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데스크톱 시장 위협하는 노트북 시장, 2017년- 슬림형, 게이밍 등 노트북의 다양화

 

[컴퓨터월드]1997년, 본지가 실시한 상반기 시장조사에 따르면 전체 PC 시장에서 노트북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었다. 성능 향상과 기업 간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하락 등의 이유로 노트북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었다.

2017년, 노트북 시장이 점차 다양화 되고 있다. 무게를 줄이고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킨 울트라슬림 노트북, 게임용으로 성능을 높인 게이밍 노트북, 노트북과 태블릿의 장점을 합친 투인원 노트북 등 다양한 제품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데스크톱은 제자리, 노트북은 고성장

1997년 상반기 국내 PC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했다. 본지가 당시 실시했던 시장조사에 따르면, PC 시장은 총 88만 6,566대·1조 3,635억 5,400만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실적은 96년 상반기 86만 9,190대에 비해 2%의 성장을 보인 것이었다. 96년 전체 PC 시장의 성장률인 수량 19.8%, 금액 25.2%에 비교했을 때, 성장률이 급속히 악화됐음을 볼 수 있었다.

▲ 97년 기종별 국내 PC 시장 현황

이런 상황에서도 노트북 시장은 10만 7,324대로 전년대비 19% 성장했다. 데스크톱 시장의 마이너스 성장과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노트북 시장이 전체 P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2%에서 12.1%로 증가했다.

당시 업계는 노트북 시장의 성장 이유로 ▲MMX(Multimedia extensions) 150, 166MHz 프로세서 ▲10배속 CD롬 드라이브 ▲3GB 이상의 HDD 장착 등 고사양 노트북의 출시를 꼽았다.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의 성능을 높여주는 ‘인텔 MMX 펜티엄 프로세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고성능화 추세가 가속화됐다.

또 다른 특징으로 LCD가 10.4인치에서 12.1인치, 13.3인치, 14.1인치 등으로 점차 대형화되고, 1024×768의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점을 들었다. 특히, 이런 점은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의 성능 향상과 함께 데스크톱의 입지를 위협하는 무기가 됐다.

카드버스 등 데이터 전송처리 기술과 각종 통신용 주변기기의 제공으로 이동컴퓨팅 환경 지원이 강화됐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이밖에 입체 사운드, 입체 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 강화도 노트북 수요의 증가를 가져오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97년 업계는 노트북 시장이 전년대비 29% 성장한 23만 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공급업체들이 MMX 프로세서를 채택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거나 노트북 전문 유통망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그 이상의 성장도 기대됐다.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등은 14인치 LCD, MMX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을 선보일 계획이었고, LG IBM은 신제품 출시와 함께 기존 28개의 노트북전문 대리점을 70여 개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워 예측을 뒷받침했다.

노트북 시장은 30만 대 규모로 전체 PC 시장에서 15%를 차지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매출실적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PC 시장의 부진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대기업 편중현상 심화

공급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노트북 시장의 성장에 일조했다. 공급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저가 노트북 선호경향을 의식해 일제히 200만 원 이하의 제품 출시를 서두르는 등 기종 다양화에 나섰고, 늘어나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 심화로 가격이 하락 한 것이었다.

한 예로 당시 LG IBM은 권장 소비자 가격이 328만 9,000원인 365XD를 100만 원 이상 저렴한 210만 원, 434만 5,000원의 380D를 290만 원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쳤다. 다른 업체들도 기존 모델이 구형 모델이라는 점을 들어 100만 원 정도 싸게 공급했다.

또 삼성, 대우, LG IBM 등 대기업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대학생 등 특수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대학생 대상의 특판 제품은 소비자가의 60~65% 수준으로 공급됐다.

이런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국내 노트북 시장의 대기업 편중 현상을 가져왔다. 삼성, 대우, LG 등 대기업 3사의 시장점유율이 76.9%까지 늘어난 것이었다. 업체별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가 49.4%의 점유율로 1위였고, 대우통신과 LG IBM이 각각 15.2%, 12.3%의 점유율로 그 뒤를 이었다.

