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무제 앞두고 국내 SW업계 원격지 개발 문제 재점화

[아이티데일리] 소프트웨어(SW) 업계 숙원과제 중 하나인 원격지 개발 허용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한해 약 1년간의 계도기간을 갖게 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과 적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원격지 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공공부문 클라우드 확산으로 원격지 개발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원격지 개발 이슈는 이미 1년 전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상용SW협회를 비롯한 국내 SW 업계가 원격지 개발 허용을 주장하며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원격지 개발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특히 지난해 본격화된 공공부문 클라우드 확산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상용SW협회를 비롯한 국내 SW업계는 “인터넷을 통해 접속만 하면 개발을 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 확산되면서 시스템적으로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에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기 좋은 시점”이라며 “뿐만 아니라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가 클라우드 계통으로 가게 되면서 공공 부문 원격지 개발을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SW기업들은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면 인력과 자원 측면에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우수 인력 이탈 방지 ▲SW품질의 향상 ▲인력운영 용이 ▲효과적인 리소스 활용 ▲시간의 효율적 분배 ▲계약서에 보이지 않는 비용에 대한 절감 등이다.


개발인력 확보·관리·활용 효율화 및 비용 절감 효과 기대

SW업계 주장에 따르면, 일단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면 중소 SW기업들 입장에서는 개발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지방에 내려가 개발하는 것을 꺼리는 개발자들의 심적 불만사항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속 개발자들의 관리도 간편해진다. 공공사업을 수행하는 SW기업에서 유휴 인력 및 과업 수행인원을 직접 관리할 수 있고, 이에 추가적으로 생기는 과업에 인원을 투입하기가 수월해진다.

또한 개발자들이 지방에 내려가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방식으로 과업을 진행하게 되면 계약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개발자들의 체류비 등이 발생하는데, 이 같은 비용들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개발자들의 업무에 SW기업 내 헤드 개발자가 과업에 관여, 지도편달을 할 수 있어 SW품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생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를 활용해 SW를 개발하게 되면 개발에 필요한 리소스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고, SW개발 시간 감소도 가능하다.

SW기업뿐만 아니라 공공사업을 발주하는 기관 역시 원격지 개발을 시행하게 되면 많은 이점을 취할 수 있다. 이병무 한국상용SW협회 정책국장은 “먼저 추진 사업에 대한 시간과 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도가 증가하게 되고, 기업의 우수 인력을 통한 SW제품 품질 만족도도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추가적으로 단순히 과업에 투입된 인원수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헤드카운팅 제도까지 타파하게 되면 원격지 개발로 절약되는 예산을 적절한 과업에 분배할 수 있고 효율적인 사업의 운용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원격지 개발의 애로사항 조사 결과(출처: SPRI)

“SW개발 문화 혁신 위해 원격지 개발 시범사업 추진해야”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공공 SW 사업에서는 보안 등의 이유로 발주기관 내부나 인근 지역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원격지 개발 활성화가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업계는 공공SW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주처가 과업을 바꾸는 경우가 잦고, 이러한 요구사항을 즉각 반영하기 위해 ‘페이스 투 페이스’ 개발을 요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SW업계에서는 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막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 사업에서라도 시범적으로 원격지 개발을 의무화하고, 여기에 헤드카운팅으로 인건비를 책정하는 관행을 타파하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원격지 개발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사업 예산에 책정되지 않은 원격 개발에 필요한 장비, SW 등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부에서도 원격지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SW 구축사업을 SI(시스템통합)과 같은 용역분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서비스의 관점으로 보는 등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 제도를 신설하겠다는 개선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019년 10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정부 혁신 6대 추진과제’를 통해 공공부문이 민간의 서비스를 적기에 도입·운영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서비스 전문계약 제도를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 원격지 개발 확산을 위한 개선사항 조사 내용

그러나 업계는 이러한 정부의 제도적 개선만으로 원격지 개발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업계가 제안하는 해결 방법은 무엇보다 공공사업 발주기관과 정부, SW기업 사이에 있는 이해관계의 간극을 줄여야한다는 것이다. SW업계는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청회 주최 및 협의체 구성 ▲원격지 개발을 시범 사업에 적용, 테스트 ▲원격지 개발 제도의 명확한 문서화 ▲공공기관 제안요청서에 원격지 개발 의무화 비중 증가 등의 네 가지 방법으로 공공기관과 정부, SW기업 사이 이해관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무 한국상용SW협회 정책국장은 “표면적으로라도 원격지 SW개발 사업을 명시한 공공 SW사업이 2018년도 40%수준에서 10%p정도 상승한 50% 수준이 된다면, 기업은 약 157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간접 고용의 일자리가 추가적으로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정책국장은 “과도한 출장업무 부담, 발주자와의 ‘갑·을’ 관계에 따른 종속적 업무 행태 등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함하는 개발자 처우 개선이 이뤄진다면 기업의 원가절감과 우수인력 유지라는 큰 수혜를 SW 산업 종사자들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페이스 투 페이스’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발주처-수행사간 명확한 과업 요구 및 신뢰관계 확보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통해 국내 SW 개발 문화가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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