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중단된 베를린 테겔 공항, '기후중립도시'로 재탄생한다

2024-04-30     조민수 기자
테겔 공항이 스마트 소도시로 변신한다. 이미지=테겔프로젝트

[아이티데일리] 도시화가 여전히 진행되는 지구촌의 요즘 사람들은 어떤 도시에서 살기를 원할까. 종전에는 자동차가 지배하는 도시가 대세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자전거를 비롯한 마이크로모빌리티가 지배하는 도시,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등 여러 도시에서 개발되는 걸어다니기 좋은 도시가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우선 사회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운영이 중단된 공항을 재개발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베를린 TXL(Berlin TXL)'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베를린의 현관으로 이용되던 베를린 테겔 국제공항이 주인공이다. 이 공항은 2020년 폐쇄됐는데, 그 터가 지속 가능한 새로운 소도시로 거듭날 예정이다. 스마트시티를 목표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기후 변화에 대응한 도시의 모범 사례로 테겔 공항의 재개발 계획을 전했다.

프로젝트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공항의 일부 건물은 재사용되고 과거 터미널이었던 빌딩은 기업의 연구소나 스타트업의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공간은 어반테크리퍼블릭(Urban Tech Republic)이라 명명됐다. 이곳에서는 자원의 재활용을 비롯한 순환경제, 모빌리티 등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활주로가 있던 장소 주변의 40만 평방미터 이상의 지역은 재개발이 이루어져 약 5000호의 목조 아파트가 건설된다. 슈마허콰티어(Schumacher Quartier)로 불리는 이 주택지에는 공원, 대학, 스포츠 시설, 유아원 등도 설치될 예정이며, 어디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보행 중심 도시(워커블 시티)가 될 예정이다.

지구 내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도 들어설 예정이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등을 제외하고는 차량 접근은 물론 주차장도 제한된다. 슈마허콰티어는 차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지구인 것이다.

프로젝트 홍보를 맡은 될(Döll)은 우리는 거주민들이 사교의 장, 놀이터, 휴식과 대화의 장으로 공공 공간을 재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유치원, 학교, 슈퍼마켓을 비롯한 상가 등 인근의 중요한 장소에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도시의 빗물 관리와 냉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스펀지 시티’ 설계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식물이 식재된 ‘녹색 지붕’이 물을 모으고, 공원이나 녹지에 심어진 수목이 잉여수의 자연적인 증발을 가속한다. 더운 시기에는 더 많은 물을 증발시켜 주변의 열을 식힌다.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도 시원한 거주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또 강수량이 늘어도 기존과 같은 도시형 하수도 시스템에 의해 배수되지 않고 땅속으로 천천히 침투해 나가기 때문에 홍수를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도시 공간에 생물 다양성을 추구하는 ‘동물 중심 디자인’도 포함된다. 생태학자 울프강 웨이저와 조경가 토마스 하크가 고안한 이 개념은 '사람과 동물을 위한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특정 동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애기메뚜기 등 현재 이 지역에 사는 14종의 희귀 생물종이 제대로 서식할 수 있도록 지붕과 공공 공간이 설계된다. 자연 생태계와의 교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전체 디자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어반테크리퍼블릭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히트스토리지베를린(Heat Storage Berlin)을 비롯한 지속가능성 관련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거주 지구 슈마허콰티어도 2028년 일부 공사를 완료하고 주민들이 살기 시작할 예정이다. 사용되지 않게 된 공항이 주민에게 친숙한 스마트 소도시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