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txt] ‘AI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시장 대응 위해 민간과 협력해 범국가적 전략 수립해야

2024-06-30     김호준 기자

[아이티데일리] 인공지능(AI)을 두고 벌어지는 기업 간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빅테크 중심으로 각 기업에 투자가 이뤄진 AI 분야에 국가가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AI 기술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은 물론 중국,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등 많은 국가가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AI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국 기업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총 20억 유로를 투입해 AI 특화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개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스타트업 ‘미스트랄AI’가 덩치를 키우며, 유럽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은 AI 개발에 필요한 슈퍼컴퓨터 관련 기업에 725억 엔(한화 약 6.4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자국 내 AI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구가 차원의 이러한 전폭적인 투자에 글로벌 기업도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4월 도쿄에 첫 아시아 사무소를 열었고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은 일본 내 데이터센터 증설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이러한 움직임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지난해까지 국내 업체들이 앞다퉈 한국어 기반 모델을 내놓았지만, 올해는 눈에 띄는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AI 사업에서 발생하는 적자가 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R&D)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그에 걸맞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산업을 활성화하고 기업을 지원해야 할 정부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R&D 예산을 14%가량 줄이고서는 ‘AI 일상화’를 주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한다. 그마저도 부처 간 통일성을 찾기 어렵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AI 정책은 전담 조직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현재 우리나라는 범국가 차원에서 AI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 없는 상황이다. 국가 경쟁력과 사회 전반에 AI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부처 간 협력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자리와 조직을 만들고 민간 최고 전문가를 선임해 디지털 구조 혁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술력 있는 기업과 전문가는 충분하다. 이들과 협력해 국가적 차원의 AI 발전 방향을 수립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조직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

한국어 모델로 시장 초기에 두각을 나타냈던 우리였지만, 다른 나라들이 적극적인 투자로 빠르게 성장하며 조금씩 밀리는 모양새다. 그간의 성과가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와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IT 강국’으로 불려 왔다. 이제는 AI 강국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도 국가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민간과 협력해 컨트롤 타워를 수립하고 정부 차원의 AI 정책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