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4차 산업혁명시대의 SW인재 양성’ 좌담회 개최

▲ 본지 컴퓨터월드/IT DAILY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SW인재 양성’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컴퓨터월드] 4차 산업혁명시대는 소프트웨어(SW)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의 주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등이 산업을 주도하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발전의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기 시작했고, 성장속도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신설했다.

그러나 SW 중심 시대에 걸맞은 인재들은 얼마나 되고, 제대로 육성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산업에서 필요로 하고, SW 중심의 급변하는 사회에 적합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 양성은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는 정부대로, 대학교는 대학교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SW가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양성에는 여러 부분에서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본지는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시대의 SW인재 양성’이라는 주제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 국장을 비롯해 대학교수, 대덕SW마이스터고등학교장, 그리고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미래 디지털 사회를 이끌어 나갈 우수한 SW인재 양성 방안 및 지원 정책’ 등에 대한 논의 및 의견을 듣기 위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마치 봇물을 터뜨리듯, 의견들을 열정적으로 솔직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쏟아냈다. 이에 따라 기사는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성했다.

참석자 (가나다순)

-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 김홍근 (주)비젠트로 대표이사
-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
- 서정연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 이원주 SW교육혁신센터장 / 인하공업전문대학 컴퓨터정보과 교수
-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한국게임학회장
- 조창제 한국상용SW협회장 / (주)가온아이 대표
- 최부영 대덕SW마이스터고 교장

- 사회: 김용석 컴퓨터월드/IT DAILY 편집주간

 
 

4차 산업혁명은 ‘SW가 중심’

사회: 올해 본지가 주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SW) 수출이다. 해서 지난해 11월 창간기념으로 ‘해외에서 인정받은 국산SW’ 부록을 만들었다. 그간 국산SW라고 하면 불신부터 하는 풍조가 있었다. 그러나 부록을 만들면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국산SW들이 제법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 회사는 베트남 중앙은행의 정보계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따서 600만 달러가량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국내 많은 SW기업들이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폴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의 목소리, 즉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SW인재,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나갈 우수한 SW인재 양성 방안 및 지원정책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먼저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경원 소프트웨어정책관님과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명준 소장님께서 모두발언을 해 주시길 바란다.

노경원: SW교육이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그리고 평생교육으로 넘어가는 흐름에서 어떤 방법을 취해야 우리가 SW강국이 될 수 있을지 전문가분들이 많은 의견을 주면 좋겠다. SW교육 필수화에 따라 초중학교에서 SW교육을 하고 있고, 2015년부터는 SW중심대학 선정도 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 SW를 잘 아는 교수들이 역량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대덕SW마이스터고도 설립하는 등 예전보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은 SW이고, 이제 SW시대가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SW인재 양성을 양적으로 확대해왔다면, 이젠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과 산업계를 연결하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교육기관에서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에서의 SW 교육 문제와 초중고의 교육 문제 등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 SW인력 양성이 정부의 당면과제이고 산업계에서 원하는 부분이므로, 많은 제언들을 해주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도 노 정책관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에 제언도 많이 하고 있고, 관련 정책에 반영된 것들도 많다. 오늘 제시된 예상 의제들이 매우 구체적이라, 이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배경을 조금 설명하겠다.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면서 세계경제포럼에서 ‘직업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전 세계적으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긴다고 한다. 이것은 세계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지역들에서 통계를 내본 것이다. 이에 더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지구상에서 약 1,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비율상으로 우리나라에서 20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인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하면서 겨우 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정도는 겁먹을 만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SW관련 직업군이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단순 코딩만 하는 직종은 사라지지만, 문제 해결이나 의사결정, 유연성을 추구하는 ABCI(AI,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관련 인력 역시 잘 양성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고용의 경직성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풀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SW인재 양성에 있다. 다른 직종과 달리 SW인재 양성에서 새롭고 실험적인 방안들을 다뤄볼 수 있다고 본다.


“일자리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사회: 두 분께서 모두발언을 해주셨는데 말씀 중에 포함된 내용도 있겠지만, 우선 ‘SW인재가 왜 필요하고, 어떤 인재를 양성하는 게 좋은가?’ 하는 문제에 대해 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상용SW협회 조창제 회장님과, 기업 대표인 주식회사 비젠트로 김홍근 대표이사님께서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SW인재에 대해 의견 말씀 부탁드린다.

