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SAF가 널리 보급되지 않는 이유

2023-06-21     조민수 기자
항공 택시. 사진=한화시스템

[아이티데일리] 1회의 장거리 항공 여행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막대하다. 항공 부문에서 탄소 제로를 달성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세계경제포럼(WEF)이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의 보급 가능성에 대한 어젠다를 발표했다.

항공 산업은 이제부터가 확대발전의 시작이다. 기존의 항공 여행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도심항공이 더해진다. 요즘 상용화 단계에 있는 에어택시가 그것이다. 도심항공이 일반화되면 전 세계 대도시 곳곳을 에어택시가 누비고 날아다닐 것이다. 에어택시가 만들어 내는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때는 청정 하늘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어젠다에 따르면 항공사가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는 연료 사용을 석유계 연료에서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라고 불리는 저탄소 대체 연료로 이행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항공기 연료의 최소 10%를 지속 가능한 원료로 대체한다는 규정을 도입, SAF의 생산과 활용을 촉진하겠다고 공표했다. 많은 선진국들이 SAF 대체 필요성에 공감하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가입한 전 세계 항공사들은 오는 2050년까지 비행기 운항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SAF는 탄소 배출량을 65%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SAF는 바이오 연료의 일종이며, 화석연료가 아닌 식물이나 동물 유래 연료이기 때문이다. BP사는 식용유와 동물 폐지방을 사용해 SAF를 제조하고 있다. 그 밖에 농림업 폐기물이나 도시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규칙에 따르면 SAF의 혼합 비율은 최대 50%이지만, 2030년까지 항공사들이 SAF를 100%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AF가 기존 제트 연료의 대체만으로 항공기를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항공업계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즉, 항공기 엔진을 개조하지 않고도 SAF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SAF에는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연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재 석유계 제트 연료와 비교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이상 줄여야 한다. SAF가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해 기존 제트 연료에 비해 최대 80%의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차세대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는 85~95%의 이산화탄소 절감을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료는 조류, 농작물 찌꺼기, 동물 배설물, 임업 찌꺼기 등 바이오매스와 제품 패키지 및 먹다 남은 음식 등 일상적인 폐기물로 만들어진다.

IATA에 따르면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SAF의 경우, 바이오매스에 사용된 식물들이 성장 단계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 총량이 항공 연료로 사용될 때 발생하는 양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결국 SAF는 탄소 중립적이라는 말이다. 다만 원료 수송이나 연료 정제 시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SAF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 기반 연료는 항공 연료 총 소비량의 0.1%에 불과하다. 보급되지 않는 이유는 유럽 의회가 설명하고 있다.

유럽 의회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조 방법과 관련된 비용이 높다는 것이 최대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CEO인 스콧 커비는 "기존 제트 연료와 비용 경쟁력 있는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파이낸셜타임즈에 말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유럽 항공업계는 청정연료 사용으로의 이행을 위해 485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럽 의회는 또 폐기물 유래 원료 즉 바이오매스 부족도 장애물 중 하나라고 밝힌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종류의 원료가 필요하다고 비영리 단체인 환경에너지연구소(EESI)는 주장한다.

SAF의 또 다른 과제는 기존 제트 연료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것이다. 1리터의 제트 연료와 SAF를 비교하면 제트 연료가 더 많은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양의 SAF를 사용하는 것보다 제트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항속 거리를 늘릴 수 있다. SAF가 아직은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유럽 의회는 SAF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비용을 낮추는 정책을 입안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BP는 가시적인 지원 정책만이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경감하고 생산기술과 혁신적인 원료의 연구·개발·상업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WEF는 청정한 하늘을 구현하기 위해 항공업계 리더와 정부 각료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만들고 SAF를 보다 경제적으로 실행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