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처방전 없는 보청기 판매 허가…애플, 또 신났다

2022-08-18     조민수 기자

[아이티데일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랜 논의를 거쳐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보청기 판매를 허용했다고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르면 10월 중순부터 경도에서 중등도까지의 난청자들은 의사의 진찰과 처방 없이 보청기를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업체는 바로 애플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이 머지않아 난청 해결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진=애플

이번 조치는 기존 일반 보청기 구매자에게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 달러의 절약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많은 노인과 난청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조치는 청력 개선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애플과 보스 등 기술 기업들은 이런 규제 개혁을 전망, 현재의 보청기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면에서는 뛰어난 보청기 개발을 진행해 왔다. 특히 애플은 애플워치의 헬스케어 기능을 대폭 끌어 올리면서 청각 장애를 보조하는 기술 개발에도 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소비자가 의사의 진찰이나 처방전 없이 보청기를 약국이나 일반 점포, 온라인 등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10%가 조금 넘는 3700여만 명이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IH)에 따르면 보청기를 사용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성인은 3000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NIH의 추정에 따르면 실제 보청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 사람은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3분의 1 정도, 젊은 난청자는 불과 16%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난청은 우울증과 인지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난청자의 상당수는 고령자이지만 새 규칙은 18세 이상인 사람 모두에게 적용된다.

난청자들이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자신이 난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마음, 청각 장애인이라는 차별과 편견 회피 등의 요인이 크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보청기 가격이 워낙 비싸서다.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보청기는 좌우 세트로 4000~5000달러(520만~650만 원)에 달하는 고가품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고령자를 위한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나 민간 보험은 보청기를 보장하지 않는다.

반면, 처방전이 필요 없는 보청기 가격은 200~800달러(26만~104만 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회는 FDA에 처방전이 필요 없는 보청기를 인가할 권한을 5년 전에 부여했었다. 지난해 여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규제개혁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FDA에 이번에 규제 변경을 제안했다.

상원에서 FDA에 처방전 없는 보청기 인가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지지한 공화당 척 그래슬리 의원과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보청기는 5개사에서 전체의 90%를 생산하고 있어 독과점에 가까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이 일부 소비자를 앞세워 규제 변경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도 일었다.

보청기 비즈니스는 건강과 안전성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의 규제를 합리화해 경쟁과 혁신을 제한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사례다. 이번 규제 철폐로 보청기 비즈니스는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애플은 일반 보청기 외에도 난청을 해결하는 기술을 에어팟이나 워치 등 아이폰과 연동되는 주변기기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