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FID 사업 지지부진한 것은 대형SI 업체들 탓 커

"RFID 사업이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은 이 분야에선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SI업체들의 공(?)이 크다"

정부의 RFID사업에 참여했던 한 중소업체 관계자의 한심했던 현장 경험담이다. 그는 대다수 정부 RFID 시범사업과 확산사업이 로드맵에서부터 적용단계에 이르기까지 대형 SI 업체들의 무지로 먹칠을 당했고, 이 때문에 변변한 성공사업을 찾기가 어렵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SI 업체들은 무조건적인 사업 수주보다는 해당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데 더 열을 올려야 할 때라고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중소 RFID 업체가 국내의 공공부문 RFID 사업에 참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힘들다.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마더 컴퍼니(Mother company)'라는, 소위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대형 SI 업체 뒤에 줄을 잘 서면 된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고 좋은 제품을 지녔다고 해도 어떠한 마더 컴퍼니를 앞세운 컨소시엄에 참여했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참으로 지겹도록 보아온 구태의 비즈니스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들 유명 SI 업체들이 RFID 사업에 대해서 썩 전문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 물론 사업 발주처 입장에서 보면 대형 SI 업체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업을 책임진다는 면에서 신뢰감을 지니고 있다. 또한 풍부한 경험과 많은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일단 발주처를 안심시키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R&D를 통한 시행착오를 견뎌내고 결국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여태까지 진행돼 온 RFID 시범사업과 본사업을 보면 이러한 기대는 헛물이었다. 그동안 해당 부처별 텃밭에 안주해온 SI 업체들의 그렇고 그런 사업행태를 보여줬을 뿐, 도대체 RFID 사업에서 그들의 역할을 뚜렷이 보여준 게 없다.

확산의 기로에 있는 RFID 사업에서 이러한 구태가 되풀이 되면서 해당 사업의 성패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공공사업으로 진행됐던 RFID 시범사업과 확산사업(본사업) 중 제대로 RFID 기술이 적용돼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분야가 있는가 묻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항공이나 해운의 경우 이 분야에 강점을 지닌 SI 업체들이 사업을 수주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이든 공공사업이든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RFID 사업에 있어서는 덩치만 큰 마더 컴퍼니에 따라 사업의 수주여부가 결정되는 행태는 바로 잡혀야 한다는 데 업계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RFID에 특화된 지식을 기반으로 전반적인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마더 컴퍼니에 일이 맡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이면 항공에 관한 특화된 솔루션이나 지식을 갖춰야 하며, 해운, 물류, 자산관리 등 모든 분야가 다 그러해야 한다는, 신생 RFID업계의 지극히 원론적인 바람이다.

RFID 기술은 각 환경에 적합하게 구현할 수 있는 노하우와 경험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제 국내 SI업체도 해당 분야에 대한 R&D를 통해 전문업체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고, RFID 확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의 연속으로 시행착오만 거듭 겪을 뿐이요, 정작 기술력있는 중소업체들만 아깝게 고사되고, 결국 국내 RFID 산업은 펴보지도 못한 채 황량한 잡초밭에 나뒹구는 꼴이 될 수도 있음을 관련 주체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내 RFID산업은 지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발주처들의 용기있고 현명한 자세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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