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으면 무엇이 남을까…메탄‧바이러스‧중금속, 사람과 환경 위협
[아이티데일리] 오크외쿨(Okjökull)은 아이슬란드 서부에 있었던 빙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난 2014년 이 나라에서 사라진 첫 빙하다. 빙하 장례식이 열렸으며, 빙하가 있던 자리의 바위산 비탈에는 묘비처럼 명판이 서 있다. 명패에는 "이 기념비는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했는지는 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전 세계의 다른 많은 빙하가 오크외쿨과 비슷한 운명을 겪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빙하들이 추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녹아내리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류는 빙하, 얼어붙은 토양, 해빙이 지속적으로 녹으면서 엄청난 양의 물을 방출해 북극의 해수면 상승과 지역 사회의 침수를 일으키고 있음을 알고 있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남길 수 있는 것이 물뿐만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이 독성 물질의 융해다. 빙하는 지구 온난화의 주요 희생자 중 하나이지만, 기후 변화를 가속하는 ‘기후 폭탄’, 즉 가해자일 수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노르웨이에서 캐나다 유콘, 중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빙하 융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빙하에 풍부하게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이 ‘고대 메탄’이 대기 중으로 얼마나 방출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메탄 방출이 기후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구 동토층이라고 알려진 얼어붙은 토양은 해동되면서 메탄을 방출, 이미 취약한 북극 환경에 강력한 온실가스를 추가한다.
심각한 것은 수은이나 비소 등 중금속도 동토의 녹는 토양과 얼음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남가주 대학이 주도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수은이 알래스카 원주민이 먹는 물고기에 스며들었고, 이는 다시 식탁으로 올라가 사람에게 영구적인 폐 또는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알래스카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에서 기후 적응을 연구하는 다르시 피터는 기후 변화 솔루션을 다루는 미디어 그리스트에서 "알래스카 비버에는 식료품점이 없다. 거주민은 오두막을 짓고, 물을 우물에서 퍼 올리고, 어류를 포획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난화로 연어가 감소하고 있으며, 유콘 강에 수은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나타난 또 다른 현상은 바이러스 방출이다. 10년 전인 2014년, 과학자들은 3만 년 된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채취한 휴면 바이러스 샘플을 다시 살려냈다. 과학자들은 현재 얼음에 갇힌 유기체가 대규모 감염병 유행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지는 않지만 NPR은 2016년 탄저균 발병이 녹아내린 영구 동토층에서 발굴된 죽은 순록이 원인이라고 믿었다고 보도했다.
역사를 통틀어 빙하는 인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녔지만, 얼음이 사라지면서 이러한 전통이 위기에 처했다. 예를 들어, 이는 페루 중부 안데스 산맥의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극심한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빙하 전문가 알렉사 로블레스길이 인사이드클라이미트뉴스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전 세계 빙아는 2050년대까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빙하 문화가 소멸할 것이라는 경고다.
아이슬란드의 빙하 장례식과 명패는 빙하 상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제 빙하를 보는 것은 인류의 마지막 관광이 될 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도 올해 초 프랑스 알프스의 메르 드 글레이스 빙하를 찾아 빙하에 대한 문화적 현상을 르포로 보도했다. 빙하 관광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 관광 여행조차 위험할 수 있다. BBC는 아이슬란드 남부의 빙하를 여행하던 중 얼음 협곡 일부가 무너져 최소 한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빙하 관광객은 철기 시대 샌들에서 바이킹 검에 이르기까지 한때 얼음 속에 보관되었던 고대 유물을 우연히 발견했다. 녹은 빙하 길에서 훨씬 더 불안한, 보존됐던 시체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