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안타까운 국립중앙도서관

최근 기자는 국내 공공도서관들의 RFID 구축현황을 취재하면서 예전에나 있었을 법한 독과점의 낡은 모델 하나를 발견했다. 이 시장에서 RFID 구축경쟁을 벌이고 있는 업체는 대략 7개사 정도인데 유독 A라는 한 업체가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며 사실상 이 분야를 싹쓸이하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들여다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다수 공공도서관에 깔려있는 공공도서관표준자료관리시스템(KOLAS)이란 것 때문이었다. KOLAS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의 효율적인 자료관리 및 서비스체계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 보급하고 있는 시스템.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이 KOLAS를 개발한 곳이 바로 'A업체'였다. 문제는 국내 공공도서관들이 RFID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KOLAS와 연동이 돼야 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A업체'는 시장점유율 면에서 누가 봐도 KOLAS를 개발한 공로의 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인데, 경쟁업체들은 그 '혜택'이 너무 심하다고 아우성이다. 경쟁업체들은 "기술적으로 자신들의 진입을 사실상 봉쇄해 놓고 있다"며 불만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이런 방법이 더군다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구사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A업체가 '혜택'을 입는 것 까지는 좋으나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원칙은 이렇다.

"KOLAS의 판권을 비롯, 모든 권리의 행사 주체는 국립중앙도서관이다.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KOLAS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후 다른 시스템과의 연동이 필요할 때 API 분석을 통해 쉽게 연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요청시에만 API를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API가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 여부다. A라는 업체에서 KOLAS 개발을 전담했기 때문에 A업체가 'API를 공개했다'고 하면 '공개한 것'이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진정한 API 공개가 이뤄졌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할 국립중앙도서관의 정보담당관실은 인력의 한계를 안고 있는 듯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렵사리 공공도서관 RFID 구축사업을 따낸 몇몇 업체들은 KOLAS와의 연동문제에 부딪혀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A업체가 KOLAS를 개발한 노고는 인정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너무 해먹는 것 아니냐"며 비아냥거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KOLAS의 관리자가 국립중앙도서관인지 아니면 A업체인지 모르겠다"며 "이 시스템은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시스템을 관리하는 문화정보센터(가칭)와 같은 제3의 기관을 신설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A업체'의 한 관계자는 "API는 모두 공개돼 있는데, 경쟁업체들의 기술력이 의심스럽다"며 "KOLAS를 개발한 업체가 우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연동이 잘될 수 있는 RFID 시스템을 개발해 잘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관련 기자가 만난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놨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립중앙도서관의 시스템이 'A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첨단 IT활용도를 세계가 인정하는 21세기 한국에서 이런 웃지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해당기관의 의지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될 이런 낡은 얘기가 재빨리 사라지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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