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강력한 항산화 물질 도입해 성능·지속력 높인 생체전극 개발

면역이물반응 완화 효과적…장기간 안정적 성능 유지하는 생체 이식형 전극 개발 신소재공학부 이재영·태기융 교수팀, “다양한 전자의료기기에 대한 범용성 높아”

2024-07-02     나호정 기자
GIST 캠퍼스.

[아이티데일리] 국내 연구진이 의료용 전자기기를 몸 안에 이식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반응을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장기간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고성능 생체전극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총장 임기철, 이하 GIST)은 신소재공학부 이재영·태기융 교수 공동연구팀이 체내 이식형 생체전극에 항산화 물질을 도입해 이물면역반응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체내 이식형 생체전극은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심전도·뇌전도 등 생체 신호를 기록하거나 근육·신경 등에 전기적 자극을 가하는 의료용 전자소자의 핵심 부품이다.

하지만 체내에 이식된 소재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면역이물반응은 이식된 생체전극 주변에 두꺼운 상처조직을 형성해 전기 신호의 전달을 방해하며 전극의 성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러한 면역이물반응을 줄이기 위해 인체 내에서 발생하는 염증을 총괄하는 대식세포의 반응 조절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연구팀은 이식물 주변에 축적되는 산화 스트레스가 대식세포의 염증성 반응을 촉발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에 기반해 강력한 항산화능(antioxidant capacity)을 가지는 생체전극의 개발을 고안했다.

연구의 방향은 헤모글로빈에서 유래된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헤민(hemin)을 생체전극의 소재에 도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헤민은 친수성(親水性)이 낮아 그 자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용액이 아닌 유기용매 기반의 공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친수성을 가지는 생체 고분자인 헤파린(heparin)에 헤민을 화학적 결합으로 접합했다. 합성된 헤민-헤파린 접합체(hemin-conjugated heparin)는 물에 쉽게 녹는 특성을 보여 전기전도성 고분자인 폴리피롤(polypyrrole) 박막에 도판트로 활용이 가능하다.

헤민-헤파린 접합체가 도입된 폴리피롤 생체전극은 체내 존재하는 항산화 효소인 카탈레이즈(catalase) 및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테이즈 (superoxide dismutase)와 같은 기작의 항산화 효능을 보였다.

나아가 대표적 활성산소종인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와 초과산화물음이온(superoxide anion)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또한, 폴리피롤/헤민-헤파린 전극 위에서 대식세포를 배양한 결과, 대식세포 내부 활성산소종의 양은 금 전극(gold electrode) 대비 27%로 감소하고 그에 따른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생성이 9%로 감소했다.

개발된 생체전극을 마우스 실험모델의 피하에 이식한 결과, 대식세포가 염증성 표현형으로 분극한 비율은 금 전극 대비 80%로 감소했다. 또한 전극 주변에 형성된 상처조직의 두께가 53%로 줄었으며, 20일간 신호 민감도의 손실 없는 높은 신호 민감도를 유지하며 실시간 심전도 신호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이재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항산화능을 도입해 생체전극의 성능 지속력을 개선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이식형 전자의료기기에 적용 가능한 높은 범용성을 지닌다”고 평하며, “향후 체내 안전성 및 안정성 강화를 위한 지속적 연구를 통해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소재공학부 이재영·태기융 교수가 공동 지도하고 이상훈 박사와 민기윤 박사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연구실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으며, 재료공학 및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지난 6월 5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