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활동 배출 소음으로 해양 생태계 타격…기후 변화 겹쳐 상황 악화

2024-06-13     조민수 기자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전 세계 해운 활동이 급감해 붐볐던 항구와 해운항로가 한가해졌을 때, 물속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해양 음향학을 연구하는 세계 연구자 네트워크에 따르면, 이때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종의 생물들이 다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해상 활동이 뜸해지면서 일어났던 현상이다. 인간이 만든 해양에서의 소음이 해양 생물들에게 막대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기관 ICN이 전했다.

ICN에 따르면 인간은 거대한 선박의 프로펠러부터 석유 시추까지, 바다에서 막대한 수준의 소음을 발생시킨다. 이 소음은 바다의 자연 오케스트라를 잠재울 수 있고, 짝짓기와 생존을 위해 소리에 의존하는 해양 동물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

여기에 더해 기후 변화는 바다의 온도와 화학 물질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수중 소음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기대 이하다.

바다 동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는 소리다. 소리는 공기 중에서보다 물속에서 평균 4배 더 빠르게 이동한다. 이는 다양한 해양 종들의 의사소통, 교미, 사회화 및 항해의 핵심이며, 많은 해양 생물은 소리가 만드는 진동을 생성하고 처리하는 기관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래는 노래와 복잡한 언어로 인간을 매료시켜 왔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하여 향유고래 소리에 숨겨진 의미를 해독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는 인류의 가장 바쁜 장소가 됐다. 1996년에서 2020년 사이에 전 세계 해운 선단의 규모는 거의 4배로 증가했다. 어업, 석유 및 가스, 풍력 발전소 건설 등이 많은 해양 지역에서 급증했다.

이러한 증가는 음향 데이터에도 반영됐다. 과학자들은 1960년 이후 운송 소음이 10년마다 두 배로 증가했다고 추정한다. 2022년의 한 연구는 전 세계에 남아있는 ‘조용한 바다’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바다의 자연 소음을 인위적으로 잠재우는 부조화가 해양 종들에게 막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늘어나고 있다.

야생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심한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2001년 9.11 테러 공격의 여파로 해운 활동이 크게 둔화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캐나다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북대서양 참고래의 수중 기록과 대변 샘플을 수집해 분석했다. 참고래의 배설물은 바다가 조용한 동안,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 수치가 감소했음을 보여 주었다. 이는 소음과 참고래의 감정 상태 사이에 상관관계가 큼을 나타낸다. 또 사람이 만든 소음이 대서양 대구와 굴의 성장을 늦추고 두꺼비의 생식 능력을 감소시키며 남부 거주 범고래의 먹이 찾기를 방해한다는 증거도 규명됐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해양 온도가 상승하고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소리가 물속을 이동하는 방식이 바뀐다. 현재의 배출 상황을 적용할 때, 그린란드에서 녹는 얼음이 북대서양 해수면에 차가운 물 층을 형성하고, 이는 소리 채널을 만들어 선박의 소음을 현재보다 훨씬 더 멀리 이동시킨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금세기 말까지 소음은 7db(데시벨)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경고다.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의 루카 포센티 박사는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엄청난 영향 때문에, 해양에서의 소음에 대한 지식은 기후 변화와 해양 생물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녹고 있는 해빙은 특히 북극에서 새로운 해상 운송 항로를 열어주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북극지방에서 생활하는 이누이트족을 위해 선박들의 소리 수준을 낮추기 위한 권고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운과 기타 해양 활동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해저에서의 자원 채취 시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소음의 영역이 해저까지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해양 보호 단체들은 해양 소음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정책은 선박을 비롯한 해상 활동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선적 지역인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경우 소음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30배 더 확대됐다. 유럽위원회는 최근 수중 소음 수준에 대한 사상 최초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해양 지역의 20% 이상이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해양 동물들이 파괴적인 폭염에서 오염에 이르기까지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인간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해결책 중 하나는 소음 감소를 통한 약간의 평화와 조용함일 것이라고 ICN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