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용SW 백서 프로젝트 마감 소회 ②: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컴퓨터월드] 우연히 시작한 작업이었다. 고백하건대 상용소프트웨어 백서 발간작업에 합류하게 되어 시간을 쪼개 문서 작업을 하는 일은 처음 생각과는 달리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작가가 마감시간에 쫓겨 글을 내듯 책임자의 요청메일을 받고서야 괜한 일을 벌였나 하며 힘겹게 끝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백서가 완성되고 해를 넘긴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을 보며 뒤늦은 보람을 느낀다.

필자가 맡은 부분은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 안에서도 글로벌 소프트웨어 이슈였으며 국가별 소프트웨어와 ICT시장 동향에 이어 이를 다시 트렌디한 기술별로 주요 국가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기술별 주요국 동향 등 백서 발간 1차 년도에 비해 가장 많이 늘어난 부분이었을 뿐 아니라 국가별, 기술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봄으로써 우리 소프트웨어 시장의 좌표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다른 파트와는 달리 세부적인 기술보다 글로벌 시장 안에서의 기술 트렌드를 짚어보며 우리시대 기술과 비즈니스의 맥락을 파악해 보려고 노력했다.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글로벌 소프트웨어 부분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정용득 팀장을 비롯한 해외 무역관들, 그리고 소프트웨어 해외진출에 잔뼈가 굵은 양현진 팀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백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여기서 또다시 언급해 요약하는 것은 지면낭비일 것이라 생각되어 생략한다. 다만 시대를 읽어본다는 의미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었기에 여기서는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을 풀어내려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20여 가지의 기술에 대한 국가별 움직임을 정리하며 백서 발간 작업을 하는 내내 계속되는 의문은 왜 ICT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인터넷으로 촉발된 정보화 혁명 시기 동안 세계적으로 성공한 IT기업을 만들어 내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 이를 가능케 하는 딥러닝, 5G 등 이제는 익숙하게 들리는 이런 기술들이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지금 우리는 정보화시대에 어떠했는지 되짚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은 새로운 이름을 달고 그 외형을 달리할 뿐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중의 인식과 호흡을 같이 한다.

숨 가쁘게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이름의 기술에 대해 시장현황을 파악하고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생태계를 공부하며 이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는 생각도 중요하지만, 이 기술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타인이 만든 개념을 쫓아 똑같이 실체화하는 과정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과 시장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의심하고 질문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SW 지도를 갖고 세계로 나가자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는 박상욱 수석(IITP)이 지난 기고에서 밝혔듯 보이지 않는 길에 눈 밝게 해주는 대동여지도와 같은 것이다. 정확한 비유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형을 파악했으니 이제 스스로 개념을 만들고 우리 것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이론과 실행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진출을 처음 시작하는 기업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해외 시장진출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산업과 타깃 지역을 선정한 후 제품을 영문화 하는 등의 진출준비를 마치고 해외 전시회에 참여해가며 파트너를 발굴하는 데 까지만도 최소 1~2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이후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고객을 발굴하고 실제 시범사업을 수주하여 신뢰를 쌓은 고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평균 3년에서 5년이 소요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긴 흐름을 예측하지 못하고 초기 1~2년에 몰입했다가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여유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초기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준비 시간을 줄이려면 해외시장 경험이 풍부해 인적 네트워크를 많이 보유한 직원을 고용한다든지, 코트라(KOTRA), 무역협회, 지자체, 소프트웨어 협회 등에서 진행하는 비즈니스 상담회, 지원사업 등을 활용하거나 해외 시장 판매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도 아니라면 검증된 해외 컨설팅 업체를 활용할 수도 있겠으나 이를 위해서는 실제 해외 파트너 발굴부터 시작해 수출까지 성사시킨 업체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패키지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약 34억 5,900만 달러(약 40조 원)이다. 수치로만 보면 굉장히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약 40조 원의 수출 금액 중 매출액 300억 원에서 1,000억 원 미만 기업 수출액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의 경우도 대형 시스템통합(SI) 기업이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수출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즉, 매출액 100억 미만의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의 해외 수출은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극소수라는 것이다. 수출지역 또한 중국이 46%, 동남아가 18%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IT강국이라 자부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는 왜 수출이 활성화되어 있지 못할까?

