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대기업 엑손모빌, 직접리튬추출법(DLE)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정조준
[아이티데일리] 석유가스 대기업인 미국 엑손모빌에게 광업은 쓰라린 경험이 있는 비즈니스다. 그런 엑손모빌이 다시 광업에 손대고 있다. 회사가 전기자동차(EV) 배터리용 리튬을 생산, 과거의 실패를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라고 포브스지가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미국 남부 아칸소 주의 지하 깊은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할 계획이다. 일반 광석 채굴과 달리 석유 채굴과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그 열쇠는 ‘직접 리튬 추출법(DLE)’이라는 신기술에 있다.
종래에는 리튬을 많이 함유한 염수를 수년에 걸쳐 천일 건조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에 반해 이미 중국이나 남미에서 이용되고 있는 DLE는 수지를 사용해 소금물 속의 리튬을 흡착해 회수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리포트에서 과거에는 외면받았던 셰일가스를 석유가스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바꾼 기술에 필적하는 변화를 DLE가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셰일가스가 석유 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듯이 DLE도 리튬 공급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생산 예정인 리튬을 ‘모빌 리튬’으로 명명하고 2027년부터 생산하기로 했다. 엑손모빌 저탄소솔류션의 댄 아만 사장은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는 당사의 수십 년에 걸친 전문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기존에 비해 환경 영향을 줄이면서 북미에 잠자는 방대한 리튬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엑손모빌이 성공을 거두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두 가지다. 하나는 깊이 약 3000m로부터 염수를 퍼 올려 리튬을 추출하는 풀 스케일의 DLE 프로젝트로 채산성이 있는가를 실증하는 것. 또 하나는 석유와 가스 사업에 매진했던 회사가 광업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DLE의 초기 시험 결과는 유망하지만, 엑손모빌이 아칸소에서 진행하려는 프로젝트는 현재 가동 중인 프로젝트에 비해 규모가 매우 크다. DLE 시험에서는 리튬 회수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종래의 방법을 적용한 리튬의 회수율은 40~60%이며, 최종 생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면 DLE 회수율은 70~90%로 몇 시간에서 며칠이면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인 호주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경암 리튬 생산은 회수율이 60~80%로, 생산에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아만은 아칸소 프로젝트가 세 가지에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에너지 안보 강화, 미래 산업 핵심 자재 공급 확대, 탄소 제로 목표 달성에 불가결한 배출 저감 등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것. 엑손모빌은 과거, 남미나 캐나다, 호주에서 구리, 아연 등을 채굴했지만 석유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이 사업을 매각했었다.
엑손모빌이 1990년대 광석 채굴에서 철수했을 때, 광업과 석유는 설비투자 요건과 경영문화가 달라 융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아칸소에서 생산하는 리튬은 액체 기반 채굴 프로젝트로 이 회사가 오랜 세월 쌓아온 석유 개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과거 사업과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기술뿐 아니라 고객 기반에서도 석유사업과 리튬사업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회사들은 수십 년 동안 엑손모빌 제품을 사용해 왔으며, 이 회사 리튬의 잠재 사용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