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프로세스-시스템, CRM 특성 살리는 것에 초점


▲ 공신규 skkong@dongbulife.co.kr 동부생명 고객DB팀에 근무하고 있다. BC카드사의 부정사용방지모델 개발 프로젝트 및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직업성질환 발생건수 예측모델 개발 및 직업성질환의 주요패턴분석 프로젝트, 대한생명 DB마케팅 프로텍트 및 기업은행 전자금융 가망고객 예측모델 개발 프로젝트, 교보생명의 개인 추가가입 가능성 예측모델 개발 및 우수고객 분석모델 개발 등 다양한 CRM 프로젝트 경험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CRM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해져 있다. 그리고 친숙을 넘어 한물간 유행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도입했지만 아직도 도입 이후 투자대비 효과를 보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관리를 해보겠다는 시도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과거의 매스마케팅이 주류였던 시대와 지금처럼 One to One 마케팅으로 가려고 하는 시대가 접근방법에서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고객을 잘 알고 그것에 잘 대응해서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리려는 기업의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CRM을 도입한 많은 기업들이 성공하지 못했는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있고 답을 원하고 있다. 이 글은 이에 대한 답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생각도 해보았으면 하는 필자의 생각을 적어본 것이다.

고객위주로의 업무 전환

CRM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많은 비용은 시간의 단축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축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 최소한의 시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시간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도입된 시스템이 모든 것을 이뤄주지는 않는다. 시스템을 사용해야할 구성원들이 시스템에 친숙해 질 수 있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 심지어는 시스템에 맞추어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어야 할 때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구성원들이 시스템에 친숙해지기는 쉽지 않다.

CRM 시스템은 많은 구성요소를 갖고 있지만 그 구성요소들 전부는 '고객'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CRM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은 과거의 매출위주의 업무가 고객위주의 업무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에 도입한 몇몇 기업들은 CRM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면서 하드웨어를 구매하고 개발자를 불러들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보험사와 고객정보

그리고 대다수의 업무를 진행하는 프로세스는 예전의 그대로를 고수한다. 단지 몇몇 업무, 몇몇 부서만이 시스템에 따라 전환한다. 그 결과는 단지 몇몇 부서의 업무가 바뀌고 몇 개의 보고서를 더 볼 수 있을 뿐 회사전체로 시스템을 도입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나의 예로 보험모집인이 보험을 모집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보자.

우선 보험모집인들이 고객에게 보험을 판매하는 과정을 보자. 보험 모집인들은 지인들의 소개 혹은 회사방문 등을 통하여 고객을 만나게 된다. 소개로 인한 고객의 접촉은 먼저 연락처를 획득하고 고객과 연락을 취해 미팅일정을 잡는다. 고객과의 최초 미팅시 구매 가능한 상품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을 한 후 구매의사를 타진한다.

구매의사를 보이는 고객에 대해서는 보험설계를 위하여 고객정보(성별, 연령, 직업, 수입규모, 보험가입규모 등)를 획득한 후 2차 미팅일정을 잡는다. 2차 미팅시에는 1차 미팅시 수집된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가입설계서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상세한 상품설명을 한 후 상품이 판매된다. 물론 여러 번의 미팅과 수정을 통하여 가입설계서가 수정되고 보험모집인의 구매유도에 따라 구입이 되겠지만 간단한 설명을 위하여 보험 상품이 판매된 것으로 하자. 이런 과정에 따라 상품이 판매되었다면 발생한 많은 정보들은 어떠한 것이 있으며 어떻게 수집되어야 하는가?

