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진정 기후변화의 주범인가, 아니면 희생양인가?

2024-10-10     조민수 기자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강경한 환경보호론자의 눈으로 보면 플라스틱만큼 극악한 제품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폐기 또는 줄이기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이는 맞는 말이다. ‘영원한 화학물질’로도 플라스틱이 거론된다. 해양 오염의 주범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 플라스틱 제조에서는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 이상을 차지하며, 지구 온난화라는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플라스틱에는 환경 기준으로 ‘악마’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니며 그 사용을 금지 또는 대폭 줄이라는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플라스틱 컵, 빨대, 비닐봉투 등의 금지가 대표적인 정책 움직임이다.

유엔은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조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목표다.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유엔의 움직임은 전 세계 어느 정부보다 강경하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굳이 말한다면, 플라스틱에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온실가스 배출을 조장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많다. 포브스 미디어의 스티브 포브스 회장도 최근의 기고 글에서 이같은 논리를 펴 주목받았다. 플라스틱이 실제보다 더 악마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환경문제 전문가인 로널드 베일리는 최근 리즌(Reason)지에 실린 ‘플라스틱은 알루미늄이나 유리보다 기후에 더 좋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플라스틱과 그 대체품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제로 줄이는 혁신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실린 최근 연구에서는 플라스틱을 유리나 알루미늄 등으로 대체하는 것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는 사실 엄청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제품 수명주기에서의 탄소배출 총량’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던져 준다. 비닐봉투와 종이봉투를 비교하면서다. 종이봉투 제조 과정에서는 비닐봉투의 최대 5배나 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알루미늄 캔이나 유리병을 플라스틱 용기와 비교하면, 알루미늄 캔은 플라스틱의 2배, 유리병은 3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나무 다이닝 세트를 플라스틱 제품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플라스틱이 더 나쁜 존재로 취급받는다. 그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할 때 제품 제조부터 사용 후 폐기까지 전체 수명주기(라이프사이클)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상품 운송도 그 요소의 하나이다. 종이봉투는 같은 수의 비닐봉투보다 무게가 6배나 무겁다. 그만큼 운송 과정에서 탄소 배출도 많다.

전체 사이클을 무시한 단품에 대한 평가는 대량 소비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예로, 재생에너지가 환경에 좋다는 주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평가하면 그 근거는 사라질 수 있다. 막대한 경비, 날씨에 좌우되는 불확실성, 막대한 기회비용(태양광 발전시설을 건축하지 않고 그 비용을 강물 정화에 사용하는 등)을 고려하면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처럼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대체에너지의 정당성은 줄어들 수 있다.

유엔의 플라스틱에 관한 조약 계획은 사실 현대 사회주의의 또 다른 실천이다. 정부는 실제 소유가 아닌 광범위한 규제로 더 많은 경제 권력을 움켜쥔다. 따라서 유엔 조약은 ‘플라스틱의 생산, 설계 및 폐기를 포함한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다루는 포괄적인 접근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플라스틱이 지구를 오염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인 것은 틀림없지만,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는 공급망의 다른 영역까지 감안한 입체적인 조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