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가적 대응 필요성 제기, IT업계 돈벌기 수단 악용 시각도

 
[컴퓨터월드] 1998년, ‘2000년(Y2K)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정부차원에서 Y2K 문제에 접근했다. 우리나라 역시 97년 초 정보통신부를 종합대책반으로 해 관련부처가 Y2K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정부 각 기관의 Y2K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일반 기업의 Y2K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눈앞에 다가온 ‘Y2K’ 문제

1998년, 세계는 ‘Y2K’로 온통 시끄러웠다. IT업체들의 주장이기는 했지만 Y2K에 잘못 대응할 경우 도로는 마비되고 공장이 스톱되는 것은 물론 비행기 운항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등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 잘못 대응할 경우 의도하지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정부차원에서 Y2K 문제에 접근한 것만 봐도 Y2K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당시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백악관에 ‘Year 2000 Council’이라는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영국의 토니 볼레어 총리는 Y2K로 인해 서방 선진 8개국들이 4,120억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지도자의 인식 촉구에 나섰다. 일본도 통산성과 대장성 주축으로 세제 지원 등 문제해결에 적극성을 보였으며, 싱가폴 역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다. 선진국들은 Y2K문제를 국가적 문제점으로 인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97년 초부터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Y2K 종합대책반을 구성, 관련부처가 함께 문제해결에 나섰다. 정부부처는 총무처가 총괄하고 한국전산원이 기술지원을 담당했으며, 민간부문 지원을 위해 정보통신진흥협회와 정보산업연합회가 나서 대책반을 운영했다. 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관리공단이 주축이 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문제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은 정부기관 내 문제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실제 일반 기업지원에는 소극적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Y2K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는 자금 지원보다는 기술적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Y2K 문제에 대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했다. Y2K 문제는 금융, 제조, 전기통신, 항공, 군사방위, 유통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잘못 대응했을 경우 국가 시스템의 마비라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IT업계의 경고가 계속 됐기 때문이었다. 말레이시아가 Y2K 문제 영향평가 방법론을 국가차원에서 제시하고 있었던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2000년 다가오는데도 기업 경영자는 느긋

Y2K가 중요한 현안 문제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국내 경영자들은 여전히 이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98년 정보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컴퓨터 2000년 문제 국내 업종별 대응실태 조사’를 보면 국내 기업들이 Y2K에 얼마나 소홀하게 대응했는지를 알 수 있다. 조사에 응한 150여 개 기업 중 12%만이 Y2K에 대한 대응을 완료했으며, 58%는 Y2K에 대한 내부 조사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금융기관 58%, 공공기관 29%, 제조업체 27%가 Y2K에 대한 대응을 완료했거나 작업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제조 분야의 15%, 공공분야의 24%는 검토조차 안했다고 답해 Y2K 대응에 대한 심각성을 보였다.

▲ Y2K 문제에 대한 경영진 관심도

기업 경영진의 관심도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 21%, 제조 42%, 공공 36%의 경영진이 Y2K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도 평균 21%에 불과해 경영진의 인식변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정보시스템 2000년 문제 해결 추진 현황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132개 기업 중 26%가 Y2K에 대처하지 않고 있었으며, 경영진의 22%는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Y2K는 융자금, 보험청약서, 운전면허 갱신 등 미래의 날짜를 다루는 애플리케이션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보험, 금융 등 날짜에 민감한 분야에서 Y2K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물론 Y2K가 금융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Y2K 문제는 공공기관을 비롯한 제조, 유통, 항공, 방산, 의료 분야 등 전 분야에 산재돼 있어 각 분야별 대응책이 필요했다. 업계는 Y2K로 인해 행정기관의 업무에 혼란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한 예로 1907년 태어난 사람에게 취학통지서가 발송될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일반기업에서 통계자료에 오류가 생기고 시스템 간 통합성이 파괴되는 등 업무마비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Y2K에 대해 범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일본, 영국, 싱가폴 등 각 국가는 정부차원에서 Y2K에 대응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반 강제적으로라도 Y2K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 국가별 Y2K 문제 비용 예상 추이

