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포화도 측정기로 아메리칸 드림 이룬 마시모 이야기
[아이티데일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명해진 의료제품이 있다. 바로 산소포화도 측정기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감염된 노약자 환자에게 보건소에서 무료로 제공했던 제품이기도 하다. 손가락 끝에 장착해 동맥의 산소포화도(SPO2)와 맥박 수를 측정한다. 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 중에서도 크게 성공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회사가 마시모(Masimo)다. 포브스지가 마시모와 창업자 조 키아니 이야기를 전했다.
마시모의 CEO 겸 회장 조 키아니는 미국에서 꿈을 이룬 경영자다. 산소포화도 측정기 틈새시장에서 대형업체 중 하나로 성장하며 호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 전기기사였던 키아니가 직접 설계한 병원용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의료기기 대기업 메드트로닉 계열사 넬코를 앞선다. 넬코는 마시모 전체 매출의 약 15배 규모다. 미국에서는 현재 두 회사기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마시모가 내는 이익도 막대하다.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본사를 둔 마시모는 2021년 12억 달러 매출에 2억 23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회사 주가는 2020년 초부터 2021년도 말까지 85%나 급신장했다. 마시모의 시가총액은 160억 달러를 웃돌았다.
1974년 9세였던 키아니는 공학을 공부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77년 샌디에이고로 이사했고, 2년 후 부모가 귀국한 후 누나와 미국에 남았다. 키아니는 15세에 월반으로 고교를 졸업, 샌디에이고대에 입학해 신호처리 권위자 프레드 해리스 교수의 제자로 1987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80년대 말 키아니는 반도체 제조업체인 안샘일렉트로닉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한 스타트업에 100달러짜리 저가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설계해 주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손가락을 움직일 때 실수로 경보가 울리는 일이 잦았다.
신호처리와 노이즈 제거 소프트웨어에 정통했던 키아니는 기업에 경보 빈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그는 89년 24세에 마시모를 창업했다.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4만 달러를 조달해 회사를 키웠다.
키아니는 환자가 손가락에 부착한 채 돌아다니거나 혈류가 적더라도 측정이 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는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유용했다. 키아니는 바로 특허를 취득했지만 미국에서는 팔리지 않았고, 오히려 해외에서 일본 NEC나 유럽 몇 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매출을 늘렸다.
당시 미국 병원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러 병원을 아우르는 공동구매조직(GPO)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뉴욕타임스의 고발 보도로 상황은 달라진다. 키아니는 미 상원 사법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에 소환돼 증언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GPO에서 계약 제안이 들어왔다.
1999년에는 최대 경쟁사 넬코를 특허권 침해로 고소했고, 10년 뒤 필립스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2020년에는 특허권과 기업비밀 침해 혐의로 애플도 고소했고 올해부터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마시모는 2022년 2월 오디오 스피커 헤드폰 대기업 사운드 유나이티드를 10억 달러 이상에 인수했다. 주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키아니는 향후 의료기기와 가전의 통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보청기와 무선이어폰으로의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이어폰을 이용해 음악을 들으면서 맥박이나 산소포화도 등의 생체 신호도 측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마시모가 스마트폰 앱과 연계한 손목형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발표하자 수백 개의 병원이 채택했다. 2022년 8월 마시모는 최초의 스마트 워치로 산소포화도, 맥박, 심박, 수분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499달러짜리 제품을 발표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병원에서도 예비실험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