대기업의 자본을 동원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중소 노트북 업체들의 영향력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핵심텔레텍(구 내외반도체)과 효성T&C는 각각 점유율 3.9%, 2%의 저조한 점유율을 보였고, ‘슬기틀’을 공급하던 유니온시스템은 아예 노트북사업을 포기했다.

외산 PC업체들도 비싼 가격과 유통망 부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컴팩은 1.7%, 한국HP는 0.4%의 점유율에 그쳤다. 일본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시바 등 일본 노트북업체들은 일반 개인 시장 대신 연구소나 전문가 등 특수 시장 공략에 중점을 둬 고사양, 소량판매 전략을 펼쳤다. 그럼에도 판매실적은 다른 외산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노트북 성능향상으로 활용 범위 확대

노트북의 성능 향상도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됐다. 노트북이 점차 데스크톱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이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었다. 해외에서 노트북이 기업 업무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동근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에 더해 성능향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예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간선도로가 관람객의 이동으로 엉망이 되자 질병통제예방국은 직원들이 노트북으로 자택근무를 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노트북이 데스크톱의 대체용으로 주목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도킹스테이션(Docking station)’때문이었다. 도킹스테이션은 노트북을 데스크톱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HW 인터페이스로 로컬프린터, 주변장치 등과 연결할 수 있다. 도킹스테이션을 통해 데스크톱으로만 할 수 있던 업무가 노트북으로 가능해지고, 이동근무까지 할 수 있게 되자 기업 업무용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노트북이 기업 업무용 PC 시장에서 각광받으면서 문제점도 제기됐다. 바로 관리의 문제였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응해 컴팩, HP, IBM 등 주요 업체들은 최신 노트북에 관리사양을 포함시켰다. 컴팩은 데스크톱의 지원 사항이었던 자산관리, 장애검출, 보안사항 등을 노트북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데스크톱 관리 표준화 협의회(Desktop Management Task Force, DMTF)도 데스크톱 관리 인터페이스(DMI)에 휴대형 PC 관리 사양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노트북은 여전히 ‘윈도우 NT’의 호환이라는 운영체계의 문제, 고질적인 배터리의 전력소모 문제, 도난, 분실 등으로 인한 보안 문제 등 해결해야할 숙제를 안고 있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 심화

앞서 말했듯이 노트북 시장의 성장은 당시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거기다 MMX 프로세서, LCD의 대형화 등으로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었다. 업체들 간의 경쟁으로 가격이 하락됐고, 최신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노트북이 계속 출시됐기 때문이다.

세계 노트북 시장의 점유율 순위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1위는 도시바로 97년 1분기 점유율 21.7%를 기록했다. 2위는 IBM으로 10.5%, 3위는 컴팩으로 8.5%의 점유율을 보였다.

▲ 97년 세계 노트북 시장 공급업체 10걸

IDC는 전세계 휴대용 PC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경쟁의 심화로 가격보다 성능과 기능면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며, 공급량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공급업체들의 이윤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하위업체는 상위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희생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아시아계 기업은 차별화를 위한 노력으로 틈새시장을 탐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데스크톱 시장 추월

2008년,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노트북 시장이 데스크톱 시장을 추월했다. 3분기 전세계 노트북 출하량은 3,860만 대로, 데스크톱 출하량 3,850만대를 능가했다.