조창제: 기업은 학생을 가르치거나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개발자를 필요로 하고, 개발자를 통해 SW를 만든다. 실무를 하다 보니 사람이 많이 필요한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인재를 구해 회사를 키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무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 조창제 한국상용SW협회장
/ (주)가온아이 대표
대기업이나 게임사 등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지라도 SW개발자들의 업무량은 적지 않다. 또한 현장에서 과업변경이나 애매한 스펙 한 줄을 요구하는 등 많은 것들을 감당해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SW분야에 좋은 인재가 올지 의문이다. SW회사가 돈을 많이 번다면 좋은 대우를 할 것이고, 그러면 좋은 인재가 많이 오고 대학교의 컴퓨터 관련 학과에도 학생들이 몰리는 선순환이 될 것이다.

사실 중소기업은 개발 환경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연봉도 그렇게 높지 않다. 물론 제조업체들보다는 더 나을 수 있다. 아무튼 개발자들이 중소기업 입사를 꺼리는 것은 사실이다. 중소기업은 서울 10대 대학 출신들을 거의 뽑을 수 없다. 해서 서울에서 먼 대학 인재들을 뽑았다. 그런데 3년 훈련시켜 일할 만하면 대기업이나 게임업체, 외국계 기업, 컨설턴트 등으로 이직하는 게 현실이다.

두 번째는 대학에서 이론 중심이 아니라 실습 위주로 교육해줬으면 한다.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온아이)는 지방대에서 사원을 뽑고 있고, 정부는 이들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가온아이는 미림여자정보과학고와 안산 경기모바일과학고에서 4명을 뽑아 3명은 개발에, 1명은 테스트 직무를 맡기고 있다. 이 학생들은 지방대 졸업생들보다 개발을 잘 한다. 3년 동안 프로그램을 공부했다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등학교 학생들을 뽑아 교육시키는 창구를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다음으로는 외국계 개발자를 뽑는 건데, 이 부분은 우리나라가 약한 것 같다. 현재 베트남 인력은 일본에 다 뺏기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제도적으로 막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서울 10대 대학의 인재를 못 뽑는다면, 다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창구가 많이 열렸으면 한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뽑아 지금은 전문대 졸업자 이상의 대우를 하고 있고,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개발을 좀 더 오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참고로 가온아이는 지난해 25명의 경력 및 신입을 뽑았다.

서정연: 대졸, 석사면 무슨 급이다. 이런 평가는 필요 없고, 실력으로만 해야 한다.

최부영: 올해 졸업생들을 배출하면서 흥미로웠던 게 대기업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봐야 프로그램이나 사업 관리하고 행정일이나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실제 개발을 할 수 있는, 자사 패키지를 갖고 가는 중소기업을 선택했다. 즉 직접 자사 솔루션을 갖고 수익을 만들어내는 회사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회: 비젠트로는 어떠한지.

김홍근: 박근혜 정부에서 스마트팩토리를 시작할 때 정부 관계자들과 향후 공장 자동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독일의 지멘스 공장에 가보니 한 사람이 테스트 및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고, 컴퓨터 엔지니어만 장비별로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는 개 한 마리와 사장님만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비젠트로도 기존에 ERP 솔루션을 하다 스마트팩토리 쪽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개발 인력이 없다.

▲ 김홍근 (주)비젠트로 대표이사
비젠트로는 두 종류의 인재가 필요하다. 먼저 기존 사업에 대한 역량을 채울 수 있는 인력이고, 다음으로 신규 사업을 위한 인력이다. 기존 사업은 SW공학과 및 컴퓨터공학과 대학 졸업생이면 2개월 정도의 기본교육을 거쳐 1년 정도 멘토를 붙여 심화 교육을 할 수 있다. 신규 사업 직무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과 빅데이터, IoT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에 올려 분석하고 시각화(visualization) 하는 인력이다.

이런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기존 재직자들에게는 SW정책연구소와 연계해 세미나나 전시회 등에 보내 기술을 습득하게 하고, 역량 있는 직원은 학교에도 보내고 있다. 또 배운 내용을 회사 내에 전달할 수 있도록 사내 연구소에 모아 놓고 교육을 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도 어려우면 우수한 능력을 갖춘 경력자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다. 신입들은 기존 사업에 투입시키고, 신기술로 무장된 대학 및 대학원 졸업생들은 신규 사업에 투입시키는 것이다.

다만 이건 아직 현실적으로 힘들어 기존 인력을 교육시키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다. 정부가 이런 인력을 모아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을 집중 교육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연구소를 만든다던지 해서 기존의 역량 있는 인력들이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SW직업군은 승승장구

사회: 신입으로 보통 대졸자들을 뽑고, 2개월 정도만 교육시키면 되는 건가?

김홍근: 프로세스 및 기술 교육만 시키고, 이후 부서에 배치해 심화교육을 시키면 1년 정도 걸린다. 이후 실습하면서 프로젝트에 내 보내도 해결에 문제가 없었다.

