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하 코어 데이터, “지구 온난화, 1.5°C 한계 도달” 암시

2024-11-15     조민수 기자
지구 온난화 이미지. 일러스트=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인간 활동이 만들어낸 지구 온난화가 현재 추정치보다 훨씬 나쁜 상태로 진행돼 기후 한계점(임계점)에 더 가까워졌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네이처가 전했다. 남극 빙하를 수직으로 뚫어 채취한 얼음 코어 연구에 따르면 2023년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49도에 도달했다. 파리 협약에서 목표로 하는 1.5도에 다다른 것이다.

파리 협약은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COP21(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참여해 채택했다. 이 협약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다.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지만,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전 세계의 조치들이 파리 협약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고 있는 COP29 회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파리 협약을 탈퇴했던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재탈퇴를 우려하고 있으며, 현지에서는 “기후 관련 정책이 되돌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현재 섭씨 1.31도에 가깝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IPCC의 발표는 개별 연도의 온난화를 추적하지 않는다. 수십 년에 걸쳐 계산된 온도 평균을 비교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 수치는 실제 온도보다 떨어진다. 또한 1850~1900년 사이의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온도 기준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수치와 기온은 1850년 훨씬 이전부터 증가했기 때문에 표준 1850~1900년 기준은 전체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영국 랭커스터 대학교의 기후 과학자 앤드류 자비스 교수는 IPCC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기후 모델과 통계적 방법에 의존하는 현재의 지구 온도 변화 추정 방식이 온난화의 실태를 과소평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비스 교수와 영국 리즈 대학교의 기후 과학자 피어스 포스터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00년 동안 대기의 이산화탄소 수치를 기록한 남극 빙하 코어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수치가 280ppm(100만 분의 1) 정도로 안정적이었던 AD 13~1700년까지의 기간을 산업화 이전 온도 기준으로 정했다. 그들은 이 결과를 1850~2023년까지의 지구 온도 데이터와 결합, 기준치와 비교한 21세기 개별 연도의 온난화 수준을 정량적으로 계산했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까지 이산화탄소 수치는 1700년 이전 기준선보다 142ppm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이 유발한 지구 온난화가 섭씨 1.49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이 기준선 표준을 1850~1900년의 시간 프레임으로 전환했을 때, 지구 온도는 섭씨 1.31도 상승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IPCC의 현 기준선이 1850년 이전에 이미 발생하고 있던 산업화 이전의 온난화를 포함하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구 온도 변화를 계산하는 다른 방법들은 지구 온난화가 이미 섭씨 1.50도를 넘어섰다는 결과도 나타내고 있다.

연구진은 1700년대 이전 기준을 적용해 추정한 온도 변화 수치가 현재 적용하는 표준 방법에 의한 측정치보다 약 30% 더 정확도가 높은 수준으로 확실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영국 엑서터 대학교의 기후 과학자 리차드 베츠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적용된 방법이 불확실성에 취약한 모델이나 통계적 방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인간이 유발한 온난화에 대한 거의 실시간 추정치를 계산하는 비교적 빠르고 간단한 방법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이번 방법론과 온난화 추정치는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베츠 교수는 "긴급한 대응을 알리기 위해 즉각적인 정보가 필요한데, 이 연구가 그 필요성을 충족시켜 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