노트북 시장의 성장은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역시 2010년부터 노트북 시장이 데스크톱 시장을 추월했다. 2010년 출하량을 비교해보면, 노트북 266만 대, 데스크톱 255만 대로 노트북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노트북이 데스크톱을 추월하게 된 데는 통신기술의 발전도 한몫했다. 무선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와이브로(Wibro)’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노트북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넷북 또한 노트북 시장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PC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세컨드 PC로 노트북의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성능보다는 휴대성, 가격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인텔이 성능은 떨어지나 크기와 전력 소모를 줄인 CPU ‘아톰(Atom)’을 개발·출시하면서, 넷북은 ‘아톰’을 탑재하고 11인치 이하의 화면크기에 900~1.3Kg의 소형 경량 제품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다. 넷북 시장은 2009년 전체 PC 시장에서 20%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넷북은 곧 PC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0년 애플의 ‘아이패드(iPad)’를 필두로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태블릿PC는 넷북보다 휴대성, 배터리 지속력, 터치 인터페이스 등 많은 부분에서 편의성이 뛰어났다.

넷북이 유일하게 내세운 것은 물리키보드를 탑재해 문서작업이 쉽다는 장점뿐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태블릿에 블루투스 키보드나 키보드 커버를 연결함으로써 넷북의 유일한 장점이 사라졌다.

태블릿PC 시장 역시 2014년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5~7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일명 패블릿이 등장하면서 태블릿PC 시장을 잠식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커지면서 굳이 태블릿을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었다.


노트북의 변화, 다양화 추세

태블릿PC가 하락하는 또 다른 원인은 노트북의 다양화에 있다. 노트북이 태블릿의 장점을 흡수하고, 성능이 향상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과 노트북을 합친 투인원(2-In-1) 노트북 ▲무게를 줄여 휴대성을 강조한 울트라슬림 노트북 ▲고사양 게임에 맞춰 성능을 끌어올린 게이밍 노트북 등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노트북의 다양화로 인해 침체되고 있던 PC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노트북 판매량은 241만 대로 2015년(226만 대)에 비해 약 6%의 성장을 보였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등장으로 침체되던 노트북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 국내 PC 분기별 출하량

특히 울트라슬림 노트북, 게이밍 노트북, 투인원 노트북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울트라슬림 노트북의 경우 가벼워진 무게와 향상된 배터리 성능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울트라슬림 노트북 출하량이 150만 대로 노트북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상회했다. 또한 올 1분기 68만 9,000대로 지난해 1분기 56만 9,000대보다 20% 넘는 성장률을 보여 전망도 긍정적이다.

게이밍 노트북은 고사양 게임이 증가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과 LG, 레노버, HP 등이 신제품을 출시 경쟁을 하면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울트라슬림 노트북에 주력해 오던 삼성과 LG는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은 ‘CES 2017(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게이밍 노트북 ‘오디세이’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LG는 ‘LG 노트북(모델명: 15G870)’을 출시했다.

두 제품의 최상급 모델은 ‘인텔 코어 i7 7700HQ’ CPU,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6GB’ 그래픽카드를 탑재해 고사양, 고성능을 보여준다. HP는 게이밍 제품군 ‘오멘(OMEN)’을 내놓았으며, 레노버 또한 ‘리전(Region)’ 시리즈를 발표하고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게이밍 노트북의 수요는 2015년 4만 5,000대에서 2016년 10만 3,000대로 약 2.3배에 달하는 성장을 보였다. 울트라슬림 노트북과 게이밍 노트북의 선전으로 올해 1분기 노트북 판매량은 전년대비 9.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인원 노트북도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태블릿과 노트북을 오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투인원 노트북 시장은 2014년 7만 대에서 2015년 18만 2,000대, 2016년 38만 7,000대로 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서유럽에서는 2016년 2분기 출하량이 160만 대로 전년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침체되는 PC 시장, 다양성으로 활력 되찾나

1997년 전체 PC 시장에서 노트북 시장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당시 데스크톱에 버금가는 성능과 도킹스테이션 등으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공급업체들의 경쟁으로 인한 가격 하락 역시 한 원인이 됐다.

2017년, PC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2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이 전년대비 4.3% 감소해 11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트북은 다양성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경량화, 고사양, 휴대성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공략한다. 침체되는 PC 시장에서 노트북 시장의 변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 2017년 2분기 전세계 PC 업체 출하량 잠정 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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