김명준: 김홍근 사장님께 여쭤보겠다. 기존 인력을 신규 분야에 재교육할 때 어느 정도 집중교육하면 괜찮을지? 12주 또는 20주?

김홍근: 많이 하면 좋다. 그러나 대기업은 1년 6개월씩 교육을 하지만, 중소기업인 비젠트로는 3개월 정도까지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에 투입시켜 실습까지 하고, 기본만 갖춘다면 큰 문제는 없다. 사업 아이디어는 중소기업들도 많이 갖고 있어 활용이 가능하다.

김명준: 왜 이런 것을 물었느냐 하면, SW 집중교육을 위한 부트캠프 같은 것들이 마련돼 있다. 짧으면 12주, 길면 20주 정도 된다.

조창제: 인공지능연구소에서 4개월 정도 프로그램이 있었던 걸로 안다. 신기술을 4개월 만에 습득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서정연: S사의 요청으로 인공지능 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는데, 하루 8시간씩 2주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한 학기 정도 분량이었다. 교육을 위해 시스템 깔고 실습설비 마련해놓고 인공지능 2주, 머신러닝 2주씩 하고 음성언어, 이미지 쪽으로 트랙을 나눠서 심화 과정 4주 정도를 진행했다.

간단히 말해 8주면 인공지능,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언어처리 등까지 가능했다. 8주면 대학원에서 4과목이고 12학점에 해당하는데 어느 정도 전문 수준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더 높은 수준으로 할 수도 있는데, 그 정도 수준의 강사를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올해는 마침 김영란법이 바뀌어 카이스트나 국립대 등의 교수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하루 가르치는 데 강사료를 20만 원 이상 못 받으니, 전부 안한다고 하더라. 문제는 사립대 교수만으로 강의를 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 학생들, 사원들을 뽑았을 때 가장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이었고, 나은 부분은 무엇인지 기업에서 공통점을 뽑아볼 수 있을지? 그래야 회사에서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홍근: 요즘 우리 회사는 자바 교육을 안 시킨다. 대학에서 잘 배워 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자바계열과 닷넷계열 솔루션 두 가지가 있는데, 주로 C# 닷넷이나 제조현장 내 업무교육 등을 시키고 있다. 자체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우리 솔루션이 갖고 있는 프레임워크부터 교육시키는 게 중요하다. 또한 꾸준히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인성이나 팀플레이 부분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다.


“데이터 스트럭처 교육시켜 달라”

사회: 대학에서 이런 것만큼은 꼭 가르쳤으면 하는 게 있다면.

조창제: 데이터 스트럭처와 알고리즘이다. 이에 대해 제대로 배워오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알고리즘은 4년제 과목에 거의 없다.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필요한데, 프로그래밍을 좀 한다는 친구들도 데이터 스트럭처 학점이 굉장히 안 좋더라. 조금 앞서 있는 학교는 알고리즘이 있긴 하던데, 이 과목도 굉장히 성적이 안 좋더라.

저희 때는 4학년 마지막 학기에는 컴파일러 실습을 했다. 요즘 대학에는 한 달 이상 프로그램을 짜는 대학교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대학원에서 연구직은 다르겠지만, 취직을 전제로 한다면 한 학기 정도는 진짜 실습 위주로 프로그램만을 짜는 과목 등을 많이 해야 한다고 본다.

▲ 최부영 대덕SW마이스터고 교장
최부영: 불과 몇 년 전까지 저도 기업체에 있었지만, 이곳 교장으로 와보니 피상적으로 가르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운 목표는 졸업생을 3년차 경력직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철저하게 PBL(Project Based Learning) 방식으로 가르쳤다. 학교에서는 “‘헬로 월드(Hello World)’를 출력하시오”로 시험 한 과목을 볼 수도 있다. 단순히 화면에 표시하는 것을 넘어, 프린트도 할 수 있고 LED로도 할 수 있고,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출력할 수 있다.

이처럼 단순한 이론 위주의 교육을 넘어 실제적인 다양한 활용방법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론 교육을 했다가는 중학교 졸업하고 갓 들어온 애들이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또 C언어를 1학년 1학기에 가르치는데, 이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데이터 스트럭처를 중학교 졸업한 애들한테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등 교수법도 문제가 됐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에서 강사를 초청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상당한 수준으로 올려놨다. 일단 SW가 좋아서, 재미를 느껴서 온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므로 인성 문제도 해결된다.


SW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켜야 효과적

서정연: 대덕SW마이스터고처럼 환경이 좋은 곳을 예로 들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우수한 대학들도 정말 잘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가만히 놔둬도 프로젝트나 동아리활동 등을 잘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는 것이다. 많은 대학들이 SW전공학과를 갖고 있지만, 교수진이나 가르치는 환경은 아주 열악하다는 것이다.

