성 강화, 조직 문화 개선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IDC는 슈퍼 유스 케이스 발굴을 위해 비즈니스 가치와 타당성을 중심으로 AI 활용 사례의 우선순위를 평가할 것을 제안했다. 동일한 기능을 사용하거나 같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를 그룹화하고, 전사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례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지속 가능성 고민 필요

생성형 AI의 빠른 확산, 그 이면에는 급증하는 전력 소비로 인한 환경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전력 확보는 AI 기업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생성형 AI는 기존 IT 서비스에 비해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전력연구원(EPRI)에 따르면, 오픈AI 챗GPT는 질의 요청당 2.9와트시(Wh, 시간당 소비 전력)를 소모하는데 이는 구글 검색(0.3와트시)에 약 10배 수준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생성형 AI를 위한 LLM 학습 및 구현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데이터센터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가트너는 오는 2027년 데이터센터가 AI 최적화 서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력이 연간 500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는 2023년(74테라와트시) 대비 2.6배 증가한 수치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로 인해 화석 연료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게 되면 지속 가능성을 위한 목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가트너는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 에너지원은 전력 생산이 불가능한 기간이 있어 데이터센터에 적합하지 않으며, 현재로서는 수력, 화석 연료, 원자력 발전소만이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트너 측은 “기업은 향후 몇 년간 데이터센터 요구사항과 전력 공급원을 고려해 이산화탄소 배출에 관련된 지속 가능성 목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시 최소한의 컴퓨팅 성능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과 소형언어모델(SLM) 같은 대체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공공기관, AI 사업 본격화…행정 업무 효율 개선

올해는 정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여러 AI 사업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기반 구현 사업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투이컨설팅-LG CNS 컨소시엄이 ISP 사업을 완료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0억 원가량을 올해 예산으로 확보했다.

이 사업은 초거대 AI 공통 기반을 마련, 부처별 특화 데이터로 맞춤형 AI 서비스를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다. 올해 사업자 선정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오는 2027년까지 3개년간 진행된다.

국회에서도 AI 전환을 추진한다. 국회사무처는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AI국회) 구축 사업’을 2027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해당 사업은 입법부 차원의 ‘디지털 플랫폼 국회’를 구현하기 위해, 국회 내외 정책 데이터를 AI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데이터 거버넌스 수립을 골자로 한다.

올해 말까지 이뤄지는 1단계 사업에는 116억 원이 예산으로 배정됐다. 구체적으로 1단계 사업은 △빅데이터 구축 △데이터 거버넌스 마련 △생성형 AI 서비스 기능 개발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도입 등으로 구성된다. 이후 2단계(2026년) 사업에서는 △전문가 분석 서비스 구축 △AI 학습 시스템 도입 등이 이뤄지며, 마지막 3단계(2027년)에 이르러 △빅데이터 전문가 분석 구축 △데이터 API 공유 개방 △클라우드 기반 대국민 서비스가 마련될 예정이다.


망분리 완화로 문 열리는 금융권 AI 도입

금융권에서도 AI 도입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도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생성형 AI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망분리 규제로 인해 조직 내 인프라에 설치할 수 있는 소형 거대언어모델(sLLM)로 그 범위가 한정돼 있었다. 망분리 규제는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는 네트워크 보안기업의 하나로, 2013년 대규모 금융 전산사고를 계기로 도입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망분리 개선을 위한 세부 과제를 담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한 1단계 샌드박스를 열고, 금융 회사가 AI 도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1단계 샌드박스의 운영 성과와 안전성이 검증될 경우, 2단계 샌드박스를 추진해 개인신용정보까지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 개요도 (출처: 금융위원회)

지난달에는 금융 회사 내부망에 직접 설치하는 오픈소스 AI 활용 지원을 포함한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방안’도 발표됐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AI 플랫폼’을 구축, 금융 분야에 적합한 성능·안전성을 지닌 오픈소스 모델 및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융 회사들이 오픈소스 AI 모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최적의 조합을 찾고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기능테스트(PoC) 환경과, AI를 금융사 내부망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금융권에서 AI 활용의 거버넌스를 수립하는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이 ‘금융 AI 7대 원칙’을 마련했다.

한편, 금융보안원에서는 지난해 ‘금융 AI 보안성 검증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활용해 올해 금융회사 AI 서비스에 대한 제삼자 검증을 수행하고 ‘금융 분야 AI 보안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금융권에서 안전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