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너 발표…메모리 가격 상승에 매출 호조, SK하이닉스도 3위 올라서

 
[아이티데일리] 2017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총액이 전년 대비 22.2% 증가한 4,197억 달러(약 446조 7,600억 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의 31%를 차지한 메모리 시장 매출이 64% 성장한 것에 힘입은 결과다. 이러한 가운데 메모리 매출 호조에 힘입은 삼성전자가 지난 25년간 반도체 분야 1위를 지켜온 인텔을 제치고 매출 1위로 올라섰다.

5일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Gartner)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앤드류 노우드(Andrew Norwood) 가트너 부사장은 “최대 메모리 공급업체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1992년 이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인텔을 밀어내고 1위를 탈환했다”며, “메모리는 2017년 전체 반도체 매출 성장분의 2/3 이상을 차지하며, 반도체 분야 최대 영역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메모리 분야의 매출 호조를 견인한 일등 공신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었다.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사상 최초로 전년 대비 17% 상승했으며, 디램(DRAM) 가격도 44% 증가했다. 장비 업체들은 가격 인상분을 흡수할 수 없어 소비자가에 반영했고, 이로 인해 PC부터 스마트폰에 이르는 소비자 제품 가격이 2017년 대부분 인상됐다.

한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약진도 두드러졌다(표 1 참조).

▲ 표1. 2017 전세계 매출 상위 10개 반도체 업체 (단위: 미화 백만 달러)

2위를 차지한 인텔의 2017년 매출은 클라우드와 통신 서비스 제공업체로부터의 수요에 의한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매출이 6% 증가한 데 힘입어 6.7% 상승했다. 인텔의 PC 프로세서 매출 수익은 1.9%로 다소 느린 성장세를 보였지만, 평균 PC 가격은 기존 데스크톱에서 투인원(two-in-one)과 울트라모바일(ultramobile) 기기로 옮겨가는 시장의 변화에 의해 잠시 하향세를 그리던 시기를 벗어나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게 가트너 측 설명이다.

가트너는 그러나 지금의 순위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우드 부사장은 “삼성의 1위 탈환은 메모리 실리콘 버전의 사상누각”이라며, “중국이 자체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를 꾀하고 있어 메모리 가격은 2018년 낸드 플래시부터 시작해 2019년 디램까지 서서히 약화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될 경우 삼성은 현재의 매출 강세를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가트너는 2017년 인수합병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고 평가했다. 당초 퀄컴(Qualcomm)의 엔엑스피 인수가 2017년 마무리될 빅딜(Big deal)로 예상됐으나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퀄컴은 2018년 딜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브로드컴(Broadcom)이 퀄컴 인수를 시도하고 있어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노우드 부사장은 “브로드컴, 퀄컴, 엔엑스피의 2017년 총 합산 매출은 412억 달러로, 삼성과 인텔의 매출에 한참 못 미친다. 브로드컴이 이번 이중 인수건을 끝내고 예상대로 삼성의 메모리 매출이 하락한다면, 차후 2019년 메모리 시장이 침체할 경우 삼성은 자칫 3위로 밀려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