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세계 IT 영재들이 서울에 모여 일주일간 치열한 경쟁과 함께 서로 하나가 되는 자리를 가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로 기록된 이번 이매진컵에는 55개국 350여명이 참가하여 피부색, 언어는 달라도 'IT'라는 하나의 주제아래 각 국가를 대표하는 유니폼을 입고 열띤 경쟁을 펼쳤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국가를 대표해서 유니폼을 입고 경쟁한다는 점, 출전한 선수들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역들이라는 점에 있어서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랑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더욱이 이번 한국대회는 2002년 월드컵 당시 '꿈은 이뤄진다'는 슬로건을 현실로 만들었듯이, 한국 대표 '엔샵 605'팀이 소프트웨어 설계 부문에서 2위를 차지, 이매진컵 참가 사상 첫 수상권 진입이라는 성적을 올린 것도 마치 월드컵 대회를 보는 듯 했다. 꿈은 반드시 현실로 이뤄진다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준 대회였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로 이뤄진 꿈들에 묻혀 안주해 있으면 안 된다.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 대표팀이 보여준 모습을 우리 학생들이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의 기술력과 노력보다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나 '운이 좋았다'라는 말만을 듣게 될 것이다. 이런 이점들이 전혀 작용을 안했다고 볼 수 는 없지만, 그 게 결정적인 것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우리는 여러 가지 고쳐야 할 점들을 드러냈다. 우선 대회참가 부문의 문제점이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각국에서 1팀이 진출하는 소프트웨어 설계 부문이외의 프로젝트 호시미, 단편영화, 웹개발, 사진, 인터페이스, 임베디드 개발 등 부문에는 한팀도 진출 하지 못했다.

같은 아시아권에 있는 중국의 경우 임베디드 개발에 5팀, 웹개발2팀, 정보기술, 사진 등에 4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임베디드, 웹개발, IT 챌린지 부문 등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번 대회의 중국의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설계 한부분에만 대표팀이 출전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IT에 대한 제한적 관심을 반영한다. 이번대회는 지난 대회보다 경쟁부문이 늘어나 소프트웨어 설계부문까지 합쳐 총 9개 부문에서 경쟁이 이뤄졌다. 대회에 참가해 수상을 하는 것이 이 대회의 목적은 아니다. 매회 바뀌는 주제를 바탕으로 IT적으로 접근해서 서로간의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점을 찾는 다는 점에 있어 세계대회 참여만도 의미는 클 것이다. 더욱이 비슷한 또래끼리 일주일간 생활을 하면서 인적 네트워킹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된다.
따라서 우리의 학생들이 전 분야에 참가할 수 있도록 폭넓은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국내 개발자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대표팀은 수상소감에서 "Q&A에 대한 대답을 못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수상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국내 학생들이 겪는 언어의 어려움을 재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당당히 2위를 차지한 국내 대표의 성과에 가려진 이런 문제점들은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의 결과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를 먼저 점검해 봐야 한다. 많이 요구되는 노동력, 열악한 환경, 대우의 미비 등의 현실을 탓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 4강 진출 당시 우리나라 K-리그가 붐업됐다. 마찬가지로 이번 이매진컵에서 보여준 한국대표팀의 수상이 우리나라 IT발전과 학생들의 관심에 붐업이 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엔샵 605'팀의 2위가 국내 IT발전에 자극과 함께 인식의 전환점이 될 수 있길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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