▲ 서정연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하는 데이터 스트럭처나 알고리즘 등을 실습하고 가르치긴 하는데, 학생들이 소화를 못 시키는 경우가 많다. 잘 하는 대학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대학들이 이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SW중심대학들은 잘하는 대학들이다.

한 가지 대학 교육을 하면서 느끼고 있는 것은 대학 들어와 SW를 처음 배운다는 사실이다. 1학년 때 C언어 가르치고, 2학년 때 데이터 스트럭처와 알고리즘을 시작한다. 문제는 1학년 때 공부를 안 한다는 거다. 모든 대학이 공통적이다. 기초가 안 되는 상태에서 뭘 하겠나. 태반은 학점을 땄는데 내용이 뭔지 기억도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 스트럭처와 알고리즘을 알아도, 외워서 답 쓰는 것 밖에 없다. OS도 프로그램 안 짜고 답 쓰고 그런다. 테스트가 그런 방식이다. 이런 대학이 많다. 상당히 많은 지방대학들이 교수 7~8명에 몇 백 명씩 학생들을 가르친다. 시설 역시 미비하다. 해서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는데, 프로그램을 배웠는데 머리에 남질 않는 거다.

제가 초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구단 절대 안 잊어먹는데, 대학 와서 가르쳤으면 반 이상이 못 외울 거다. 대학에 와서 덧셈, 뺄셈 배우고 곱셈 배워서, 구구단 외워서 하는 수준을 대학에서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몸에 배지 않고 집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배우다보니 그렇다.

최부영: SW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데 공감한다. 우리처럼 고등학교에서 SW를 조기 교육하는 것은 대학보다 3년 먼저 하는 것인데, 확실히 빠르게 습득하고 받아들인다.


미래 비즈니스는 통찰력 있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

사회: 과거에는 대학에 들어오면 공부를 안했지만, 요즘에는 취직 때문에 열심히 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가?

서정연: 대학교 1학년 때 공부를 안 하는 건 요즘도 똑같다. 군대 갔다 오면 마음잡고 한다. 서강대는 1학년 때 가르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절대평가를 한다. 못하면 무조건 F다. 대신 이거 통과 못하면 졸업이 1년 늦어진다. 1학기, 2학기 두 번에 걸쳐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데, 1학기는 30% 이상이 F를 받는다. 대신 여름과 겨울 방학 때 패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아니면 학교 1년 더 다니게 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

또한 실습위주 강의를 2학기에 필수로 만들어, 6학기 동안 매 학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필수 과목을 넣었다. 1~3학년은 개별 프로젝트고, 4학년은 팀 프로젝트로 해 패스 못하면 졸업도 못하게 했다. 이렇게 하자면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걸 감당해낼 수 있는 학교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과기정통부의 SW중심대학 지원 사업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지원을 못 받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초중고등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서 올라온다면 하는 것이다. 나는 SW가 좋다, 적성이 맞다, 이런 아이들만 컴퓨터공학과로 온다면 해결되기 시작할 거다. 지금은 대학에 들어올 때 적성이나 능력을 보고 오는 게 아니라, 수능성적보고 인기도에 따라 맞는 과에 온다. 이러다보니 태반이 적성도 안 맞고,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위정현: 아까 SW인력 열심히 키워놓으면 게임사로 간다는 얘기, 게임학회장으로서 굉장히 아프게 받아들인다. 정부 자료를 보면, SW 분야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보기에는 내부에서 너무 편차가 심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가령 게임 교육과 관련된 학과의 경우, 국내에 100개 가까이 있고 자체적으로 인재 양성을 위한 에코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게 인력 공급에 대한 정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한국게임학회장
게임 분야가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게임 사업이 정부 지원이 전혀 없이 컸다는 것이다. 오히려 셧다운제와 같이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최근에 52시간 근무 제한 역시 많은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본다.

또한 게임 쪽에서 중심을 잡아온 사람들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카이스트의 86학번 출신들인데, 이들을 보고 있으면 결국 대학교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들은 대학교에서 불량학생들, 공부는 안하고 게임만 하던 애들이었다. 넥슨 김종규는 자퇴했고, 송재경은 제적당할 뻔 했는데 지도교수한테 빌어서 퇴학을 면했다고 한다. 즉, 기존의 대학 정규과정이 그들과 같은 사람들을 키워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이 교육계에 요구하는 것도 바뀔 필요가 있다. 장기와 단기를 구분해야 한다. 기업에서 말하는 실습과 현장 위주의 교육은 단기교육이다. 이건 학원에서 가르쳐야하는 ‘스킬’이다. 반면 대학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장기교육이다. 기본이 될 수 있는 지식이다. 그런데 지금의 기업들은 대학에게 두 가지를 다 요구하고 있다. 기본이 될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실질적 교육까지 해서 즉시 사용 가능하게 만들어 보내라고 하는데, 이는 과도한 요구다.

