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프트웨어와 SI 시장의 '검색순위 1위'는 단연 '소프트웨어의 분리발주'이다. 이 제도는 그동안 SI 업체들의 흑자경영을 위해 희생되어 온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있어서는 최대의 희망 메시지였다. 실제로 그럴까? 과연 분리발주의 혜택을 받는 기업들이 얼마나 될까.

소프트웨어 분리발주의 포문을 연 광주의 제2 정부통합전산센터의 경우를 보면 눈길을 끄는 평가기준이 하나 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기술대 가격 비율 8:2를 깨고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해 9:1로 했다는 점이다. 일견 발전적이고 고무적인 변화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분리발주의 혜택을 입기위해선 한마디로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생긴 것이다. 좋게 표현하자면 신뢰 확보를 위한 커트라인 제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또다른 높다란 진입 장벽이 펼쳐진 셈이다. 대다수 소프트 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사실상 GS(Good Software)인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용·개인용 소프트웨어 업체 숫자는 7천여 개에 달하고 있지만 GS인증을 갖고 있는 기업 숫자는 415개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때문에 애초부터 소프트웨어 분리발주 대상에서 제외된 94%의 기업들에겐 이 제도가 '그림의 떡'이었다.

SW업체들의 희망이 되어야 할 이 제도는 불행하게도 이들 대다수 업체들을 외면하는 더 큰 '우'를 범할 부작용을 예상케 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업체들은 이 제도가 자기들에게 득이 되긴커녕 오히려 쓸데없는 어려움만 하나 더 가중시켜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제도권에 들지 못한 채 SI 업체들에게 매달렸을 때 받게 될 부당한 대우가 더욱 심해질 거라는 지레 걱정이 그것이다.

본디 개혁 수준의 새로운 제도는 그만큼 시행착오를 유발하는 많은 장벽을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장벽이 '개혁의 혜택자가 되어야 할 계층이 가장 먼저 개혁의 피로 때문에 골아떨어진다'는 아이러니이다. 분리발주의 가장 큰 피해자가 SI업체가 아닌 수많은 영세 소프트웨어 회사들일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재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아이티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