이는 정보 없이 준비하고, 준비 없이 진출하는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일 수 있다. 우리 제품에 맞는 지역과 업종, 그리고 타깃 시장에 대해 꼼꼼히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오역 없이 잘 준비된 영문 문서와 기술지원 방법, 해외 장애사이트 발생 시 대응 방안 등을 먼저 확보하여 행여 브로커에만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글로벌 시장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SW 시장조사 자료 절실

필자는 현재 여러 분야에서 성공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들의 시간을 빌려 소위 4차 산업이라 일컬어지는 분야의 기업들이 아이템을 사업화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 업무 특성 상 각 분야의 전문가들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의 대표들을 만나게 된다.

장담하건대 글로벌 시장진출은 모든 기업 대표들의 꿈이다. 세계화 시대에 국경이라는 개념은 기술, 경제 분야에 있어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며 심지어 내수 시장에 특화된 기업들조차 기회만 된다면 해외진출을 하고 싶어 한다.

국가 연구 과제에서도 평가 기준에 사업화, 특히 제품의 수출가능성은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그 비중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반면 어떻게 해외 진출을 해야 할지 방법을 알고 있거나 수출에 성공한 기업은 손에 꼽히는 상황이다. 이에 총괄위원으로 합류하게 된 몇 안 되는 기업인으로서 지면을 빌어 아쉬운 점을 덧붙이고 싶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소프트웨어 시장 로드맵은 고사하고 정리해 내고 싶은 소프트웨어 현황과 관련된 기본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트너, IDC 등의 자료를 비용을 부담하고 사 보아야 하는 실정이었다.

해외진출을 독려하는 분위기에 맞지 않게 어느 부처도 공식적으로 시작한 곳이 없었으며 각 나라별 이슈와 트렌드를 정리해 둔 자료가 국내에서는 코트라 현지 무역관에 의존해 받는 자료가 거의 유일무이했다. 그나마 참고할 만하게 나온 통계 자료는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수출 실적이 상당부분 부풀려져 있었으며 소프트웨어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기업 대표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실적으로 채워져 있어 실제 상황과 괴리감을 주는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공공기관에서 내는 자료들이 이러하다면 일선 기업, 특히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찾아보는 시장조사 자료에서부터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인식에 근거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해마다 해외시장 관련 기사에는 큰 변함없이 동일한 기업들 일색으로 유망기업과 이들이 진출하는 지역에 많은 변화가 없어 역동성을 느끼기 힘들다.

물론 이것이 신규 해외진출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지만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더 많은 기업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보와 토대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기술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가 아니라 시장 안에서 가치 있는 기술을 발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로벌 상용 소프트웨어 백서의 발간 작업은 그러한 의미에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 기업은 해외진출을 위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해외진출과 관련하여 풀리지 않는 의문을 안고 당사를 방문하는 대표이사들에게 준비과정에 대해 질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바이어 및 채널 파트너를 발굴하고,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여 해외진출 하겠다는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답변을 한다.

자사 소프트웨어 제품의 글로벌 시장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주요 플레이어는 누구인지, 그들의 제품과 자사의 제품을 비교하여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기도 어려웠거니와 단순히 소프트웨어 제품의 한글 소개 자료와 솔루션을 영문화한 것만으로 해외 진출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외 파트너 또는 고객이 “왜 당신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필자는 이번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글로벌 이슈 편을 만들면서 이러한 질문들에 우리 기업들이 최소한의 답을 발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구글과 같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탄생했을 때 “상용 소프트웨어 글로벌 이슈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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