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도전하는 대한민국 사이버 보안 기업들] ③ 안랩

“글로벌 진출에 전사 역량 집중…일본, 중국, 동남아 이어 중동까지 공략”

2024-06-30     정종길 기자

[아이티데일리] 2022년 기준 국내 정보보호 산업 전체 매출액은 약 16조 2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7% 성장했다. 이 중 클라우드 보안과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을 포함하는 정보보안 부문은 약 5조 6천억 원 규모를, 출입통제 장비와 생체인식 보안시스템 등을 포함하는 물리보안 부문은 약 10조 6천억 원 규모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국내 정보보호 산업의 2022년 전체 수출액은 약 2조 2,063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13% 수준이다. 하지만 물리보안 분야의 수출액이 압도적인 상황으로 정보보안, 더 좁혀서 보안 소프트웨어 업계의 수출 실적만을 놓고 보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정보보안 시장 매출 기준으로는 수출 비중이 3% 정도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들은 계속해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7년까지 국내 보안 산업을 30조 원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보안 업계의 반응은 큰 기대 없이 미적지근했다. 내수 위주인 국내 보안 시장이 30조 원까지 커지려면 정부 공공기관이 보안 제품 구매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공공부문에서 폭발적 수요 증가가 없다면 국내 기업들이 더 많이 사야 하는데 딱히 동인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답은 하나뿐이다. 바로 수출이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인지도는 객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장벽이 너무 높다. 하지만 그래도 다수의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들은 꿋꿋하게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몇백, 몇천만 원의 작은 실적으로 시작하더라도 해외 시장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10년 전, 많게는 20~30년 전 그렇게 시작한 몇몇 기업들은 이제 해외 시장에서 수십억, 수백억 원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내고 있다. 그렇게 대한민국 사이버 보안 기업들의 인지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계속해서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들을 조명해본다.


안랩

“글로벌 진출에 전사 역량 집중…일본, 중국, 동남아 이어 중동까지 공략”

한국 보안 업계 수출 역사 선도 기업

안랩은 전 세계적으로 정보보안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1988년부터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시장을 개척해온 기업이다. 1995년 설립된 안랩은 이제 세계 수준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솔루션과 전문적인 서비스 체계를 보유한 글로벌 통합 보안 기업임을 자부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도화된 위협 인텔리전스와 위협 탐지 및 대응(TDR) 기술력을 앞세우고 있다.

안랩은 엔드포인트, 네트워크,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운영(SecOps), 운영기술(OT) 등 여러 보안 영역을 유기적으로 보호하고 대응하는 통합 보안 플랫폼 ‘안랩 플러스(AhnLab PLUS)’를 중심으로 폭넓은 위협 가시성, 정교한 분석, 편리한 관리 및 최적의 대응 역량을 제공하고 있다.

안랩의 해외 수출 역사는 보안 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이라 할 수 있다. 1998년 12월 국내 보안 업계 최초로 중국 공안부 인증을 획득, 대규모 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 안랩 관계자는 “설립 이래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여 국내 보안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역동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랩은 VB100, AV-테스트(AV-TEST), AV-컴패러티브(AV-Comparatives), 체크마크(Check Mark), ICSA 등의 주요 국제 인증을 모두 획득하며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공인받고 있다.


글로벌 TF 조직 출범, 전사 역량 집중

안랩은 전사 차원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3년 1월부로 글로벌 TF 조직을 출범, 통합 보안 플랫폼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의 요구와 협업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또한 올해 올해 외부에서 글로벌사업본부의 수장을 영입하는 등 사업 확대에 맞춰 인력을 보강하고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안랩은 현재 일본, 중국, 동남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해외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특히 통합 보안 플랫폼 ‘안랩 플러스’를 론칭하고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전략 시장 내에 보안위협 분석 플랫폼 ‘안랩 XDR’, 차세대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 ‘안랩TIP’, 안랩 OT 시큐리티 프레임워크(AhnLab OT Security Framework) 등까지 동시에 출시하면서 또 다른 보안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안랩 관계자는 “기존 주력 해외 사업 상품군의 견조한 성장은 물론, ‘안랩 플러스’ 플랫폼에 대한 호응으로 XDR, TIP, OT 보안과 관련한 신규 파트너십과 고객의 문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안랩은 2021년 약 60억 원, 2022년 약 70억 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인 2023년에도 약 78억 원 규모로 최근 지속적인 해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안랩의 미국 ‘RSA 컨퍼런스 2024’ 부스 전경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해외 사업 전개

