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경제] 탄소 감축에 앞장선 미국…고속철 투자 확대, 항공교통 대체
[아이티데일리] 항공 산업은 화석연료 연소로 탄소를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연료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현실 적용은 간단치 않다. 항공산업에서의 탄소 제로는 업계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요원해 보인다.
이 때문에 항공기의 탄소 배출과 이로 인한 기후변화는 공기 중 난기류를 악화시켜 항공교통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현재 운영되지 않는 고속철도가 악천후에 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대체 수송수단이 될 것이라는 제안이 크게 늘었다. 이에 맞추어 연방 및 주정부도 고속철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포브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 운수통계국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올해 비행기 출발 지연 횟수가 100만 회를 돌파했다. 이는 전체 항공편의 약 23%를 차지하는 높은 수치다. 올해 기록은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기록적인 비율이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도시계획을 연구하는 젠호어 첸 교수는 미 연방항공국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비행 지연의 약 75%가 날씨에 의한 것으로, 올여름에는 심한 뇌우와 열파의 영향으로 특히 많은 지연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첸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 분석 결과, 중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악천후로 비행이 취소되더라도 단·중거리 이동의 경우 고속철을 이용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선택 옵션이 확보돼 있다. 한국의 경우 제주도를 제외하면 항공기보다 고속철도 이용이 오히려 편리하다. 비용은 비슷한데 시간은 항공편보다 더 짧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육상 교통의 대체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의 국내 항공 이동은 현지 주민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불편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환승 여행을 하는데 한쪽 운항이 취소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항공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폴리티코가 7월 개최한 행사에서 온난화로 대기가 따뜻해지면 뇌우가 늘어나 운행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서 신칸센이 데뷔한 지 약 60년이 지났다. 현재 고속철도는 시속 300km를 넘기면서 유럽과 한국, 대만, 중국을 주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4만km가 넘는 광활한 고속철도 네트워크를 건설했다.
미국에도 향후 몇 년 안에 고속철도가 건설돼 장거리 운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초당적 인프라 법안(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에 따라 철도 정비를 위해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보스턴-뉴욕-워싱턴 D.C. 사이를 달리는 철도를 시속 240km에서 260km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암트랙 예산으로 164억 달러를 출연했다. 캘리포니아주가 1050억 달러를 투입하는 고속철도 시스템,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 외곽을 잇는 고속철도 브라이트라인 웨스트도 12월 연방정부로부터 각각 약 30억 달러씩의 보조금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주와 브라이트라인은 저탄소형 고속철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 고속철은 모두 주로 재생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 데이터에 따르면 파리-런던 사이를 달리는 유로스타 등 전기 고속열차의 탄소 배출량은 승객 1인 1km 수송당 4g에 불과하다. 유럽을 운행하는 항공편의 평균은 승객 1인당 246g이다.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항공업계는 탈탄소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첸 교수에 따르면 미국 내 항공편은 평균 1만 갤런(3.8만 리터)의 제트연료를 소비하고 하루 4만 편이 비행하기 때문에 약 4억 갤런의 제트연료가 소비되고 있다.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의 장거리의 경우 고속철도가 항공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5000km나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접한 주간 교통망으로서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