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기반의 학사,행정,연구 등 대학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첫 사례

최근 포항공대, 서강대, 동국대, 카이스트 등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앞 다퉈 'ERP기반 차세대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학내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로 통합해 보다 효율적인 대학 경영을 한다는 목표 하에 기존 대학 업무를 포괄해온 종합정보시스템을 ERP 기반으로 재구축하는 작업에 한창인 것이다.

과거 ERP시스템을 기반으로 행정업무 시스템을 구축한 대학들은 있었으나, ERP를 기반으로 대학의 핵심 시스템인 학사시스템까지 통합 구축한 사례는 없었다. 타 대학보다 앞서 프로젝트를 완료한 포항공대 프로젝트는 현재 국내 유수 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이하 포항공대)는 2005년 6월부터 본 프로젝트에 착수해 올 2월 23일 ERP기반 차세대 종합정보시스템을 전격 가동했다. 아시아 최초로 학사, 행정, 연구 등의 대학 모든 업무를 포괄하는 ERP기반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한 포항공대의 본 프로젝트 실무 책임담당 최학순 팀장에게 포항공대 ERP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75억, 100여명 개발인력 투입된 빅뱅 프로젝트

Q) 포항공대는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고 빅뱅방식으로 SAP ERP기반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았을 것 같은데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 및 목적은.

A) 기존 인하우스 개발을 통해 운영해 온 종합정보시스템의 기술 개발에 한계를 느껴왔다. 학사, 행정, 연구 등 학내 전 업무를 포괄해 온 종합정보시스템은 완벽한 통합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 어려움이 있었고 시간 지나면서 점차 데이터 정합성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포항공대는 2020년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진입하겠다는 'POSTTECH Vision2020'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학내 시스템 및 업무 프로세스의 개선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하에 본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프로젝트는 재무회계, 자금관리, 구매관리, 인사관리 등 일반 행정 영역을 비롯해 연구행정관리, 학사관리, 동문관리, 기부금관리 등 학내 전반적인 운영 프로세스를 ERP시스템에 통합하는 75억 규모의 빅뱅 프로젝트였다. PI(Process Innovation) 마스터플랜 수립기간까지 포함해 약 2년에 걸쳐 진행됐으며 투입된 인원만 하더라도 최대 100명(외부인력 포함)에 이르렀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A) ERP기반 학사시스템을 구축한 선례가 없다보니 구축 경험을 지닌 컨설턴트의 부재로 인한 프로젝트 위험 부담이 높았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양성된 별도의 컨설턴트가 없어서 외국 전문가를 초청해 함께 교육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밖에도 기존 시스템의 필요한 데이터만 표준화해 새롭게 구축되는 ERP 시스템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됐는데 학사시스템 관련 데이터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데이터 이전 작업이 쉽지 않았다.

변화와 혁신 위해 불확실성 및 위험부담 안고 진행

Q) ERP기반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후 효과는 무엇인가.
A) 업무의 단순화와 표준화를 통해 선진 대학 수준의 경영 관리 능력을 확보하게 됨은 물론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 수립, 데이터 통합 및 신뢰성 확보, 표준화를 통한 업무 투명성 제고 등을 ERP 프로젝트 후 가장 큰 효과라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통합시스템이다 보니 무엇보다 데이터가 정확해 졌다. 업무 프로세스 진행 상황에 대해 한눈에 파악이 가능해 졌고 정확한 기준에 의해 일이 진행되다보니 업무 효율성이 한층 강화됐다. 시스템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 활용하게 돼 전처럼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묻거나 서류를 통해 주고받으며 처리하던 업무가 현격히 줄었다.

Q) 현재 시스템 안정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추가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나.
A) 글로벌 자료를 보면 ERP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기 까지 오픈 후를 기점으로 최소 3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시스템 오픈 후 2년 동안을 ERP 슬럼프 기간으로 보며, 3년째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성숙되고 성과가 나온다고 한다. 시스템이 정착되기 전까지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 교수, 학생, 임직원 등으로 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아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추가적인 기능 개선 및 테스트, 사용자 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진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포항공대는 오는 8월 16일 대학들을 대상으로 ERP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 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포항공과대학교 최학순 팀장은 "ERP기반으로 학사시스템을 구축한 선례가 없어 불확실성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학들이 쉽게 프로젝트에 접근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포항공대 시스템 가동이후 문제없겠다고 판단한 대학들로 부터의 벤치마킹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팀장은 "No Pain, No Gain(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이라는 말처럼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면 아무런 발전도 할 수 없다. 포항공대가 소규모 대학으로 출발해 국내 최고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은 과감한 시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PI기반 ERP, 기존 ERP 프로젝트와 무엇이 다른가

"PI(Process Innovation) 마스터플랜에 의해 구축한 ERP시스템과 PI없이 구축한 ERP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는 '업무 프로세스의 속도-효율성'에 있다'"고 PI기반 ERP시스템을 구축한 포항공대 관계자는 말했다. PI 작업 없이 ERP시스템만 구축할 경우 오히려 더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RP시스템 구축 방법은 ▲패키지 기반 ERP 구축(기존 전산 시스템을 ERP시스템으로 교체) ▲PI기반 ERP 구축(조직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ERP 구현)으로 나뉜다.PI기반 ERP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포항공대는 프로세스, 시스템, 사용자 입장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게 됐다고 밝힌다.

예를 들어 포항공대의 경우 효율적인 내부 회계 관리를 목적으로 회계 운영방식을 기업회계 기준으로 바꿨다. BSC(성과평가)시스템에 의한 원가 수익성 분석 제도를 설계하고 D(매월 말일)+1일 월결산 체제 등을 구축해 ERP를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 혁신을 거쳐 ERP를 구현했기 때문에 월결산이 나오기 까지 보통 10일정도 걸리는데 이제 매월 첫째 날 바로 재무재표를 낼 수 있게 됐다는 게 포항공대의 주장이다. 포항공대는 "신속한 재무정보의 제공으로 모든 학내 의사 결정이 빨라졌다. 학사, 연구, 재무회계 시스템 등이 하나의 운영 프로세스 내에서 맞물려 빠르고 투명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자원운영 및 연구 시 소요되는 시간, 비용 등의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키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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