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투자비에 ROI 입증 어려워...CEO 설득이 열쇠

국내 IT업계에 UC사업을 안한다는 업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통합커뮤니케이션(UC: Unified Communication)은 1~2년 전부터 유망사업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발표된 UC사례는 다섯 손가락을 겨우 꼽을까말까할 정도다. 이는 UC가 촉망받는 사업이긴 하지만 아직 여러 장애물에 봉착해 있음을 말한다.

시스코 시스템스 코리아, 어바이어코리아, LG 노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IBM 등 국내 UC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주요 7개사의 영업 담당자들에게 국내 UC사업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현재 국내 UC확산이 힘든 이유로 ▲전사 프로젝트다 보니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ROI(투자대비효과) 입증이 어려워 최종 CEO의 투자 승인(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힘들고 ▲더군다나 UC에 대한 제대로 인식하고 있거나 필요성을 느끼는 CEO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투자환경에 관련한 점들을 가장 큰 난제로 꼽았다.
또한 ▲타사 제품과의 연계가 어렵다는 기술적인 한계와 ▲기업 내 UC사업 추진 조직이 일원화 되지 않은 점도 UC확산의 장애요소로 꼽았다.

UC 효과…'비용절감이냐 생산성 향상이냐'
국내에서 UC사업을 펼치고 있는 업체들은 크게 통신장비 업체와 애플리케이션 업체들로 구분된다. 이들은 공히 UC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약간의 이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들이 비용절감을 내세우는데 반해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은 생산성 향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국내 대다수 기업들이 ROI를 중시하는 편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통신장비업체들이 U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응해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은 "기업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UC 프로젝트에 접근하고 있는 게 UC사업 확대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며 "비용절감 보다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접근해야만 프로젝트가 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사무실 업무처리 수단이 타자기에서 PC로 넘어갔을 당시, 종이를 아낀다는 것보다 업무 생산성 향상 측면의 이점이 부각돼 빠르게 PC 보급이 확산된 것과 마찬가지로, UC역시 기존 전화에서 IPT로 전환 시 단순히 통화비 절감만이 아닌 PC에서 이용 가능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전화기에서 사용할 수 있어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 부각돼야 한다는 게 애플리케이션 벤더들의 주장이다.

CEO들을 설득하기 쉽지않다
그러나 ROI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 제시가 없는 한 당분간 UC에 대한 수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더 우위에 있다. 여기에는 전사적이고 또한 막대한 비용이 투자돼야 한다는 UC사업의 특성이 한 몫 한다. 무엇보다도 CEO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아직 UC에 대한 별다른 인식도 없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최고 경영자들을 상대로 ROI 효과를 뺀 어떤 설득력도 먹혀들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UC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은 대개 정보공유를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 노후화된 PBX 교체나 이메일 시스템의 고도화(화상회의 기능 추가) 등을 앞세워 UC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포탈, 그룹웨어 등에 대한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이미 투자했는데 왜 또 해야 하나'라는 반문을 던지고 있어 최종 의사결정을 받기 까지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CEO의 일정관리나 결재 업무 대부분을 비서가 대신 하기 때문에 실제 경영층에서는 현업 실무자들이 겪고 있는 업무 프로세스의 불편함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게 UC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에 CEO에게 'UC 프로젝트를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인식시키고 이를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현재 UC벤더들의 최대 과제다.

기술적 한계·추진조직 이원화도 풀어야할 난제
이 밖에 UC 벤더별로 제품의 태생부터가 달라 통합, 연계 시 기술적인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UC사업 확대를 늦추고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통신장비 업체의 관계자는 "IP PBX는 대체로 각 통신장비 업체의 의존도가 높게 설계돼 있어 어떤 소프트웨어든 연동을 하기 위해서는 통신장비 업체가 직접 인터페이스를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UC가 전사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교환기와 애플리케이션을 관리, 운영하는 조직이 각각 달라 통합 프로젝트 추진이 쉽지 않다는 점도 벤더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실제 UC벤더들 가운데 시스코, 어바이어 등 통신장비 업체는 교환기를 담당하는 총무팀을, 또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애플리케이션 업체는 전산팀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는 형편이다. 총무팀과 전산팀 중 어느 조직이 프로젝트의 주 사업부가 되느냐에 따라 UC벤더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물이 산재해 있지만, UC가 통신이나 PC시장의 신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업체들이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이들은 모두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요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에 같은 표를 던지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 통합커뮤니케이션(UC: Unified Communication)은 전화, 팩스, 이메일, 핸드폰, 메신저, 쪽지는 물론 최근 새롭게 등장한 영상통화, 보이스메일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 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단일 플랫폼 상에 통합, 구현함으로써 기업 조직 구성원에 대한 원 포인트 액세스(one point access) 및 실시간 협업 환경을 구현하도록 한다. 또 UC 도입 시 기업의 자원관리계획(ERP), 고객관계관리(CRM), 판매자동화(SFA) 등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실시간 멀티미디어 통신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UC를 구현한 기업의 조직원들은 텔레포니 기능과 메시징, 컨퍼런스 애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지 실시간 업무 공유를 할 수 있게 돼 업무 지연을 최소화하고 각각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통해 의사교류를 했을 때에 비해 비용 절감 및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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