당시 우리 정부는 정보통신부와 총무처가 나서 정부 기관의 Y2K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Y2K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산업분야별 책임기관을 정해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감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Y2K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업을 대상으로 적합성 여부 테스트를 수정해 주는 기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재앙 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김영환 국민회의 국회의원은 Y2K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 및 민간기업의 디지털정보가 망가지고 컴퓨터가 연산 오류에 빠지는 등 국가적 전산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Y2K 문제 해결에 있어 국내 의식수준과 준비상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총무처의 발표 자료를 인용, 45개 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1,779대의 주전산기 중 51.4%인 915대가 Y2K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정기관이 보유한 118,203대의 PC 중 24.6%인 29,136대가 전산 장애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8,300여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응이 늦어질 경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전문인력을 투입해 모든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수정, 테스트를 거쳐 완벽함을 입증해야 하지만, 개별적으로 진행할 경우 시간이 부족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었던 Y2K 문제 대책은 부처별, 또는 기업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확인여부 또한 개별적으로 이뤄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통합전담반을 운영하거나 2000년 위원회를 설립하고,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Y2K 문제 해결의 핵심은 기관 또는 기업 최고책임자의 문제해결의지라며, 정부차원의 통합적인 추진체계 설립, 정부와 민간 공동으로 세미나 등 홍보를 적극 추진해야하며, 부문별 인증 및 확인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2K 문제, 대응에 서둘러야” 주장

당시 전문가들은 Y2K 문제에 대응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며 시스템 도입, 업데이트 등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가트너는 Y2K 문제는 컴퓨터 시스템의 파국이라고 지적하고, 버그를 해소하지 않은 기업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도이치 모건 그렌펠도 밀레니엄 버그가 2000년에 국제적 불황을 야기 시킬 확률이 35%나 된다고 언급했다.

당시 IT 업계는 Y2K 문제를 대재앙과 결부시켰다. Y2K 문제를 단순한 전산 시스템 장애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판단착오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기업 경영자의 생각은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자의 각 42%와 36%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및 기관의 48%가 이 문제에 대해 검토 중이거나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원조사 및 영향평가, 계획 수립·수정, 통합 테스트 등 Y2K 문제 해결과정에 12~18개월가량 소요된다며 지금 바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SPR은 Y2K 대응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당시 바로 시작할 경우에도 60%만 성공하고, 99년에 시작하면 성공률이 30%이하로 떨어진다며 Y2K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체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대응이 가능할 수 있지만, 당시 국내 기업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외부의 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당시 업계는 인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었다.

▲ Y2K 문제 해결 성공률 및 비용 추이

업계에서는 수요에 대한 기술 인력 공급 부족 현상이 비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JP모건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소스코드 라인 당 처리비용이 96년 1.2달러에서 97년 1.8달러로 상승했고, 98년에는 2.6달러, 99년에는 4.2달러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제한된 기간에 많은 인력이 필요해 웃돈을 주고서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Y2K로 인해 경영자들이 소송사건에 휩싸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Y2K 문제에 대비하지 못함으로써 일어나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99년 이후 만기 일자를 가진 고객이 신용카드사와 카드사에 시스템을 공급했던 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기가인포메이션은 전세계적으로 Y2K 문제와 관련된 소송액수가 1조 달러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Y2K 문제에 있어 경영자가 고려해야 할 10가지 사항을 꼽았다. ▲Y2K 문제를 IS 프로젝트 가운데 최우선으로 여기는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임명했는가 ▲모든 부서마다 책임자를 임명했는가 ▲관련 직원을 붙잡아 두는 문제를 생각했는가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보유목록을 작성했는가 ▲업무처리 위험분석을 했는가 ▲내장형 시스템에 대해 고려했는가 ▲제품 공급업체들의 준비상황을 알고 있는가 ▲협력업체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새로운 계약에서 모두 Y2K 문제해결을 명시했는가 등이다.


가트너, 하드웨어와 통신·네트워크 해결 방법론 제시

가트너의 보고서에 따르면 Y2K 문제는 주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것이지만, PC나 하드웨어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Y2K가 PC나 하드웨어 그리고 현재 사용 중인 솔루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대부분의 PC에는 RTC(Real-Time Clock)전지를 사용하는 하드웨어 타이머가 포함돼 있는데 이 RTC는 시스템 내에서 날짜 및 시간정보의 트랙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저장장치의 제한으로 RTC는 4자리 날짜 필드 가운데 마지막 2자리만 저장하도록 설계됐고,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날짜에 대한 2자리 세기정보를 탐지하도록 할당됐다.

