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혁 H&H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고려대 겸임교수

▲ 반중혁 H&H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고려대 겸임교수

[아이티데일리]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로 인해 세계 경제시장이 새로운 경쟁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즉 지식재산권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들은 국내 시장의 장기적인 불황과 성장의 한계 등으로 인해 해외시장 진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은 지식재산권과 관련이 없거나 관련이 있더라도 프로그램 관련 저작권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다시 말해 지식재산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거나 이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지니고 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지는 이에 따라 반중혁 H&H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이자 고려대 겸임교수로부터 ▲ IT와 IP ▲ IT분야와 특허 ▲ IT분야와 디자인 ▲ IT분야와 상표 ▲ IT분야와 저작권 ▲ IT분야에서의 IP 경영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칼럼을 총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IT와 IP(2019년 12월호)
▲ IT분야와 특허 (이번호)
▲ IT분야와 디자인
▲ IT분야와 상표
▲ IT분야와 저작권
▲ IT분야에서의 IP 경영


지난 호에서는 IT와 IP라는 주제로 IT 분야에서의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식재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우리가 익숙한 부분이 바로 특허, 디자인, 상표 그리고 저작권이다.

이번에는 지식재산 중에서도 IT와 특허에 대해 저자가 IT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상담이나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토대로 IT 분야에서 특허는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IT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식재산권 그 중에서도 특허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 ‘BM 특허’라는 것이 알려지고 많은 IT기업들의 특허 분쟁이 발생하면서 IT 분야에서도 특허의 중요성이 인식됐다.

이러한 IT와 특허 그리고 BM특허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먼저 알아야 두어야 할 것이 있다. 특허의 보호 대상은 기술적 사상 즉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디어가 새롭다면 사실상 무엇이든 특허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새롭다’라는 단어이다. 즉, 이전에 없던 것이어야 특허가 될 수 있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BM특허란 말에서 BM은 Business Model 또는 Business Method의 약어인데 BM특허라고 하는 것들을 보면 사실 새롭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나 비즈니스 방법이 새롭지 않은데 특허가 된다니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BM 특허의 인정과 유행은 인터넷의 보급과 발달로 인한 것이다.

즉, 비즈니스 모델 또는 비즈니스 방법은 새롭지 않지만 이를 인터넷을 통해 구현한 것이 새로운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인터넷 보급 초창기에는 많은 BM 특허들이 등록됐다. 대표적으로 역경매 특허, 에스크로(escrow) 특허 등 오프라인에서는 예전부터 널리 이루어지던 영업 방법(비즈니스 모델)이 인터넷을 통해 구현되었기 때문에 이런 BM 특허가 특허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이 너무나 당연한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새롭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비즈니스 방법을 인터넷으로 구현했다는 것만으로 특허가 되기는 어려워졌다. 사실 BM 특허의 인정과 유행은 IT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가 가능한 범위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더 넓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이든지 특허가 된다는데 왜 내 아이디어는 특허가 안 된다고 하느냐고 오히려 따지는 사람도 생기는 상황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BM 특허의 정의와 인정 이유 등을 이해한다면 BM특허라는 것도 결국 기술이 기반이 되는 것이고, 지금과 같이 IT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는 그 아이디어가 차별성이 없다면 결국 특허로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실제 IP 관련 상담이나 컨설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IT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기술과 기능의 차이이다. 물론 사전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식재산의 관점에서 기술은 사람이 바뀌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만, 기능은 사람이 바뀌면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지식재산 중 특히 특허에서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은 기능이 아니라 기술이다. 법에서도 특허의 보호대상이 기술적 사상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바뀌면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기술이 아니므로 보호 대상이 아니고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사람의 행위는 특허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아이디어이고 그것이 기술이라면 무엇이든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어서 특허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과 기술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 이유는 실제로 IT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프로그래머나 관리자 등 사람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또한 그 사람이 하는 일 자체가 특허가 된다고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허에서의 기술이란 사람이 아닌 장치 즉 컴퓨터가 하는 일이 기술이고 그것이 특허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IT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이 특허와 관련해 범하는 또 다른 오해와 실수는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다. 흔히들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은 특허가 안 된다면서요"라고 하면서 물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알고리즘 자체나 프로그램 자체는 특허의 대상이 아닌 것은 맞지만, 알고리즘 자체나 프로그램 자체가 아닌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되는 기술적 사상 즉 알고리즘의 내용이나 프로그램의 내용은 특허의 대상이다.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은 결국 그 내용이 기술이고 하나의 방법이며, 방법은 대표적인 특허의 대상이다. 따라서 알고리즘 자체나 프로그램 자체는 특허의 대상이 안되겠지만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의 내용은 특허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 자체나 프로그램 자체는 특허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잘못 오인하여 실제 상담이나 컨설팅에서 기술 내용을 설명하면서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누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핵심을 빼고 특허를 등록 받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결국 자칫 자신의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사실 IT분야에서는 특허가 중요하고 또한 다양하고 수많은 특허가 창출될 수 있는 분야이다. 또한, 특허의 중요성과 IT 관련 모든 분야가 특허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도 이제 어느 정도 널리 확산되고 보급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허란 기본적으로 기술을 대상으로 한다는 변하지 않는 기본 명제가 있다.

따라서 IT 분야에서도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특허를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이러한 필수조건을 충족시키는 중요한 요소인 알고리즘과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IT 분야에서도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특허로 권리화되고 더욱 더 잘 보호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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