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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블록체인과 제도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컴퓨터월드] 비트코인으로 인해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위·변조와 관련 논란이 뜨겁다. 즉 위조 및 변조,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환경이든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기존의 중앙 집중시스템이 위조나 변조, 해킹도 가능하다는 잘못된 전제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도 위조, 변조,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중앙집중식의 경우 변조는 불가능하고, 해킹 이후 이뤄지는 위조는 가능하고, 해킹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과 관련,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한호현 교수를 통해 기술적인 관점, 경제적인 관점, 제도적인 관점 등으로 나눠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기술적 관점(4월호)과 경제적인 관점(5월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제도적 관점에서 살펴봤다. <편집자>
   
▲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한호현 교수는 현재 스마트카드 표준단체인 Asia IC Card Forum(AICF)의 회장이기도 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총괄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과 현대정보기술 등 민간 기업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보안 및 정책 관련 전문가이다. 저서로는 RFID핸드북(역서) 등이 있으며 정보통신 관련 분야에서 모두 3개의 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실시간부가가치세 징수제도 설계, 금거래소 설립, 전국호환교통카드 등 금융관련 분야에서도 큰 경험을 갖고 있다.


이상한 틀에 갇혀 버린 이상한 상황

블록체인은 분산, 개방, 공유 등의 가치를 표방한다. 참여자의 자율적인 운영을 기반으로 하며 제3의 신뢰기관이나 운영자, 관리자 등을 두지 않음으로써 특정 주체의 책임을 배제한다. 블록체인은 자체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틀이다. 블록체인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 정부에 블록체인 정책이나 규제를 강하게 요구한다. 대부분 블록체인 기업이나 여기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한편으로는 자율을 외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통제를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각종 협․단체를 구성한다. 줄잡아 10여 개가 넘는 조직이 활동 중이다. 정부나 국회의 입법안도 벌써 5개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결국은 자율과 규제라는 양면의 현상이 공존도 배척도 아닌 이상한 틀에 갇혀 버린 상황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에서 규제는 대체적으로 산업 발전에 장애요인이 되기 쉽다. 산업육성을 위해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 이유다. 그런 면에서 자율을 표방하는 블록체인 업계나 전문가들이 정책이나 규제를 외치는 이유는 그저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부에서 육성정책을 펴야한다고 한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해야 한다고도 한다. 가상화폐를 정의하고 가상화폐거래소를 규제해야 한다고 한다.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한마디로 블록체인 산업을 정부가 주도하여 육성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과거 저개발 당시의 국가가 산업을 육성한다는 틀이 되살아난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이 블록체인이 분산, 개방, 공유, 자율 등의 가치와는 상충되고 있음을 모르는 듯하다.

한마디로 간섭을 배제하고 제3의 신뢰기관이나 운영주체를 두지 않는 상태에서 운영하는데 굳이 외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쉽게 찾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규제를 원하는 일반적인 원인에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집단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체로 기업들은 이익 집단을 형성해 그들의 이익을 최대로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고자 한다. 여기에서 나온 규제는 그 산업의 진입장벽이 된다. 한번 진입장벽이 만들어지면 신규 진입이 어렵게 된다. 이는 기득권을 보호하고 산업내의 경쟁을 막게 된다. 울타리 규제일 뿐이다.


규제할 수 없는 기술이지만 규제해야?

규제는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산업육성, 투자자 보호 등과 같은 막연한 주장은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들은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가 왜 해킹이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불법 자금세탁에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부작용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도 해킹이 가능하고 위조가 가능함을 부정하려한다. 모순투성이다.

기술이 발전하려면 사기나 부정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한다. 이러한 모순투성이의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 정책이나 규제를 이야기하는 배경은 집단의 이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생각은 결코 나쁜 일은 아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장할 수 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가 만들어 졌을 때 피해를 보게 되는 잠재 집단의 목소리가 거의 없거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잠재 집단에는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기업도 포함된다. 새로운 규제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집단은 예상외로 많다. 새로운 규제로 이익을 보게 될 집단도 많다. 규제 기관도 새로운 규제를 운영하기 위해 인력을 늘리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블록체인은 정부가 규제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도 주장한다. 분산 환경으로 특정 국가의 규제만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블록체인 산업에서만 특이하게 볼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이중적인 태도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규제에 나서기 전에 이러한 모순이 있는 부분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업이나 전문가도 더 이상 위와 같은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일관된 주장이 필요하다. 오히려 정부가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규제를 해야 한다고 나서야 할 형국이다.

가상화폐 거래는 익명성에 의해 탈세나 자금세탁의 가능성이 높다. 국가간 가상화폐 이체를 통한 자금 유출입도 생겨난다. 외환관리법을 무력하게 할 수 있다. 범죄에서 자금을 수취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거래소의 편법, 불법적인 행위도 발생한다. 가상화폐 판매를 두고 다단계나 사기 등의 피해도 상당하다. 이러한 행위로 생겨나는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도입한 사례가 사실상 핵심 규제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ICO에 대한 전면 금지 입장도 아직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정책의 분리 대응

정부는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의 현명한 정책이나 규제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소 늦은 편이다. 미국은 2013년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일본도 2015년부터 현실적인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중국은 가상화폐와 관련된 ICO나 거래소 거래를 전면 중지시켰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관계이다. 현재까지 대부분 피해 사례는 가상화폐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혹자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가상화폐는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리할 수 없는 대상을 두고 육성과 규제를 해야 한다는 난처한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정부의 정책기저는 다음과 같은 틀에서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어느 산업이든지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육성이란 측면도 산업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에 국한해야 한다. 기존 틀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나 가상화폐가 갖는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 국가간 공조도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위해 3가지 관점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첫째,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분리 대응이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본다든지 분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든지 하는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 블록체인에 대한 정책과 가상화폐에 대한 정책을 분리해야 한다. 이를 단순하게 하나의 법률이라든지 규제의 틀 속에 담게 되면 상호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은 기술 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가상화폐는 금융자산의 성격이나 재화의 성격으로 보아야 한다. 가상화폐가 갖는 경제적, 사회적 현상이 지나치게 확대된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

둘째,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는 새롭게 등장해 매우 빠르게 성장한 분야이다. 이런 분야에서는 격차가 심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이해 관계자를 발굴하여 참여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법이나 규제의 준비 과정에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기업들을 과도하게 참여시키고 규제를 왜곡해 정책을 특정 집단에게만 유리하게 만들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셋째, 국가간 공조이다. 블록체인은 특정 영역에서만의 정책이나 규제로 그 성과를 거두기 힘든 특성을 갖고 있다. 분산, 개방, 공유라는 특성이 반영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의 기술을 지나치게 한 국가의 관점에서 처리할 경우 그로 인한 다양한 폐해가 있을 수 있다. 주변 국가가 규제를 하는데 우리만 방치할 수도 없고 주변 국가가 육성을 하는데 우리만 방치할 수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끝으로 블록체인 산업계나 가상화폐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이나 전문가들의 편향된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반대의 목소리도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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