이에 따라 시스템이 부팅될 때 ROM BIOS는 RTC와 CMOS를 결합해 4자리 수 연도를 산출했고 PC의 경우 CMOS 바이트는 스스로 갱신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2000년에 날짜를 잘못 해석한다는 것이었다. 이 설명에 따르면 RTC는 ‘99’ 다음에 ‘00’으로 갱신되지만 CMOS는 그대로 ‘19’로 인식하게 돼 이론적으로 2000년을 1900년으로 해석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사용 중인 ROM BIOS 칩과 운영체제의 버전을 기초로 생각하면 2000년을 1980년 또는 1984년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Y2K는 메인프레임 시스템과 상속 소프트웨어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PC 하드웨어 역시 영향권에 있었으며, 잘못 대응할 경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하드웨어 업체들이 2000년 표기를 준수하는 BIOS를 탑재한 시스템을 출시했으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지원했다. 그러나 PC 하드웨어의 날짜가 Y2K 문제를 다룰 수 있게 업데이트한다고 해서 그 시스템에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이 2000년 표기를 준수하는 것은 아니었다.

PC의 날짜 기능을 이용해 계산을 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예로 대출 상환 일정, 이자율 계산, 퇴직자격 결정 등의 의사결정 데이터 또는 기록 삭제 기준으로 날짜 기능을 이용하는 경우 등을 들었다.

하드웨어 업체들이 공급한 2000년 표기를 준수하는 BIOS는 사용자의 개입 없이 CMOS 세기 정보를 자동으로 증가시킨다. 하지만 표기를 준수하는 BIOS가 없는 시스템은 BIOS를 업데이트하거나 자동적인 역할교체를 지원하는 ROM BIOS 플래시 칩을 필요로 한다.

당시 가트너는 ROM BIOS 업데이트는 기존 시스템에서 Y2K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에서 Y2K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운영체제 수준의 지시에 따라 날짜를 수동으로 변경하는 방법이 있었다. DOS 환경에서 DATE 명령을 사용하거나 제어판의 시간/날짜 기능을 활용하면 CMOS의 세기바이트를 ‘20’으로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사용자가 직접 2000년에 맞춰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업데이트는 BIOS 업데이트가 불가능할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했다.

이어 가트너는 정보시스템을 위해 고안된 Y2K 문제 해결 방법론은 통신 및 네트워크 시스템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Y2K 문제가 통신 장비 및 인프라에 미칠 충격에 대해 인식하고는 있으나, 관련된 시스템의 특성은 다른 접근법을 요구했다.

▲ PRIORITY 프로세스

이를 위해 가트너는 PRIORITY(Preparation, Review, Order, Reference, Installation, Testing and Year 2000) 전략을 제시했다. 이 전략에 따르면 Y2K에 대비하기 준비단계, 검토단계, 목록 작성단계, 순서단계, 문의단계, 설치단계, 테스팅단계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대응해야 한다.

준비단계에서 CIO는 Y2K 문제가 통신 및 네트워크에 관련된 현안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검토단계에서는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위 인프라를 구축할지 검토해야 한다. 목록작성단계에서 기업은 자사에 설치돼 있는 모든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와 서비스를 총망라한 세부 목록을 작성해야 하고 순서단계에서는 문제해결 작업을 진행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문의단계에서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장비들이 Y2K 문제 해결에 적합한 제품인지 벤더에게 관련 정보를 요구해야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업그레이드 및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

설치단계에서는 고려한 결과에 따라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해야 하며, 테스팅단계에서 엄격한 시스템 테스트 프로그램을 계획해 2000년을 표기법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친 후에는 실제 2000년까지 모니터링을 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Y2K 문제 해결 위한 도구 및 방법론 속속 출현

2000년을 몇 년 앞두고 많은 업체들은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 및 방법론을 선보이고 있었다. 대부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해결책을 제시했고, 갑우시스템, 송우정보, 한국플라티늄, CA코리아, 한국IBM 등 10여 개 업체들이 전문적으로 툴 공급에 나섰다.

갑우시스템의 ‘포르탈2000’은 수정요소 발견 및 변경, 테스트 등을 지원하는 도구였다. 이 도구는 영향분석 및 복잡도 측정과 애플리케이션 인벤토리 목록 구성, 날짜 관련 문자열 자원을 탐색하고 구분해 정의를 내리는 ‘서베이2000’, 유지보수와 테스트비용을 절약하면서 물리적 또는 가상으로 변환해주는 ‘트랜스레이트2000’, 문자 스캐닝 기능 등 다양한 감사기능을 갖춘 ‘시뮬레이트2000’ 등 3개의 모듈로 구성됐다.

송우정보는 ‘챌린지2000’을 공급했다. ‘챌린지2000’은 연도 코드 변환 작업을 PC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이 강점이었다. 호스트의 소스파일 및 데이터를 PC로 다운로드해 분석 및 변환작업을 실시한 후 호스트로 업로드하는 방식을 지원했다.

