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0만 명 부탄, 비트코인 채굴‧블록체인 경제 전환 모색
[아이티데일리] 히말라야 산맥의 기슭을 흐르는 태고의 빙하가 만들어낸 강물은 남아시아의 소국 부탄에 수력 발전에 의한 전력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수력 발전은 약 80만 명이 사는 부탄 전역에 전력을 공급할 뿐 아니라 이웃 인도에 전기를 팔아 외화를 획득하는 수단이다. 생산 전력의 75% 정도가 인도에 수출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부탄 왕실이 이 에너지를 암호화폐 채굴에 이용해 돈을 버는 방향으로 선회해 나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포브스지가 보도했다. 수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 엘살바도르와 함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영 암호화폐 채굴 시설을 운영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수력발전소를 채굴 시설로도 전환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 더 부탄즈에 따르면 부탄 정부는 비트코인 가격이 약 5000달러였던 시기부터 채굴을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5000달러였던 시기는 2019년 4월이었다.
부탄은 암호화폐 채굴을 전문으로 하는 나스닥 상장 기업 비트디어테크놀로지와 합작 투자를 꾀하고 있다. 비트디어는 합작을 통해 2분기 착공 예정인 부탄 채굴 시설용으로 100MW의 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비트디어는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으며 지난달 SPAC(기업인수목적 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했다.
중국과 인도, 네팔에 둘러싸인 부탄은 경제보다 국민의 행복을 중시하는 왕국이지만, 경제에 눈뜨면서 수년 전부터 암호화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다. 부탄의 국유 지주회사가 암호화폐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이 투자는 국민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부탄 정부는 비트디어 외에 다른 채굴 사업자와의 협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탄에 채굴 전략을 자문하는 컨설턴트에 따르면 부탄은 또 다른 암호화폐 채굴용 100MW 사업에 대해서도 문의를 한 적이 있다.
과거 부탄의 주된 수입 품목은 휘발유 철강 쌀 등이 중심이었으나, 2021년과 2022년에는 수 백만 달러의 컴퓨터 기기가 수입품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약 1억 4200만 달러 상당의 컴퓨터 칩이 수입돼 부탄 총수입액 14억 달러의 약 10%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5100만 달러 상당의 칩을 수입했었다.
재무부는 2022년 컴퓨터 수입이 급증한 이유가 정부 투자회사인 드루크홀딩스&인베스트먼트의 프로젝트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중국은 2021년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했고, 카자흐스탄이나 스웨덴도 비트코인 채굴을 제한하거나 과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채굴 사업자들이 저렴한 전력원을 가진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부탄은 여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탄은 작은 인구에 비해 거대한 수력 발전 능력을 갖고 있다. 국민 1인당 발전량은 미국과 비슷하다. 저렴한 전력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업자들에게 값싼 전력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부탄은 정부 자체가 사업자가 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부탄 정부가 비트코인 채굴 또는 다른 사업자와의 협력에 나선 계기로 작용했다. 부탄은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약 2년간 국경을 봉쇄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사망자는 21명에 그쳤다. 그러나 부탄 경제의 중심인 관광산업은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비트코인 채굴을 통해 경제의 빈 공간을 메운 것이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움직임도 보인다. 부탄 정부는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2021년에는 국제 송금 서비스를 하는 리플과 손잡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시범 도입했다. 암호화폐 채굴과 관련 산업의 육성이 부탄을 살찌울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