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스쿠터 등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 전성시대…“가격과의 전쟁이 성패 관건”
[아이티데일리] 맨해튼이나 보스턴으로 가면 모퉁이마다 밝은 파란색 자전거가 보이고,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주황색 자전거가 즐비하다. 모두 공유 자전거들이다.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인기가 많다.
미국도시교통공무원협회 (NACTO, National Association of City Transportation Officials)의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북미에서 공유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를 이용한 횟수는 1억 5700만 번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기록을 넘어섰다. 그러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공적 자금이 부족해 많은 도시에서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시티바이크(Citi Bike) 운영사 리프트(Lyft)는 이달 전기 자전거 이용료를 20% 인상했다. 이로 인해 뉴욕 주민들은 30분 동안 자전거를 타는 데 최대 15.59달러를 지불한다. 여러 도시에서 전기 스쿠터를 15분 타는 데 드는 비용은 대중교통 요금인 3~4달러에 달한다. 많은 도시들이 할인요금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다.
연간 멤버십이 더 경제적이기는 하지만 그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시카고의 경우 멤버십은 5년 전보다 45% 올랐다. 많은 멤버십에는 전기 자전거에 대한 상당한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중교통과 달리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스템은 대개 민간 또는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한다. NACTO 보고서를 작성한 카밀 보건은 "운영업체들은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데 드는 비용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다"라고 말했다.
전기 스쿠터와 자전거는 구식 수동 자전거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배터리 충전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도킹 스테이션(자전거 거치대)은 대기 중인 자전거에 전력을 공급할 장비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운영자는 대신 직원에게 돈을 지불해 방전된 배터리를 수거하고, 중앙 충전 창고로 이동해 충전된 배터리를 자전거에 다시 넣어야 한다.
시티바이크는 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예상보다 높은 배터리 교체 비용, 보험 및 차량 비용으로 인해 전자 자전거 운영 비용이 예상보다 더 많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원하는 어느 곳에든 두고 갈 수 있는 도크리스 전자 스쿠터의 경우 도난과 기물 파손도 특별한 문제다. 샌디에이고는 2022년 연간 300만 건의 운행으로 선두 도시였지만 도난과 기물 파손이 발목을 잡았다. 도둑이 극성이었다. 4개의 전자 스쿠터 업체는 모두 2023년 말까지 철수했고, 이로 인해 1년 동안 운행 횟수는 88% 감소했다. 업그레이드는 또 다른 비용이다. 전기전자 기술의 발달로 매년 새로운 모델이 출시된다.
그래서 수동식을 선호하는 도시가 많다. NACTO의 분석에 따르면 몬트리올의 페달 전용 빅시(Bixi) 자전거는 북미의 여러 도시에서 전기 자전거보다 더 애용됐다. 수동식을 운영하는 보스턴도 오히려 높은 사용 빈도를 보였다. 가파른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는 당연히 예외적인 도시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을 보유한 도시다. 공적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페달이든 전기든 최대 30분 동안 1.75달러의 정액 요금을 부과한다. 공공기관이 운영하기 때문에 낮은 요금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휴스턴의 비사이클(BCycle)은 반대의 경우다. 비영리 기관이 운영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등의 비상 조치로 어렵게 버텼지만, 결국 지난달 공적자금이나 스폰서를 확보하지 못해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신시내티의 레드바이크(Red Bike) 프로그램도 자금 문제로 거의 폐쇄됐다가 여러 조직이 45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간신히 부활했다.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의 건강한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유지보수 비용이 막대해 ’빚 좋은 개살구‘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결국 국가나 시정부, 지자체 정부 등이 예산을 투입해 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가 가장 크게 성장한 도시는 자전거 전용 차선과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정책적으로 앞장섰던 곳이다. 이는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 이용자를 유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