먼저 발생한 정보를 살펴보면,
- 보험모집인이 어떠한 경로로 고객을 인지하였는가?
- 간단한 상품 소개 후 고객의 반응은 어떠하였는가?
- 보험 설계를 위한 고객정보는 무엇인가?
- 미팅횟수 및 구매유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 구매 상품은 무엇인가? 등등 많은 항목의 정보들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보험모집인이 고객을 소개받으면 등록시킬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망고객이라 부르는 것이다. "2003년 7월 31일 A가 B를 소개했으며 연락처는 123-4567이다"라는 내용이 등록되어야 할 것이다. 이후 그 고객을 언제 접촉했으며 접촉 후 구매유도를 위한 활동도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Sales Process'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또한, 가입설계가 이루어지는 채널에서는 고객의 정보가 수집되어야 할 것이다. 가입설계에 필요한 고객정보는 이 채널을 통해 수집한다. 가입설계가 이루어졌다고 모두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가입하는 고객의 유형을 정하는데 유용한 정보로 사용될 수 있다.
실제 상품이 판매가 되면 추가적인 고객 정보(집 주소, 직장 주소, 우편물 발송처, 구매 동기, 추후 구매 계획 등)를 수집한다. 이러한 정보는 많은 부분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수집되어지지만 추가적인 항목이 추후 분석을 위해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가 입력될 수 있는 채널이 확보되어 정보가 수집되면 저장이 되고 분석을 위해 준비된다.

고객 마케팅과 서비스의 효과

지금까지의 과정이 CRM 시스템으로 잘 구축되었을 때의 고객에 대한 마케팅 및 서비스에서의 효과와 구축된 몇몇 회사를 예로 구축 이후 어려운 부분을 보자.
CRM 시스템으로 잘 구축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앞서 제시된 예는 고객이 보험을 가입할 때까지만 나타나있지만 여기에서 획득된 정보를 가지고 CRM 전체 시스템을 고려해 보자.
먼저 획득된 정보를 활용하는 것 중 예측모델을 개발하여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부분을 보자.

- 고객의 성향을 가입을 잘하는 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으로 분류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 이 중 2건 이상의 보험을 가입한 고객을 추출하여 1건 가입자 중 2건 이상 판매 가능한 고객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다.
- 보험 모집인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고객과 판매가 잘 이루어지는 고객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프로세스 재정립에 획득된 정보를 활용해보자.
- 초기에는 어렵겠지만 보험 모집인들의 활동이 계속 쌓여나가기 때문에 이 정보를 기반으로 보험 모집인들의 표준적인 Sales Process를 재정립해 새로 도입된 모집인들의 교육 및 활동중인 모집인의 재교육에 사용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에 이 정보를 활용해보자.
- 고객의 재정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시해 줄 수 있다.
- 고객 구성원의 변동에 따라 추가적인 보장을 제시한다.
- 고객의 이력이 관련된 모든 구성원에 공유됨으로써 적절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업무 프로세스의 정립과 구성원들의 이해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많은 비용을 들여 CRM을 구축한 기업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직은 실패 또는 성공이라고 구분하기 보다는 비싼 수업료를 주고 현재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 기업은 앞서 제시한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시도해봤고 실패와 가능성을 보아왔다. 이들은 적어도 고객에 대한 정보의 중요성과 모아진 정보를 쌓아 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이제 이들 기업들이 극복해 나가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 업무를 처리해오던 방식을 CRM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시스템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정립된 프로세스를 구성원들에게 적응시키는 것이다. CRM 시스템의 도입이후 시스템의 성공여부는 최종적으로 관련된 모든 구성원들이 시스템에 맞는 프로세스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RM이 나오기 시작한 초기에 도입을 한 기업들은 CRM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기술적인 어려움도 겪고 이것으로 성공여부가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이 안정화 된 이후 모든 회사들이 맞이하는 어려움은 시스템에 맞게 현재까지의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하는 것과 재정립된 프로세스를 구성원들에게 적응시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논리적으로는 프로세스가 재정립되고 이후 구성원들에게 교육이 되는 것이 순서상 맞겠지만 그것은 모든 구성원들을 일시에 바꾸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 작은 변화에도 적응에 어려움이 따르는데 고객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변화를 한다면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변형적인 CRM 시스템들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업무 프로세스에 맞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에 맞기 때문에 교육도 필요 없이 시스템만을 도입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도입된 시스템은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수용하고 CRM의 개념에 맞는 구성요소를 붙이다 보니 시스템 구성도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어찌 보면 구색만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스템 도입의 목적인 CRM 시스템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진행하지 않아도 업무가 진행이 된다는데 있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 역시 굳이 하지 않아도 진행이 되는 업무를 추가적인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중복적인 업무처리를 하지 않게 되고 실제적으로는 CRM시스템에 맞는 프로세스는 수행되지 않는 결과를 갖게 된다.

