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경제] 기후 변화 대응의 역습…바이오연료 공급 과잉으로 업계 생존 위기↑
[아이티데일리]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재생 가능한 디젤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탄소 저배출 바이오연료의 공급 과잉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유 업체의 이윤이 줄어들고 이제 태동하기 시작한 바이오에너지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CNN 등 외신이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재생 가능한 디젤과 바이오디젤을 총칭하는 바이오매스 기반 디젤 부문의 시장 혼란이 바이오연료에 대한 향후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는 전통적인 화석연료로부터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대목에서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바이오연료는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에너지원인 바이오매스(식물 미생물 동물 등의 생물체)와 음식물쓰레기나 축산폐기물 등을 열분해하거나 발효시켜 만들어 낸 연료다.
재생 가능한 디젤과 바이오디젤의 구분은 다소 어렵다. 재생 가능한 디젤은 화학적으로 원유에서 생산한 디젤과 같고 수소화 공정으로 생산된다. 석유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될 수 있고 소매점에서 단독 판매(미국의 경우)도 가능하다. 석유 디젤 및 바이오디젤과 혼합해서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거의 콩기름)과 동물성 지방을 에스테르 교환 반응으로 생산한다. 바이오디젤 역시 다른 디젤과 혼합해 사용할 수 있다.
많은 에너지 업체들이 바이오연료 생산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증설했지만, 현재는 생산 과잉 상태로 들어가고 있다. 일부 바이오연료 생산업체는 올해 이미 공장을 폐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가 가기 전까지 더 많은 생산업체가 폐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재생 가능 디젤 생산 능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난 2021년 연간 7억 9100만 갤런에서 2023년 30억 갤런으로 거의 4배 증가했다. 바이오디젤과 함께 미국의 바이오매스 기반 디젤 생산량은 2023년까지 50억 갤런을 넘어설 것이다. 재생 가능한 디젤은 디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반면, 바이오디젤은 혼합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전자가 생산자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이다.
둘 다 동일한 바이오매스 공급 원료를 놓고 경쟁하며, 석유 디젤보다 생산 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바이오연료 수요는 거의 전적으로 정부의 혼합 의무 상향 조정 및 세금 공제 인센티브에 의존한다. 정부 정책에 좌우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재생 연료 표준(RFS) 프로그램에 따라 설정된 바이오매스 기반 디젤의 혼합 목표는 2025년까지 연간 최대 45억 갤런의 총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리노이대학 스콧 어윈 교수는 말했다. 이는 수입을 배제한 기존 국내 생산량보다 낮은 수치다. 어윈 교수는 2025년까지 미국의 재생 가능한 디젤 및 바이오디젤 생산량이 70억 갤런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는 라인을 전환하면 EPA가 해결해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정유업체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거나 수입함에 따라 획득하는 크레딧인 재생 식별 번호(RIN)의 가격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바이오디젤 및 재생 가능한 디젤과 관련된 D4 RIN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2월에 갤런당 40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1.50달러에서 대폭 하락한 수치다.
정유업체들은 재생 가능 연료 사업의 여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립 정유업체 발레로(Valero)의 지난 1분기 재생 가능한 디젤 이윤은 전년 동기 대비 21.5% 하락한 갤런당 1.02달러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HF싱클레어(Sinclair)의 재생 에너지 부문 이익은 전년도 300만 달러에서 지난 1분기에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1860만 달러의 조정 손실을 입었다.
버텍스 에너지(Vertex Energy)는 바이오 연료에 대한 거시경제적 역풍이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앨라배마에 있는 하루 8000배럴(bpd)의 재생 가능한 디젤 시설을 다시 화석연료 생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재생 가능한 디젤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지난 3월 미국의 석유 메이저 쉐브론(Chevron)은 불리한 시장 상황을 이유로 바이오디젤 공장 2곳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바이오디젤은 공급 원료 확보를 위해 재생 가능한 디젤과 경쟁할 뿐만 아니라 재생 가능한 디젤에 비해 훨씬 더 불리하다.
미국 업계가 과잉 생산분을 해외에 공급하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는 않다. 현지 생산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캐나다의 임페리얼 오일(Imperial Oil)은 에드먼턴 근처에 하루 2만bpd 규모의 재생 가능한 디젤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로이터통신에 이 공장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비용보다 더 저렴하게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야 리뉴어블 퓨얼(Braya Renewable Fuels)은 지난 2월 뉴펀들랜드 앤 래브라도의 컴바이챈스(Come-by-Chance) 정유소에서 재생 가능한 디젤 생산을 시작했다. 브라야는 이 공장에서 최대 1만 8000bpd의 재생 가능한 디젤을 생산하고 있으며 마케팅 파트너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내년에는 바이오매스 기반 디젤 시장에 다소의 훈풍도 예상된다. 세금 공제(BTC)가 청정 연료 생산 세금 공제(PTC)로 대체되면 미국 재생 가능한 디젤 시장도 큰 폭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약 9억 갤런의 바이오디젤과 재생 가능한 디젤을 수입했다. 올해 첫 두 달 동안의 수입량은 약 2억 갤런이었다. 수입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세금 공제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수입량은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전체적으로 종합해 볼 때 바이오매스 기반 디젤 시장은 올해 공급 과잉으로 고생하다가 내년에는 상황이 호전되는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 버티지 못할 업체가 다수 나올 것이고 이들이 공장을 폐쇄하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