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야생동물 서식지 인간과 중첩…치명적인 질병과 피해 유발 가능성↑

2024-05-21     조민수 기자
살모사. 사진=픽사베이

[아이티데일리]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로 인해 생물 종들이 고유의 서식지를 떠나 이동하고 있다. 이는 야생 동물과 인간이 조우할 확률을 높이고 있으며,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과 야생 동물의 갈등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사람과 동물에게 공통으로 감염되는 질병 확산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비영리기관 ICN이 전했다.

ICN에 게시된 글에서 야생동물과 기후 관련 전문 칼럼니스트 킬리 프라이스는 인간과 야생 동물의 접점이 증가하면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위협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을 조망했다.

◆ 인간-야생 동물 갈등 급증

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호주 및 플로리다의 주민들은 기후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폭염과 해수면 상승 외에도 치명적인 독사가 유입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따뜻해지면 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서아프리카 가분 살모사(송곳니가 가장 긴 독사종)와 유럽 독사 등 특정 독사의 서식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독사 종은 기후 변화가 계속됨에 따라 서식지를 잃을 수 있지만, 일부 위험한 독사는 농경지나 목장과 겹치기 시작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를 추적해 왔다. WHO는 지난 1월 각국에 해독제를 비축하고 독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 거주민 대상 교육을 강화해 대비할 것을 요청하는 "긴급 조치 촉구"를 발표했다.

생물학자들은 겨울이 짧아지고 뱀이 매년 초 동면(brumation)에서 깨어나게 되면서 호주에서 뱀 활동이 증가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뉴욕타임즈는 뱀 사냥꾼들의 손길이 바빠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버마왕비단뱀(Burmese pythons)이 1980년대쯤 처음 알려진 이후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지질학회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이들을 북쪽으로 이끌 수 있다. 비단뱀은 소보다 탄소를 적게 방출하며, 소를 대체하는 단백질 섭취 수단이자 기후 친화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이 뱀은 이미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식용으로 개발됐다.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곰은 육지에서 사냥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는 북극곰의 모든 공격을 기후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킬 수는 없지만, 지난 20년 동안 북극곰의 공격은 서식지 변화가 사람에 대한 곰의 공격을 늘렸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보도했다.

해상 항로에서도 문제다. 선박은 의도치 않게 고래와 충돌하여 고래를 죽인다. 전 세계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해양 로드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동물 매개 질병 발생

조류 독감에서 살펴본 것처럼 동물 질병이 항상 한 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전염되는가의 여부는 항상 민감한 관심사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동물과 인간이 서로 더 가까워짐에 따라 이러한 질병이 “전파되는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많은 경우, 기후로 인한 가장 큰 위험은 곤충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으로 모기는 온도가 따뜻해지면 번식이 가속화되고, 다양한 질병을 옮기는 다양한 종의 지리적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WHO의 2023년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말라리아 사이에 큰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모기 매개 뎅기열도 기후 변화 및 도시화로 인해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곳으로 퍼지고 있다고 시에라 매거진은 보도한다. 페루의 상황은 특히 암울하며, 올해 들어 뎅기열 사망자가 3배 이상 증가했다.

리마대학교의 역학자인 아우구스토 타라조나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기는 기후 변화에 적응해 왔으며 예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다”며 “라틴아메리카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자들은 또 기후 변화와 진드기가 옮기는 라임병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메인주와 위스콘신주 등 일부 지역에서 진드기가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성 질병의 확산을 늦추기 위해 국가들은 지역 사회 발생 감시 네트워크와 AI를 활용한 감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