CA코리아는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디스커버리2000’과 프로젝트 진행 관리 툴 ‘슈퍼 프로젝트’, 자산관리 툴 ‘인벤토리2000’, 프로그램 및 데이터 분석 툴 ‘임팩트2000’, 코드 수정 툴 ‘픽스2000’과 ‘유니캐스트2000’, 코볼변환 툴인 ‘마이그레이트 코볼’과 ‘데이트솔보’, 그리고 6종의 테스팅 툴과 2종의 변경관리 툴을 공급했다.

한국IBM은 대형 고객들에게 단계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랜스포메이션2000’과 중소형 고객을 위한 ‘포커스2000’과 ‘바이패스2000’, 그리고 툴로는 ‘비주얼에이지2000’을 제공했다. 이와함께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 오피스가 별도로 구축됐고, 부서별, 제품별로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별다른 문제없이 지나간 2000년

98년 정부는 Y2K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업계의 의견 수립과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본격적인 종합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후 99년에 정부는 Y2K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Y2K 문제 해결이 기업간 국제 거래 조건으로 대두되면서 미국에서는 인증 제도를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 역시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인증제도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99년 1월 Y2K인증센터를 설립하고 인증제도를 시행했으며 2월에 심사 및 인증서를 부여했다. 99년 중반부터는 국무조정실에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정보통신부에 Y2K상황실을 설치하고 각 분야에 Y2K문제 해결 완료를 기관장이 선언하는 자체선언제를 도입했다. 또한 99년 말에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Y2K비상계획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하고 재외공관과 재외 국민 보호 문제를 점검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한편, 한국통신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도 자체 통신시설이나 정보시스템에 걸친 Y2K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와 업계, 협회 등의 주도로 Y2K 문제에 대응함으로써 큰 피해 없이 2000년을 맞이했다.

Y2K 문제가 별 탈 없이 지나가자 업계는 각 기업들은 Y2K로 미뤄뒀던 새로운 IT 관련 프로젝트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인포메이션위크 조사 결과 IT 전문가들은 2000년 새해 시장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IT 지출이 증가하고, 기업이 성장하며 IT 기술연구 조건도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Y2K로 미뤄뒀던 IT 관련 투자가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인포메이션위크가 300명의 IT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Y2K 문제는 기술순위에 있어 99년 4위에서 2000년 9위로 밀려나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 2000년 각 분야 IT 예산 비중

Y2K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로 인해 IT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기도 했다. 그동안 IT업계에 문제로 지적돼 왔던 IT 업계의 인력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포메이션위크의 설문 조사결과 인력난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2000년 이전 37%에서 Y2K 문제 이후 33%로 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Y2K 문제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은 그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파트타임의 임금이 정규직에 비해 크게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Y2K 문제를 이상 없이 넘기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IT 인력난이 상당부분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인력난 해소가 인력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업계는 지난 2년간 Y2K 대응에만 주력해왔기 때문에 이들 인력을 다른 분야에 바로 투입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Y2K 문제 대응, 평가는 갈려

1998년, Y2K는 전산시스템 마비, 행정업무의 혼란 등 많은 우려를 낳았다. Y2K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정부, 기관,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비에 많은 노력과 자본을 투자했다. 하지만 Y2K 문제가 큰 문제없이 지나가면서 평가가 갈리기 시작했다.

먼저 정부, 기관, 기업에서 문제에 철저히 대비했기 때문에 이상 없이 2000년을 맞을 수 있었다는 입장이 있었다.

반대의 입장도 있었다. 많은 국가 많은 기업들이 Y2K 문제에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 Y2K에 대한 문제가 발생되지 안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투자가 미흡했던 국가도 큰 피해 없이 넘어갔다는 점을 들어 과잉 투자였다는 주장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은 Y2K 문제에 비교적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러시아나 이탈리아 등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밀레니엄 버그 예상은 빗나갔다고 강조했다. IT 업체들이 Y2K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해 불안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자사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었다.

Y2K 문제는 큰 피해 없이 넘어갔지만 2010년 Y2K 문제와 유사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 바이너리 코드를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십진법 2010을 16진법으로 바꾸면서 오류가 난 것이었다. 독일에서는 직불카드의 IC칩을 읽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ATM기에서는 카드 만료기간을 잘못 인식하는 오류도 있었다. 시만텍의 제품의 경우 2009년 12월 31일이 오래됐다고 판단, 업데이트를 지원하지 않는 오류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LG전자의 휴대폰에서 2016년으로 표기한 오류가 나타났고, 이후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했다. Y2K 문제에서 우려됐던 것만큼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밀레니엄버그와 유사한 오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것이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을 우려하는 2038년 문제, 10000년 문제 등이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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