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 마감 소회⑥: 윤병옥 ㈜로봇앤휴먼네트웍스 대표

▲ 윤병옥 ㈜로봇앤휴먼네트웍스 대표

[컴퓨터월드] 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상용SW백서 작업에 집필진으로, 2017년 결산 세미나에는 발표자로서 참여했다. 백서 작업에는 처음 참여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족히 10배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그 성과 중 하나로 이후 사무실에는 2질의 글로벌 상용SW백서가 비치돼 있었다.


SW분야 종사자들에게 글로벌 상용SW백서의 가치란?

올 봄에 업무회의차 본사를 방문한 중앙부처 출신의 SW기업 대표분에게 백서 자료집 1질을 선물했다. 그런데 그분이 5,000쪽을 가뿐히 넘는 백서를 하나하나 살펴볼 때, 그리고 무게가 12Kg이 넘는 그 무거운 책들을 두 손으로 소중히 들고 가는 그분의 밝은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럴 만한 것이, 그간 SW를 비롯한 ICT 관련 기관별로 산발적으로 자료집이 발간됐으나 상용SW 기술 현황과 시장 규모·동향, 주요 이슈, 기술개발방향 뿐만 아니라 국내외 분야별 상용SW의 제품을 조사·분석하고 현황맵까지 도출한 자료집은 이전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방대한 분야별로 나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분들이 집필진으로 대거 참여해 나온 결과물로 자료의 신뢰성이 높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는 것은, 자료집을 살펴보는 그분의 얼굴이 입증해주고 있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주요국의 SW(ICT) 정보 수집/활용 시스템 현황

상기 백서의 가치와 활용성의 확대를 생각하며, 주요 선진국의 관련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SW를 포함한 ICT 분야 관계자들은 익히 알고 있듯이 EU,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90년대 초반부터 SW를 포함하는 ICT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고품질의 최신 정보를 생성, 이를 정부 책임자, 정책 입안자, ICT 기업, 기술 벤더와 이용자, 시장 분석가와 컨설턴트, 투자 은행, R&D 조직, 언론과 미디어 등에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EU의 EITO(European IT Observatory)는 역내·외 IT/SW 시장에 관한 수치 데이터와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관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유럽 32개국 금융 기관 협회의 연합체인 EBF(European Banking Federation)는 EU 32개국 3,500여개 금융기관의 금융SW 투자규모를 조사해 발표하고, 브뤼셀의 EU 정책 입안가들을 초대해 조사 결과를 EU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등 금융 기관의 SW 투자를 경쟁력 있는 무형 자산을 획득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었다.

캐나다는 자국의 디지털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비영리연구센터인 ICTC(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Council)를 운영하며 신뢰성 있고 검증된 데이터 기반의 정책 어드바이스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ICT 산업, 교육 기관, 정책 입안가들의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해 ICT 분야별 패널 데이터(캐나다 통계 데이터 활용)를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ICT 시장 트렌드 분석 및 예측 보고서를 도출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상무부 산하에 NTIS(National Technical Information Service)를 운용하며 연방 기관들의 의사결정을 데이터에 근간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NTIS는 새로운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 분석, 분류, 취합할 수 있는 지원과 구조를 제공하며 또한 민간 부문 파트너의 지식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한다.

조인트 벤처 프로그램의 경우 ▲공공과 민간 데이터 통합 ▲연방 데이터의 접근성, 이용, 검색, 상호운영성 향상 ▲데이터 프로덕트, 플랫폼, 서비스 스위트 생성 ▲실제 이용자와 실제 데이터로 데이터 과학 접근방식으로 검증 등의 방식으로 민간 기업, 비영리 기관, NGO, 학술 기관 등을 선정하고 협력한다.


글로벌 상용SW백서의 시스템화 및 서비스 인프라 구축할 때

우리는 상기 EU 등 주요 국가의 사례를 주의 깊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EITO는 유럽연합 회원국 28개국을 비롯해 비유럽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브라질, 터키에 대한 ICT 시장 데이터 분석 및 전략 개발을 위한 시사점도 도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견줘봤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왔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SW R&D 정책은 일관성과 체계성 없는 기술 분류가 이뤄지고, 상세한 산출 근거를 알 수 없는 IDC, 가트너(Gartner), 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 Research) 등 해외 리서치 기업의 자료에 의존하고, 시시각각 변동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데도 미흡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할 수 있다.

SW 분야는 이슈에 따라 기술 분류 변화가 심하고 통계 자료의 경우 해외조사기관에서 제시한 제한된 분류체계에 의존, 정부 및 민간에서 활용키 어려운 상황이다. 또 정부 기술 분류 체계가 매년 바뀌어 일관성 있게 시장을 분석하기 어려우며 IT 서비스, 패키지 SW 등 수십 년 전의 분류체계로는 현 상황 반영에 한계가 있었다.

이제 기존 산업과 SW가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돌입했으니, SW 중심으로 전 산업을 조망할 수 있는 자료(data) 생성과 민관 활용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당 산업의 플레이어들과 SW 전문가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SW가 해당 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기존 군맹무상(群盲撫象)같은 업무방식을 탈피해 산·학·연·관이 SW R&D 등 이슈를 공유하고 협업하며 산업을 육성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ETIO, NTIS 등과 같이 정부와 민간(ICT 리서치 전문 기업, 비영리 협·단체, 전문가)이 지속적으로 SW R&D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분야별 SW 시장 동향을 구체적 수치 데이터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SW분야에 있어 정부와 민간이 상호 협력을 통해 미래 SW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국내 SW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미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글로벌 상용SW 백서를 기획하고 완성한 경험, 참여 인력, 근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 R&D, 산업인력, 기반, 제도 등 SW산업 전반을 포괄할 수 있는 워킹 프레임(Working Frame)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비전과 전략 개발, R&D 주제 발굴, 인력양성 로드맵 수립, 기반 인프라 구축, 제품거래 및 해외홍보 등을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행히 SW 관련 법제도 분야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관련 법정비가 이뤄져 입법예고가 되고 법안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SW는 이종 산업 간 융합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다수의 SW연관 공공기관, 관련 이종 산업의 협·단체, SW산업리서치 기관, 민간 전문가군과의 협업을 지속가능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재정 지원과 지배 구조를 설계하고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글로벌 상용SW의 시스템화 및 운영 재원 마련과 더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다. EITO의 태스크포스가 진행한 연구 활동은 유러피안 커미션(European Commission)과 OECD의 재정지원과 유럽연합 통신기업인 도이치텔레콤, 텔레콤 이탈리아 모빌레(Telecom Italy Mobile), 컨설팅 기업인 KPMG의 후원을 받고 있음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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