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예산 지원된 모든 공공 연구 결과 대중에 완전 공개

2024-06-04     조민수 기자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일본 정부가 일본의 공적 자금 지원을 받은 모든 연구 결과를 무료로 접근해 읽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고 니케이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문부과학성은 연구 논문을 온라인에서 접속해 무료로 읽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전국 대학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정부 자금 지원을 받는 연구자들은 2025년 1월부터 기관 리포지토리(논문저장소)에서 논문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부과학성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오사카 대학 공공정책 학자 카즈키 이데 교수는 “일본의 오픈 액세스(공개접근, OA) 계획은 연구 정보의 장기적인 추적 가능성을 높이고 2차 연구를 촉진하며 협력을 유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일본은 더 많은 연구 OA를 위해 가시적인 진전을 이룬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되었으며, OA에 대한 전국적인 계획을 수립한 세계 최초의 국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 계획은 OA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cOAlition S’로 알려진 ‘미국과 유럽 연구자금 제공자 그룹’이 6년 전에 도입한 플랜S에 따른 정책이다. 미국은 2022년 납세자가 자금을 지원한 모든 연구를 2026년부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OA 의무 제도를 시행했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2월 일본의 OA 전환을 발표하면서 기관 저장소를 표준화하기 위해 100억 엔(88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기초 데이터 및 기타 자료 등 일본 내 연구를 공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약 800개 대학 중 750개 이상이 이미 기관 저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각 대학은 학자들이 생산한 연구를 호스팅하지만,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기본 소프트웨어는 동일하다.

연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본의 이번 정책은 '그린 OA'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린 OA’는 논문이나 보고서는 만들어졌지만 최종 확정되지는 않은 전단계의 결과물을 디지털 저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확정되기 전 단계의 논문을 대상으로 한 까닭은 최종 인증된 버전이 저널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골드 OA’는 전국 규모의 실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즉, 이런 확정된 논문을 무료로 배포하는 비용이 대학 입장에서는 너무 비싸다. 인터넷에서 학술정보를 다운로드 받으려면 일정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학은 이를 위해 구독 수수료와 같은 비용(APC)을 대신 부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그린 OA’ 전략은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유료화되지 않은 전 단계의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매우 현명한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특히 모든 기관 저장소가 동일한 국가 서버에서 호스팅되기 때문에, 이 정책은 일본이 학계에서 생산한 모든 연구의 통일된 기록을 보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국가가 이와 같은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정책으로 실행한 나라는 일본이 첫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관 저장소를 공통으로 이용하면 또 다른 이점이 생긴다. 자국어로 출판된 연구가 차별받지 않는 것이다. 연구 생태계의 많은 부분이 일본어로 표기될 가능성을 높인다.

일본 정부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일본의 연구개발 성과가 경쟁국들과 비교해 점차 우위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문부과학성은 세계적 수준이었던 일본의 연구 지위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의 상위 10%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6%에서 2%로 감소, 일본이 세계 다섯 번째로 높은 연구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목록에서 13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 일본은 2040년까지 박사 학위 소지자 수를 3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박사 학위 졸업생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경제국 중에서도 이례적인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