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아웃소싱이 개화기를 맞아 IT시장의 화두이긴 하지만 독립소프트웨어업체(ISVs)나 SI업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아웃소싱 장기 계약이 느는 가운데 계약 기간동안 사용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IT아웃소싱 업체의 의견이 크게 좌우하게 되면 SI업체들이나 ISV들은 IT아웃소싱 업체들을 제2의 고객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IT아웃소싱은 지금 당장 IT시장을 활성화하는 호재이며 많은 IT업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후, 10년 후가 되면 오히려 IT아웃소싱이 시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2의 고객 등장
현재 한국IBM과 10년간 IT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대형 사용자로는 대한항공, 태평양, NHN 등이 있는데 이들이 앞으로 10년 안에 새로운 IT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최종 결정을 직접 한다해도 한국IBM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가령 대한항공이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를 추가로 도입하고자 할 때 한국IBM의 조언을 구할 수도 있으며 한국IBM은 대한항공의 WAS 입찰에 자사의 제품인 웹스피어를 제시해 참여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서버를 추가 도입할 때도 한국HP,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의 제품을 검토하겠지만 한국IBM의 서버가 다른 제품을 제치고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결정은 사용자 자신이 직접 하지만 그것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한국IBM 소속이며 결정권을 쥔 사람들은 운영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수밖에 없다.

SI업체들에게도 문턱 생겨
APM 업체 한국컴퓨웨어의 박내석 팀장은 “아웃소싱으로 APM 시장도 호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ISV들에게는 영업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났다”며 털어놨다. ISV들 이외에도 SI업체들에게도 아웃소싱은 수혜주만은 아니다. SI업체들이 직접 아웃소싱을 수행할 경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형 외산 업체인 한국IBM이나 한국HP가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고객사에게는 문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룹사에 속해있지 않은 금융시장의 경우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으나 운영 아웃소싱을 위탁한 고객사들은 사실상 아웃소싱 수행업체들과 끈끈하게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삼성SDS와 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한국산업은행이 앞으로 계약 만기인 5년 안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할 때 이 사업을 LG CNS나 SK C&C가 수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던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본사 전략 담당 부사장 래리 싱어는 “IBM이나 HP같은 하드웨어 업체가 아웃소싱을 직접 수행하게 되면 SI업체들과 결국 경쟁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앞세워 하드웨어 업체에 귀속시켜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계약기간 종료 후 재계약은 필수
장기 계약을 했다 해도 계약기간인 5년이나 10년 후에 사용자가 IT아웃소싱 수행업체를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사용자가 IT아웃소싱 수행업체를 한국IBM에서 한국HP나 삼성SDS로 바꿀 경우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우선 아웃소싱 계약을 맺으며 이관했던 IT자산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등장한다.
10년 전이나 5년 전에 IT자산을 이관하면서 일정 금액을 받았으나 재계약 시점에서 그것을 다시 사오려면 팔았을 때의 가격과 차이가 날 것이다. 만약 한국HP가 한국IBM 고객과 계약을 맺게 되면 한국IBM이 고객의 IT자산을 이관하면서 처음 사왔던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는 5년, 7년, 10년으로 장기 계약을 맺었으나 큰 이변이 없는 한 재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계약으로 20년 이상 한국IBM이나 한국HP와 같은 하드웨어 업체에게 아웃소싱을 위탁했을 때 IT시스템이 한 벤더의 제품으로 도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해정 기자 hjpark@it-solutio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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