지역별로 살펴보면 먼저 안랩은 지난 2002년 일본에 현지 법인을 출범, 현재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다. 스마트폰 보안 솔루션 ‘V3 모바일’을 중심으로 모바일 보안 시장에서 파트너와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파트너와 함께 V3 모바일 제품군, AOS 제품군, 보안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일본 내 파트너사와의 협업으로 일본 B2C 시장에 멀티OS/멀티랭귀지/멀티디바이스를 지원하는 ‘V3 시큐리티(V3 Security)’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 2019년 모바일 기반의 개인정보 관리 솔루션 ‘안랩 프리마(AhnLab PriMa)’와 중소기업형 보안 솔루션 ‘V3 시큐리티 포 비즈니스(V3 Security for Business)’를 출시해 일본 중소중견기업(SMB)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시장도 적극 공략 중이다. 2003년 현지 법인을 설립한 안랩은 중국 내 각 분야 유명 기업과 정부, 공공기관, 교육기관 수천 개 사이트에 안랩의 대표 제품인 V3 백신 제품군과 통합보안제품 ‘트러스가드(TrusGuard)’ 제품군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제조산업이 발달한 중국의 특성을 감안해 산업 설비, 공장 등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특수목적 시스템 전용 보안 솔루션 ‘안랩 EPS’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에서 지능형지속위협(APT) 대응 솔루션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현지 업체와 제휴를 통해 APT 솔루션 ‘안랩 MDS’로 현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우선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공략하는 한편, 현지 기업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역량 있는 파트너들과 협력해 공공, 제조 분야에서 확보한 현지 고객 사례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보강하고 금융, 정유/화학 등 신규 분야에서 V3와 지능형 위협 대응 솔루션 ‘안랩 MDS’의 고객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안랩 MDS’는 말레이시아 국책은행 등 금융권에 공급됐다. 싱가포르에서는 공공기관 비즈니스에 집중해 성과를 냈다. 싱가포르 정부기관 재난망 모바일 단말기에 ‘안랩 V3 모바일 엔터프라이즈’를 공급해 현재 여러 기관에서 사용 중이다.

최근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 및 아프리카 전역에서 온라인 비즈니스가 촉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제 이 지역을 노린 사이버 공격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안랩은 사우디의 사이버 보안 및 클라우드 공급 기업 SITE(Saudi Information Technology Company)와 사이버 보안 합작법인(Joint Venture; 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안랩 관계자는 “SITE는 이미 사우디 및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 기존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보다 신속하게 가시적 성과를 이뤄낼 수 있고, 현지 비즈니스 구조와 시장 접근성이 높은 기업과의 JV 설립을 통해 초기 시장 진출의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랩은 JV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내 공공기관 및 기업에 △클라우드 및 AI 기반의 보안 위협 분석 플랫폼 SaaS ‘안랩 XDR’ △네트워크 보안 제품군 등 안랩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추후에는 생성형 AI 보안, 사물인터넷(IoT)/OT 보안 등과 같이 제공하는 솔루션 및 서비스의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안랩 관계자는 “앞으로 통합 보안 플랫폼 ‘안랩 플러스’를 중심으로 선제적인(Proactive) 탐지와 대응, 통합에 기반한 고객 주도형 보안(Customer Driven Security)을 제공하며 글로벌 입지를 꾸준히 높여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