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경제] 항공업계의 고민…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는 그린워싱일까?

2024-08-14     조민수 기자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버진 애틀랜틱 항공은 지난해 11월 "100%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를 사용하여 세계 최초의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버진은 이를 회사의 홍보에 적극 활요앴다.

그런데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는 지난주 비행 전에 방영된 버진의 관련 라디오 광고를 금지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버진이 기존 유류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연료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ASA는 연료의 환경 및 기후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버진의 ‘지속 가능성’ 주장을 ‘오도될 수 있는’ 내용으로 간주했다.

ASA의 불만 및 조사 책임자인 마일즈 록우드는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자세히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소비자가 자신이 타는 항공편이 친환경적인지의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SA의 이번 조치는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성분으로 만들어진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에 대한 그린워싱(실제와 달리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행위) 단속의 최신 사례다. 최근 몇 년 동안 영국과 미국 정부 및 민간은 SAF 생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인센티브와 기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대체 연료가 항공 산업의 누적적인 탄소 저감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항공 부문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하며, 이는 주로 석유 기반 연료의 연소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의 SAF는 요리용 지방이나 식물성 오일과 같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SAF는 수백만 년 동안 지하에 탄소를 가두어 둔 화석연료 대신 환경에서 발견되는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한다. 대체 연료 역시 연소 시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지만, 일반적으로 석유 기반 연료보다 전체 수명 주기를 감안한 총 탄소 배출량이 낮다.

현재의 국제 표준은 SAF를 기존 연료와 혼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의무화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속 가능한 연료로 세액 공제 자격을 얻으려면 혼합물이 석유 기반 연료에 비해 탄소 순 배출량을 최소 50% 줄여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각국 정부와 항공사는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에 큰 투자를 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2020년대 말까지 SAF 생산을 연간 최소 30억 갤런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소법을 통해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더 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내년에 영국에서 공급되는 항공기 연료의 2%가 SAF여야 하며, 2030년까지는 10%까지 올리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항공 산업 전반에 걸쳐 SAF 산업의 호황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제트블루는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사용할 최대 500만 갤런의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를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최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2024년 말까지 사용할 100만 갤런의 SAF를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40개 항공사, 농업 기업, 제조업체 및 기타 사업체 연합은 SAF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실행에 나섰다. 이 연합에는 아마존, 하니웰, 쉘 등이 새로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목표와 투자에도 불구하고, SAF는 확대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2450만 갤런의 SAF를 소모했다. 많은 양처럼 보이지만, 미국이 하루에 사용하는 약 6930만 갤런의 석유 기반 연료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전문가들은 SAF 확대의 장애물로 수요를 충족시킬 공급의 부족과 함께 기존 연료 가격의 두 배 또는 세 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적한다. 추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SAF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2년에 비해 생산량을 1만8000% 이상 늘려야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사용되는 SAF의 대부분은 사용된 식용유와 동물성 지방 폐기물에서 나오지만, 이것 만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옥수수와 콩을 이용해 에탄올을 사용하는 바이오연료를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SAF를 위한 농업의 확장은 농촌 지역에 독성 화학 물질을 방출하고 신림 벌채를 부추길 수 있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SAF 생산과 관련된 탄소 배출을 증가시키고 지하수를 고갈시킬 수 있다. SAF에 대한 우려와 산업이 직면한 딜레마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