또 하나는 국내 환경에 적합한 교육이냐 아니면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교육이냐도 중요하다. 우선 동남아 인력들은 일본으로 다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급여가 높고 근무환경이 좋다. 그 다음 단계의 인력을 우리가 뽑아오는 건데, 이런 측면에서 국내 교육뿐 아니라 글로벌 교육 측면도 고려해봐야 한다.

또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이 교양으로써의 SW인가, 전문분야로써의 SW인가도 고민해봐야 한다. SW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중하위권 개발자들은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1~2차 산업혁명에서 자동화된 공작기계가 나왔을 때 공장 직원들이 다 죽었던 것과 같다.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다. 이미 게임 분야에서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그램들이 나와 있다. 이러면 중하위권 개발자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최상위 개발자들은 교양으로 SW를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가르쳐 준 것만이 아닌, 전문적인 기질을 가지고 해당 분야에 파고든 사람들이다. 빌게이츠가 말하길, SW개발자는 타고 나는 것이며, 범인과 천재는 2만 배의 생산성 차이가 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학교에서는 선천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구분하면 된다. SW교육이 고도화된 교육에 집중하느냐, 교양으로써의 교육에 집중하는가를 살펴야 할 것이다.

또 현재 비즈니스를 위한 인재인지, 미래의 비즈니스를 위한 인재인지도 중요한 문제다. 미래 비즈니스라는 것은 결국 융합형 인재고, 고도화된 역량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앙대학교도 융합 전공을 만들었고, 다양한 학생들을 모아서 게임 프로그래밍부터 가르친다. 나중에 3학기 정도 교육하면 게임 엔진을 갖고 간단한 SW를 개발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반대로 공대생들에게는 예술과 비즈니스를 가르쳐서 상상력과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비즈니스에 맞춰서 교육시킬 것이냐, 미래와 상상력을 중심으로 교육시킬 것이냐. SW분야에서는 이런 것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 정도의 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작금의 교육 환경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중소기업, 인턴제도 활성화시켜야

사회: 이원주 KAIST SW혁신센터장이자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님은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원주: 기업과 대학의 시각차가 너무나 큰 것 같다. 실제적으로 SW정책연구소와 함께 대학 SW교육에 대해 연구하는 과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서정연 교수님 말씀처럼 SW중심대학과 지역 거점 국립대의 교과과정을 분석해보면 데이터 스트럭처와 알고리즘 과목 다 있다. 그런데 이런 걸 잘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하면, 학생들이 2학년 때 데이터 스트럭처를 배우면 C언어를 배운 후라 이 과목을 C언어와 연계된다고 파악하는 거다. 연계된 최적의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거다.

▲ 이원주 SW교육혁신센터장
/ 인하공업전문대학 컴퓨터정보과 교수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업들도 대학 교육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인턴 제도를 활성화시켜줘야 한다. 대학에서 코딩을 못하고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노동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미취업자 교육으로 간다. 6개월 과정을 하면서 용돈도 받아쓰고 한다.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배워서 취업을 하느냐 하면, 또 다른 미취업자 과정을 간다. 중소기업에서는 차라리 이런 인재들을 인턴으로 받아서 급여 몇 퍼센트 주고, 그 중에 쓸 만한 인재를 골라가는 방법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기업의 지나간 프로젝트의 소스코드도 오픈해 주고, 그 다음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나가면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은데, 단기 과정이다 보니 학생들이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뻔하다. 관리하고 복사만 하다 4주 보내는데, 이런 부분을 좀 더 오픈해서 장기간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 이런 산학협력이 활성화되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기업체에서 잘하는 학생들만 뽑아서, 소위 말해 단물만 뽑아 먹으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서울 10개 대학 외에 지방대는 ICBM(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를 못 뽑을 거라고 본다. 좋은 인재들도 오지 않는다. 대학도 등록금 인상 10년 이상 못하고 있어 힘들다. 그리고 현재 지방 대학 교수들이 1980년대 초 임용된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에 대한 신기술 재교육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것도 정부에서 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


군인 대상 SW교육은 역량 강화의 공간

사회: 대학 커리큘럼이 과거와 비슷해, 4차 산업혁명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서정연: 입학생들은 백지에서 기초를 배우는 게 현실인데, 이걸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꾸길 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본다. 현재 대학 2학년까지의 수준까지만 고등학교 때 배워서 온다면, 커리큘럼이 많이 바뀔 수 있다.