CRM 이라는 것은 고객에 대한 기업의 전략적인 부분이다. CRM 시스템의 도입은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과 맞물려 진행되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CRM 전략을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를 해 그것 역시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을 해 결과를 얻는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내부에서 보고서를 만들어도 그만큼은 되겠다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외부 컨설턴트들이 기업의 CRM 전략을 세워주기 위해서는 그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어떠한 전략을 갖고 있는지 기업내부의 구성원들에게 얻어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전략에 관한 부분은 임원들의 입을 통해 컨설턴트에게로 전해지고 그들이 작성한 리포트 역시 임원들에게 전해진다. 이러다 보니 내부에서 작성된 보고서하고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CRM 전략이라는 것은 회사의 전략이 없이는 사상누각과 같은 존재다. 외부 컨설턴트들이 하는 일은 기업의 전략에 맞는 CRM 전략을 기술적으로 제시하는 것뿐이다.

기업 변화의 의지 반영돼야

이렇게 세워진 전략은 기업의 변화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의도로 도입된 시스템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그 시스템의 도입은 실패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까지 CRM 시스템을 도입한 많은 기업들이 실패했다는 평을 듣는지도 모른다. CRM 시스템이 가져오는 많은 변화들이 실제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에게 CRM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목표가 있고 의지가 있다면 먼저 현실을 파악해야 할것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이제 CRM 이라는 용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그것이 CRM을 알고 이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CRM이라는 용어를 듣고 나름대로 이해를 한다. 구성원 중 누가 어떻게 이해를 하고 있는가를 고려해 보라. 서로 다른 의미의 이해는 의견의 충돌을 일으킨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교육이 있다.

먼저 경영진을 교육시키자. 경영진의 이해가 추진력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프로세스를 수행할 구성원을 교육시키자. 이들에 대한 교육은 올바른 프로세스의 수행이 가져다 줄 편리함과 효율성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CRM의 특성 살려야

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구성원들이 시스템이 도입되고 새로운 프로세스가 진행될 때 좀 더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과정으로 CRM 시스템의 구성요소 중 한 두 가지 요소만을 구성해 진행해 볼 수도 있다.

모든 기업에 똑 같은 CRM 시스템이 도입될 수는 없다. 그 구성요소들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변화를 줄 뿐이다. CRM 시스템이 도입됨으로써 변화하는 프로세스가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가 강조되면 CRM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로움 보다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격이 된다.

시스템의 도입은 업무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도입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스템의 도입이 업무를 더 복잡하게 가중시킨다면 없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CRM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회사의 전략을 세워라. 없다면 아주 작게 시도해보라. 그러면 CRM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무모하게 시도하는 것 보다는 낫다.

이와 병행해서 모든 구성원들을 교육시켜라. 각 구성원의 특성에 맞게 다른 각도에서 이해를 시켜야 할 것이다. 교육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도입시스템에 대해 검토하라. 기업의 특성에 좀 더 맞는 시스템을 찾아라. 맞는 시스템을 찾았으면 도입하라. 도입시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여 규모를 정하라. 시스템이 도입되면 CRM과 관련된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하라. 가능한 기존의 프로세스 보다는 CRM 시스템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게 정립하라. 그리고 꾸준한 관심과 사랑으로 시스템을 키워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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