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승자독식, 플랫폼 생태계의 애질리티
김대일 오픈소스컨설팅 애자일 컨설팅 고문 / Head of Agile Transformation
[아이티데일리] 한때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로 크게 히트한 코너가 있었다. 이 유행어는 그저 개그 프로그램의 재미있는 대사로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세계에서도 실제적으로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21세기 들어서 형성된 플랫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는 절대 진리에 해당한다.
실제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OTT 플랫폼의 넷플릭스, 검색엔진 플랫폼의 구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의 카카오톡, 전자 상거래 플랫폼의 아마존,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유튜브 등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각각 자기 영역의 플랫폼에서 절대 강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아바의 유명한 팝송 ‘The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승자독식의 체제를 갖추면서 경쟁자의 추격을 불허하고 있다. 21세기는 말 그대로 1등 플랫폼만 기억되는 치열한 세상이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승자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 21세기 초까지 세계 IT 시장은 IBM, HP, 썬(Sun), 시스코(Cisco)와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들이 이끌었다. 이런 하드웨어 중심 기업들의 경쟁력은 누가 더 빠르게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하드웨어의 기술이나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은 2005년 전후로 거의 평준화가 돼 더 이상 IT 기업의 핵심 경쟁 요소가 되지 못했고 사람들은 이제 속도보다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급변하는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발굴해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들이 2010년을 전후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글로벌 하게는 FAANG(Facebook/Apple/Amazon/Netflix/Google) 또는 GAFAM(Google/Apple/Facebook/Amazon/Microsoft)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당근마켓/토스)라는 이름의 플랫폼 기업으로 세상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존 전통적인 IT기업과는 다르게 단순히 기술(Technology)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기술(Technology)위에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을 접목시켜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창출했다. 이들과의 플랫폼 경쟁에 뒤진 IBM, HP, 델(Dell), 시스코(Cisco) 등과 같은 전통적 IT 강자들은 서서히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고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새로운 강자가 돼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모두 각각 다른 비즈니스 영역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공통점을 한 가지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은 모두 애자일 문화와 조직, 프로세스를 가진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애자일이라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 시장과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용해 고객을 확보했고 전혀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했다.
그들은 IT기업이라 불리우기를 거부하고 빅테크(Big-Tech) 기업이라는 새로운 기업군을 탄생시키며 국경과 인종,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플랫폼을 구축해 지구상의 모든 고객을 무섭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은 기존의 기업들처럼 고객을 확보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혁신적인 서비스와 마케팅으로 엄청나게 빠른 시간 안에 고객을 자신들의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였다.
2010년에 설립된 카카오는 서비스를 개시한 지 1년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확보하였고 3년만에 남북한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7,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플랫폼 기업이 고객을 확보하는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플랫폼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2016년에 짧은 비디오 영상을 제작 공유할 수 있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은 출시 2년만에 5억 명을 돌파했고 2022년에는 17억 명을 확보했다.
이와 같이 플랫폼 기업의 확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러면 모든 플랫폼 기업은 다 성공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경쟁자 보다 먼저 고객과 시장을 선점하여 승자독식의 플랫폼이 되려면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이에 대한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초기에 획기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하고 ‘록인(Lock-In)’ 전략을 통해 고객을 이탈하지 못하게 해 1등만 기억되는 플랫폼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한 플랫폼은 절대강자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애플은 앱 개발이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탄생시키며 거대한 앱 생태계를 창출해 2010년 이후 전세계에서 가장 시가 총액이 높은 회사로 10년이 넘게 군림할 수 있었다.
그러면 향후에는 어떠한 플랫폼 생태계가 새롭게 시장의 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의심의 여지없이 생성형 인공지능 생태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2022년 11월 오픈 AI가 출시한 챗GPT는 말 그대로 전세계에 생성형 AI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기존의 인공지능은 주로 텍스트 처리에 주력한 반면에 챗GPT는 멀티모달(Multi Modal) 모델을 채택해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함으로써 분석 및 학습에 뛰어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게 해준다. 챗GPT는 출시 3개월만에 활성 사용자수 1억 명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단기간에 1억 명을 돌파한 앱이 됐다. 이런 챗GPT의 공세에 다른 경쟁사의 행보가 바빠졌다.
승자독식의 플랫폼 생태계 구조상 챗GPT가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의 절대강자 되기 전에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챗GPT가 ‘The winner takes it all’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그들의 생성형 인공 지능 제미나이를 이용한 AI비서 ‘제미나이 라이브’ 서비스를 8월 13일에 출시하면서 9월 아이폰16 출시 전까지는 완성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애플의 ‘애플 인텔리전스’ 인공지능 서비스보다 앞서서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거기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는 물론 iOS에도 제미나이 라이브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해 경쟁사인 애플을 도발하였다. 아마존도 챗GPT 개발사인 오픈 AI의 대표적인 경쟁사인 앤스로픽에 4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인공지능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바야흐로 빅테크(Big-Tech) 기업의 생성형 AI 전쟁이 시작됐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챗GPT는 플러그인을 통해 외부 앱 서비스까지 연동하면서 전체 인터넷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단순히 챗GPT를 통해 원하는 답을 얻는 수준을 초월하여 호텔예약 및 쇼핑 등을 챗 GPT를 통해 스마트한 앱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애플이 앱 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iOS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에 대응하여 구글이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 생태계를 건설한 것처럼 챗GPT는 모바일 앱 생태계를 통째로 생성형 앱 AI 생태계로 변화시키려는 야심차고 원대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이제는 플랫폼에 대한 핵심 가치가 검색에서 정답으로(S2A, Search To Answer) 바뀌고 있다. 즉, 사람이 검색해서 정답을 찾는 것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부터 직접 정답을 얻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답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플랫폼으로 무장한 빅테크가 전통적인 IT기업들을 시장에서 내 몰았듯이 챗GPT와 같은 ‘New-Tech’가 ‘Big-Tech’를 또 언제 시장에서 축출할지도 모른다.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와 같은 빅테크(Big-Tech)가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다.
앞으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아니라 ‘1등만 살아남는 무서운 세상’이 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치열한 세상에서 1등이 돼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들은 반드시 두 개의 AX를 완성해야만 할 것이다. 그 하나의 AX는 AI 전환(AI Transformation)이고 또 하나의 AX는 애자일 전환(Agile Transforma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