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호가호위의 종말을 그린 세태 풍자 소설

 
[아이티데일리] 북칼럼니스트로서 ‘최보기의 책보기’를 쓰는 최보기 씨가 우리 사회의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옴니버스 소설 <박사성이 죽었다>(도서출판 장수하늘소)를 출간했다. 우연히도 주인공 박사성의 종말이 지금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사태’를 꼭 닮았다.

남해안 가상의 섬 형제도 출신으로 고향에서 국회의원에 당선 된 친구(김성민)의 힘을 빌어 호가호위하던 주인공 박사성은 때마침 시작된 형제대교 건설 사업에 끼어들어 베르노 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온갖 비리를 저지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 김성민 의원과 베르노 건설이 사정의 표적이 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박사성에게 이른다.

마침내 형제대교 건설 비리의 몸통으로 부각되면서 압수수색과 체포영장 발부가 임박하자 박사성은 형제도 인근의 작약도로 도주해 은신하고 김성민 의원을 포함해 박사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의 이권 개입을 도왔던 정관계 사람들도 바짝 긴장한다.

경찰의 추적에 심리적 압박을 느끼던 박사성은 바다에 투신한 흔적을 일부러 남긴 후 노숙자로 변신해 도시로 잠입한다. 그런데 한 달 후 남해안에서 우연히 박사성과 꼭 닮은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모종의 세력’에 의해 장례식까지 치러져 버리는 통에 박사성은 영락없이 산 귀신이 돼버린 채 김성민 의원과 베르노 건설 최중만 사장 등등은 모두 건재하다.

죽었지만 실제로는 살아있는 사람인 비리의 깃털 박사성은 자신의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들과 외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권력형 비리의 종말과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턱이 닳지만 막상 정승이 죽으면 개도 안 온다’는 냉정한 인간 세태를 풍자한다.

죽음이라는 소재와 달리 소설은 평소 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문체대로 맛깔스러운데다 촌철살인의 해학이 녹아들어 순식간에 읽히는 경쾌함을 유지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음’을 이용하는 철면피들의 이기심, 끝까지 그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기쁨, 슬픔, 아름다움이 뒤섞인 가운데 배꼽 빠지는 재미와 감동, 삶의 태도에 대한 진지한 교훈이 함께 한다. 남해안 바닷가의 구수한 사투리와 속이 후련하게 뻥 뚫리는 육두문자가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 박사성이 끝내 절규하는 메시지는 ‘살아보면 결국 가족과 친구밖에 없더라.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하며 살고, 덕성을 쌓으며 겸손하게 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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