이건 미국에 있는 대학도 비슷하다. 미국이라고 해서 커리큘럼이 달라서 우리보다 양질의 인재를 배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 대학 커리큘럼도 학회 차원에서 표준을 만들어 대학에 배포하고 있다. 그래서 커리큘럼의 문제라기보다는 몇 개의 토픽이 내려와야 하고, 교수진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걸 가르칠 수 있는 교수들이 많지 않다.

예를 들어, 과거 보통 머신러닝이라면 AI의 진화된 분야라고 생각했다. 저는 머신러닝을 알고리즘이라고 보고 3학년 때 가르쳐야 한다고 봤다. 그래서 3학년 2학기 실습강의를 머신러닝, 딥러닝, 빅데이터로 다 바꿨다. 그런데 이렇게 해줄 수 있는 학교가 몇 개나 되겠냐는 거다.

우리 학교도 작년부터 바뀌기 시작해서 올해부터 시행하며 업그레이드시켜 나간다. 세상이 바뀌는걸 빠르게 적용하고, 시범학교 만들어서 전파하고, 교수들에게 알릴 수 있는 수단을 학회를 통해서라든가 당근을 좀 던지든가 방안을 세운다면, 몇몇 리딩 학교들이 책임지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대 등이 하루아침에 바뀌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학교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SW기업 역시 잘나가는 곳은 환경도 너무 좋고, 이렇게 좋은 회사가 즐비한데 SW 기업 환경이 열악하고 3D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점점 격차가 커진다는 거다. 특히 국내 기업들과 외국 글로벌 최고 수준 회사와 차이가 심하다. 때문에 대한민국 톱클래스 인력들이 애플이나 구글로 가고 있어 심각하다.

사회: 노경원 국장님께서 많은 고민을 하셔야만 할 것 같다. 대덕SW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는 트렌드에 따른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최부영: 대학교 교육과정을 고등학교 3년 안에 압축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있다. 특히 빅데이터나 AI와 같은 것들이 대두되면서 모두가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이 데이터베이스나 데이터 스트럭처에 대한 개념도 모르는데 당장 빅데이터 가르치라고 하는 실정이다. 쉽지는 않다.

노경원: 아이디어를 하나 말씀드리면 우리나라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많은 인력풀을 담아놓고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군대다. 가장 혈기왕성하고 지적호기심이 강한 60만의 인력을 2년 동안 데리고 있다. 만약 국방부와 과기정통부가 이들에게 SW교육을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SW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공간이 될 것이다. 당장 병사들에게 “너희 SW교육 받을래, 사역할래?”하면 다들 SW교육을 받을 것이다.

이건 청년 실업과 SW인재 양성과도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이다. 2년간 SW 집중교육이 가능하다면 전역 후의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SW 전공을 했던 전역 장교 및 부사관들의 취업에도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연: 관련해서, SW 교육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SW를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SW특기병이 있긴 하지만 거의 뽑지 않는다. 대학에서 SW나 수학 등에 특출함을 보인 인재들을 국방부 등에서 키우고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어줘야 한다.

최부영: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대하는데, SW와 관련된 병과로는 SW개발병과와 정보보호병과가 있다. 그런데 SW개발병과는 부사관만 뽑는다. 장기복무 하는 아주 소수 인원만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고작 2년 복무하는 일반 병사에게 개발은 못 시킨다고 말한다. 즉 일반 병사들이 군대에서 SW개발역량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별로 없는 상태다.

노경원: 군에서도 SW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군이 인력을 축적하는 기관이고, 그리고 군에서도 무기 운용과 관련해 SW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병에게 SW개발을 하는 것은, 군 개인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군에게는 도움이 별로 안 된다. 그래서 부사관이나 장교를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지식정보방도 올해 말이나 내년에 클라우드로 가는 것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군에도 그런 혁신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고, 과거와는 달리 의지 역시 높은 상황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함께 그리자고 과기정통부와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그와 함께 SW교육을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남자의 경력 단절이 생기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고 있다.

조창제: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좋은 안인 것 같다. 다만 우려할 게 있다. 즉 군이 양성한 자체 인력으로 민간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침범한다면 그것은 곤란하다.

