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1.5조 달러 규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네옴 목표 축소 조정

2024-04-11     조민수 기자
건설 중인 스마트시티 네옴의 ‘더 라인’. 사진=네옴

[아이티데일리]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계획 중 가장 큰 스마트시티 네옴(Neom) 건설 프로젝트 규모가 축소 조정됐다.

사우디가 건설한다는 네옴의 핵심은 더 라인(The Line)이다. 170km길이에 높이는 500m에 달하는 직선 도시로, 2030년까지 15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할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주민 규모가 대폭 줄어 30만 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안을 따라 사막을 녹색과 신재생에너지로 덮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프로젝트 진행은 더디다. 관계자들은 2030년까지 프로젝트 중 2.4km만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통화에서 비공개 정보라며 이름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문서에 따르면 한 계약업체가 현장에서 고용한 근로자의 일부를 해고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네옴과 사우디의 공공투자기금(Public Investment Fund) 대표는 답변을 거부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네옴 건설 의욕은 대단했다. 홍해 연안에서 벌어지는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 네옴이 국가 경제를 변화시키고 일상생활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더 라인 외에도 네옴의 계획에는 움직이는 산업 단지, 항구 및 관광 개발도 대거 포함됐다. 2029년에는 트로예나라는 산악 휴양지에서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할 예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네옴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유지돼 왔다. 한 예로 홍해의 섬을 신달라(Sindalah)라고 명명된 고급 관광지로 바꾸는 네옴 내 또 다른 개발이 올해 개장될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더 라인의 축소는 사우디의 국부 기금이 아직 2024년 네옴의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우디 정부가 경제 다각화를 위한 ‘비전 2030’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와중에, 수조 달러에 달하는 네옴 투자에 대해 사우디 정부의 최고위층이 우려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관계자들은 이미 네옴 프로그램에 포함된 일부 프로젝트가 2030년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함마드 알 자단(Mohammed Al Jadaan) 재무장관은 지난 12월 “공장을 건설하고 충분한 인적 자원을 구축하려면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일부 프로젝트의 지연이나 연장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라인에 대한 왕세자의 계획이 전 세계 도시 계획가와 건축가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것은 사실이다. 렌더링에 따르면 더 라인은 뉴욕과 필라델피아 사이의 거리보다 더 길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더 높은 거울 구조물 안에 모두 포함된 도시를 상상했다. 한때 관리들은 더 라인이 올해 첫 번째 거주자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네옴이 성공한 것은 녹색 수소를 생산하는 데 사용될 태양열 및 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8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 등 극소수다. 사우디는 석유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세계 최대의 신재생 에너지 생산국 중 하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공공투자기금은 투자자산 매각 가속화, 투자 회사 주식 공모 등 현금 조달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네옴 프로젝트 범위를 축소하는 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펀드의 현금 보유액은 지해 9월 기준 150억 달러로 감소했는데, 이는 데이터를 공개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2년 왕세자는 네옴의 첫 번째 단계에 2030년까지 320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중 절반은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는 공공투자기금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투자에 따른 위험도 만만치 않다. 내부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는 의도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네옴 투자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과 증권시장 투자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