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공항 터미널 지붕을 포도원으로…스마트 공항 탄생할까
[아이티데일리] 과거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 공항으로 알려졌던 페레톨라 피렌체 국제공항(Aeroporto Firenze-Peretola)이 녹색 공항을 꿈꾸고 있다. 공항 터미널 전체를 포도밭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공항은 자체 포도밭을 갖춘 유럽 최초의 공항이 될 것이라고 유럽 소식을 알리는 포털 더메이어EU가 전했다.
피렌체 시는 최근 국제선 터미널 개조의 일환으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구현하기 위해 유명한 미국 디자인 스튜디오 라파엘 비뇰리 아키텍츠(Rafael Viñoly Architects)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와이너리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와인이 생산돼도 ‘그저 그런’ 품질의 와인에 머물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는 것이다.
조성될 포도원은 터미널 지붕 전체를 덮을 예정이다. 무려 38줄의 포도나무로 구성된다. 한 줄에 100그루만 심어도 무려 3800그루가 된다. 터미널 전체 면적은 5만 제곱미터에 이르니 엄청난 규모임에 틀림 없다.
공항은 사람들이 목적지로 들어오거나 나갈 때 하늘길을 활용하는 관문이다. 공항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여행객이 이용하는 만큼 단조롭지 않고 인상적인 구조로 구미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철강이든 콘크리트든 건자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번에 제안된 디자인은 이러한 교통 허브의 개념을 바꾸려고 한다.
포도밭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토스카나의 본질을 표현하고 전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 본질은 구불구불한 언덕과 이탈리아 지역의 유명한 와인이다. 토스카나는 특히 이탈리아 내에서도 최고의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탈리아의 와인을 상징하는 키안티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에서 따 온 것으로 보인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와인 생산지에는 작은 민간 공항이 있는데, 이 공항은 포도밭과 와인 생산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공항과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라파엘 비뇰리 아키텍츠는 피렌체 공항 터미널 지붕에서 토스카나 지역의 선도적인 와이너리가 포도원을 경작하고, 터미널 지붕 아래의 특수 지하 저장고에서 와인을 제조하고 숙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와이너리 조성 계획이 회색 산업으로 대표되는 공항 풍경에 녹색을 더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자체로 진정한 자연 생산 기능을 갖도록 만드는 것임을 보여준다.
터미널 개조에는 새로운 경전철 시스템을 통해 대중교통 연결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 활주로를 90도 회전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이 프로젝트는 2035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1단계는 2026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와이너리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그것은 와인의 특성과 품질을 둘러싸고 일어난 것이다. 와인의 품질과 골격은 생산하는 포도 품종에 따라 달라지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포도나무가 자라는 자연환경, 즉 ‘떼루아’에 기인한다. 떼루아는 기후와 날씨, 나무가 자라는 토양이나 지형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일컫는다. 토양은 석회암 지대인가, 진흙이 많은 곳인가, 바다가 융기한 지역인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그 땅에 내린 뿌리는 토양의 특성을 그대로 빨아들여 포도 열매로 보낸다. 그런 포도로 와인을 제조하기 때문에 와인의 향과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공항 터미널 지붕에 조성되는 포도밭은 자연적인 토양이 아니고 인간이 조성하는 밭이다. 결국 인공이 가미된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을 뿌리지 않는 고집스러운 경작 스타일을 감안하면, 터미널 포도밭은 시작부터가 문제라는 것. 이 때문에 와인 전문가들은 터미널에서 만드는 와인의 품질은 평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식사 때 보리차처럼 마시는 일상의 와인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일반 품질의 저렴한 와인이라도 생산할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