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는 공짜'라는 등식이 당연시 되던 시절이 있었다. 'IT불모지 한국'이었을 때의 일이다. 'IT강국'으로 일컬어지는 요즘 한국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말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이런 구태가 여전히 국내 IT업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얼마전 모 대학의 한 SW 공학과 교수는 학교에 HW와 SW 물품을 도입하면서 실무 직원에게 "SW는 왜 사왔냐?"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SW가 공짜라는 인식을 일소하는데 앞장서야 할 SW학과 교수마저 이러니 일반 사람들의 인식은 탓할 겨를조차 없다.

'SW는 공짜'라는 인식은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히 '꿀맛 같은 양잿물'일지 모르나 IT 산업 전반에 끼치는 그 독성의 여파는 단순하지가 않다. 그 악영향은 마침내 국내 IT업계에 'SW개발자가 없다'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현재 차세대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중인 증권업계도 그 피해 현장의 하나이다. 증권업계는 최근 자본시장통합법과 노후화된 시스템 교체주기시기 등의 혼재속에서 10여개 넘는 증권사들이 한꺼번에 차세대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저변에 개발자가 부족,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증권사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증권사들의 시스템 구축이 끝나고 나면 인력수급이 어느 정도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어처구니없는 기다림이다. 증권사들이 향후 신규 상품 개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원활한 유지보수를 위해서라도 자체 개발 인력을 보유할 수는 없는 것일까?

SW가 공짜라는 인식이 발생시킨 개발자 부재의 문제는 비단 이번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SW= 공짜라는 인식으로 국내 SW 기업들은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3D 업종으로까지 추락하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미래의 개발자가 될 학생들이 이 분야 진학을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듦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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