노경원: 군이 자체적으로 외주를 줄 수 없는 부분, 예를 들어 보안과 관련된 사업은 군이 자체 SW 역량을 키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초중고 SW교육, 인도·영국처럼 80시간으로

사회: 군인들이 인력 수로는 많아도 초중고생보다는 나이가 많아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노국장님께서 참고하실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창제: 초중고등학교 교육이라는 게, 인도 같은 경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 80시간씩 필수다. 그런데 우리는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 고등학교 34시간이다. 고등학교는 선택을 하지 않는 곳도 많다. 새로 시행하는 제도 자체도 사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도나 영국 등과 견주는 교육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서정연: 지금 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7년만이라도 일주일에 한 시간씩은 하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교육에서라도 제대로 해야지, 앞으로 사교육 받은 애들 굉장히 SW를 잘 할 것이다. 공교육 못 받은 애들은 사교육도 못 받고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빈부격차를 넘어 능력에서 격차가 생길 것이다. 미래가 보이는데 이걸 공교육에서 안 한다는 것은 국민의 갭을 점점 키우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는 거다.

최부영: 초창기에 2015 교육과정 개편할 때 SW역량 격차에 대한 논의가 많이 됐다. 심지어 수능 과목에 SW 과목을 넣자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면 외우는 과목이 된다는 부작용도 뻔히 있겠지만, 누군가는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로 SW에 대한 기본 교육 베이스가 심각한 수준이다.

서정연: 저도 외우는 과목이 되는 건 반대다. 앞서 이 교수님께서 빌게이츠의 이야기를 하면서 선천적이다, DNA다 이런 얘기 하셨는데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배우면 DNA에 녹아든다는 생각이다. 이세돌이 바둑을 대학에 와서 배웠다면 그렇게 잘 했겠느냐 하는 거다.

우리는 코드 한 줄 한 줄 생각하지만 어려서부터 배운 아이들,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를 보면 레벨이 다르다. 어려서부터 하지 않으면 이런 모습들이 안 나타난다. 빌게이츠, 주커버그, 하사비스 등의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아 대학교 1학년 때쯤 당대 최고 수준이 됐다는 거다.

빌게이츠는 대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었고, 주커버그가 친구와 놀려고 만든 게 페이스북이다. 어릴 때부터 배운 애들이 대학교육이 뭐가 그리 중요했겠느냐는 거다. 결국 대한민국 SW를 끌고 가려면 선천적으로 DNA에 녹아든 톱 A급 인재가 나와야 하는데, 이게 조기교육에서 나온다는 거다.

위정현: 공감한다. 결국 그렇게 보면 가정교육까지 들어간다. IT교육이 빈부격차보다도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며, 정보화 능력은 어린 시절의 교육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예전에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일부 학교와 협력해본 적이 있다. 거기서 느꼈던 것은, 아무리 학교를 바꾸려고 해도 견고한 로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절망감이다. 교사들과 회의 시간을 잡으려고 했을 때 3시를 넘기지 않으려고 하더라. 우리는 밤 10시도 좋고 8시도 좋다고 하지만 그들은 회의 마치고 퇴근하려고 한다. 또 교사들은 자신의 근무평가에 도움이 안 되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비난할 수 없는 게 교사 일과의 60%가 잡무처리다. 이건 좋고 나쁨이 아니라 현실이다. 교육부의 요청을 받아 지정한 학교로 들어갔는데도 그런 실정이다. 개인적으로 이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에 대해 고민해보니 교육대학교 등의 시스템을 바꿔야 하더라.


프리랜서 양성, 평가 안 좋아 적극 활용은 의문

김명준: 저는 오늘 SW인재 양성과 관련해 사회 현안이나 정책적으로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 김명준 SW정책연구소장
첫 번째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다. 자신의 재능을 조직에 묶어두지 않고 충분한 경제활동을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건데, SW로 이야기하면 프린랜서다. 아까 노동의 경직성을 타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해결책이 SW쪽에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대답이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를 활용하고,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직무 능력 표준(NCS)에 대한 것도 마련돼야 한다. 프리랜서를 하나의 중요한 인재풀로 보고, 재교육 방안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제 아들 친구들만 봐도, 자기 아버지와 창업했는데 돈을 버는데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감이 너무 많아서 고생이라고 한다. 게다가 재택근무, 글로벌 원격지 근무를 한다. 제 아이들 삶의 형태를 보면 일과 생활의 균형,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다. 그런 것들까지 고려하면 프리랜서나 재택근무, 글로벌 채용으로 갈 텐데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못 오더라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우수한 인력이 올 수 있도록, 우즈베키스탄이나 베트남에서도 우리나라에 원격지 근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여성인력 문제다. 경력단절여성, 표현이 강하니 ‘경력을 전환하는 사람들’을 활용해야 한다. 이 사람들에 대한 프로그램이 고용부와 여성과학지원센터, 과기정통부 등에 마련돼 있는데 다소 산발적으로 있는 듯해 일관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이원주: 저희 SW교육혁신센터는 SW전공자들로 아이 낳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시켜 S백화점문화센터 교육 강사로 파견했다. 결과가 좋으면 하반기부터 정규과정을 개설하자고 이야기 중이다. 강의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조창제: 소장님께서 좋은 아이디어 주셨는데, 말씀 하신 프리랜서는 굉장히 고급 인력의 이야기 같다. 일반 프리랜서는 기업들로부터 평가가 굉장히 안 좋다. 전문성은 부족한데 고액을 요구하고, 책임감도 없기 때문이다. 직원과 프리랜서를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시켰을 때 프리랜서가 정시 퇴근하면 남은 시간은 정규직원이 남은 일까지 맡아서 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에 1년간의 무상유지보수라는 굉장히 안 좋은 사항이 있다. 프리랜서는 계약이 끝나서 갔기 때문에 남은 직원들이 그 몫까지 무상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

또 프리랜서의 전략이 8개월 일하고 1년 비용을 받겠다는 거라 굉장히 비싸다. 물론 SW 단가도 올라가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인력이 필요해서 쓰는데 평가할 방법이 없다. 경력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주장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 등이 있고 고급이 월 800만 원 정도를 요구한다.

서정연: 마지막으로 꼭 한마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대기업들의 경우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리소스를 투입해 재교육을 진행한다. 전문가들도 딥러닝 등 신기술을 자세히 모른다. 이런 부분은 국가에서 도와줬으면 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는 유튜브 같은 곳에 어린이용, 전문가용, 스탠포드, MIT 등에서 지난학기에 가르친 내용들이 다 올라와 있다. 이 자료들을 번역해서 자막을 넣는 작업을 하든가, 어린이용이라면 통역해서 더빙을 하든가 하자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가 너무 많은데, 분류와 더빙, 관리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하면 돈 많이 안들이고 세계적인 교육 콘텐츠를 쓸 수 있다.

두 번째는 국내 대기업에 사회적 기업 역할도 할 겸 신기술 관련 교육을 개방하도록 하는 것을 검토했으면 한다. 과기정통부에서도 너무 연구비만 쓰지 말고, 이런 강의 무크(MOOC) 자료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사 양성에 대한 것도 섹터별로 자료를 만들어서 확산하면, 빠른 속도로 전문가의 능력을 결집해 인재양성에 쓸 수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은 예산확보 잘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SW교육과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더 강조하자”

노경원: 인재 양성에 있어서 전문성과 유연성, 두 가지 키워드를 함께 고려하면 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다양성으로, 이를 위해서는 교육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전문성을 함양해야 한다.

▲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
최근 프로젝트성 교육과 부트 캠프성 교육을 위한 신규 사업도 내려 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중심으로 스타무크(STAR-MOOC)라는 걸 시행했다. SW중심대학에서 매년 꼭 하나씩 강의를 만들려고 하고 있으며, 스타랩에서도 많은 강의를 생산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의 경우 정부가 손 떼면 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손을 떼도 무크가 계속 굴러갈 수 있도록 NIPA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마에스트로 사업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마에스트로 3기 졸업생 중 엔트리 개발 팀이 있다. 엔트리가 1년에 100명씩 8기째 교육 중인데, 7년 동안 700명이 배출됐고, 엔트리 개발 팀 하나만 해도 스크래치에서 한 것만큼 초등학생들이 많이 배웠다. 스크래치로 배운 아이들이 절반에 조금 못 미치고, 엔트리로 배운 아이들이 절반을 조금 넘을 거다.

사실 스타무크에 대해 신경을 많이 못 썼는데, 그래도 작년부터는 SW중심대학에서도 무크 강좌를 많이 만들어 시도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그림을 그려 둬야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올해 3월에 스타무크가 출발을 했다. 작년부터 해당 분야를 잘 아는 교수들에게 스타무크와 관련된 의견을 받아서 정리해나가고 있다. 특히 본인들의 강의를 오픈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분들이 많아 그들을 어떻게 끌어들이고, 인센티브는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도 고려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양한 학회와 함께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산업계의 얘기도 들어야 하지만, 가장 전문성이 높은 영역은 학회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학회를 통해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한다. 또한 그들에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도 많이 주려고 한다. 정책을 짤 때도 학회 중심으로 가자는 얘기도 하고 있다.

사회: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오늘 좌담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는 곧 SW 중심사회이자 사회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음을 공감했다. 그것은 곧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SW인재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산업계에서 어떤 인력을 요구하고 있고, 대학교에서는 어떤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그리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W 인재양성과 산업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오늘과 같은 열정과 노력이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SW인재 양성은 물론 세계를 이끌어 나갈 글로벌 인재 및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알게 됐다. 다 함께 힘을 모아 우리나라 SW교육과 SW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강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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