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한경대 교수, 재정성과연구원 창립 세미나서 제기

▲ 순수 민간인들로 구성된 국내 첫 중앙과 지방의 재정연구기관인 '재정성과연구원'이 최근 창립식을 갖고 출범했다. 재정성과연구원은 창립기념으로 ‘국가채무 GDP 대비 40% 시대, 재정개혁의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회도 가졌다.

[아이티데일리] 순수 민간인들로 구성된 국내 첫 중앙과 지방의 재정연구기관인 ‘재정성과연구원’이 최근 창립식을 갖고 출범했다. 재정성과연구원은 창립기념으로 ‘국가채무 GDP 대비 40% 시대, 재정개혁의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회도 가졌는데, 발제자로 나선 한경대학교 이원희 교수가 제기한 내용들이 주목을 받아 요약 정리한다. 토론회 역시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중앙재정과 지방재정의 효율적인 관리가 시급함에 한 목소리를 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이원희 교수는 ‘국가채무 GDP 대비 40% 시대, 재정개혁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재정 환경의 변화와 재정 개혁의 필요성 ▲신재정전략의 필요성 ▲대응 방안; 신재정전략 등 3가지로 나눠 발표했다.

먼저 재정 환경의 변화와 재정 개혁의 필요성과 관련,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재정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됐고, 추경에 의존하면서 재정 지출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 등의 상황에서 재정 지출 수요는 증가하면서 수입은 감소했고, 저성장은 세입의 감소 요인과 동시에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세출 압박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저금리 상황은 금융 정책의 한계를 초래하면서 재정 지출 의존을 더욱 강화했고, 재정의 기능과 운영 방식에 대한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는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구조는 성장의 한계를 초래하고 동시에 복지 정책의 증가를 유발하여 재정 적자의 요인이 됐다고도 했다.

중앙과 지방의 갈등 원인은 ‘가용재원 부족’

자격급여(entitlement expenditure)와 같은 의무적 지출, 채무에 따른 이자 지급 등의 의무지출 증가는 재정의 경직성을 초래했고, 각종 복지 사업의 증가로 인해 2009년 이후 의무적 지출은 증가하여 47%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무 지출의 증가는 재정 경직성과 가용재원을 축소하는 요인이 됐고, 이로 인해 재정의 신축성을 제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정부가 징수한 재원을 내국세의 일정 부분으로 지방으로 바로 이전하는 복잡한 구조로 인해 중앙과 지방의 재정관계가 제로섬게임(zero-sum game) 구조를 갖게 됐다. 예를 들어 ▲내국세의 19.24%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전하는 지방교부세 ▲내국세 20.27%를 지방교육청으로 이전하는 지방교육교부금 ▲중앙과 지방의 매칭(matching)으로 집행되는 국고보조금 등이 대표적이라고 이 교수는 밝혔다. 이러한 중앙과 지방의 갈등 구조가 악화되는 원인은 가용재원이 부족해지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국가채무와 관련, 아직 외국에 비해 GDP 대비 비중이 낮다고 하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고, 현재 40%에 육박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복지와 같은 의무적 지출이 채무 증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고, 요금 구조나 사업 구조의 측면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의 부채는 항상 증가할 요인이 잠복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경제 위기 등을 거치면서 재정이 경제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이 경제 정책을 위해 활용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비가역성이 문제이고, 위기 상황이 지나고 난 다음에도 한번 증가된 채무를 상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채무는 일반재정 부문의 국가채무 비중은 시나리오에 따라 60년까지 GDP 대비 38%에서 최대 62%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복지가 채무증가의 가장 큰 원인

이 교수는 이에 따라 신재정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국가재정법은 지난 2006년에 제정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3+1 재정개혁을 추진했으나 현실에 맞지 않은 게 많아 새로운 여건에 맞춰 전면 수정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재정건전화특별법 제정의 필요성과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재정전략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현행 국가재정법은 예산 편성과 집행의 절차법으로 존치하고, 다양한 새로운 재정 전략을 담아내는 재정책임법(Fiscal Responsibility Act)의 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래 대비 신재정전략을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화특별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재정준칙과 페이고(Paygo) 원칙[*]을 담아내야만 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재정준칙은 세출 증가율을 세입 증가율에 연동시키는 것과 같은 지출의 한도를 통해 채무의 증가를 제약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고, 특히 특정 의무적 지출이 새롭게 도입되는 경우 다른 항목을 통제하여 경직성 경비의 과도한 증가를 제약하는 페이고 원칙의 도입도 필요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재정전략의 재설계 필요성과 관련,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의 시대에 조응하는 신재정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자금을 적립하고, 이자로 활용하는 각종 기금 운영 방식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출자, 출연, 융자, 보증 등 각종 경제 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재정 정책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의 재정 지출이 지방 그리고 현장에 도달되기까지의 전달체계에 대한 모니터링과 점검(tracking) 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욱 교수…BTL 사업 문제 많다

한편, 이원희 교수의 발제에 이어 토론회도 개최했다. 패널들이 발표한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동욱 제주대학교 교수는 제주도의 사례를 들어 지방자치기관의 문제점 및 개선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나 2010년 재정위기 선언한 바 있고, 지난 2014년에는 예산개혁을 추진했다. 당시 개혁을 추진하면서 원희룡 지사는 심의과정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했고, 이에 맞선 의회와 갈등을 겪었으나 원만히 해결됐는데, 이후 세수는 크게 증대해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4.99%에서 12%대로 절반 이상 큰 폭으로 감소했다.

김 교수는 또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는 BTL(임대형 민자사업) 사업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BTL 사업은 이자율(6% 이상)이 너무 높을 뿐만 아니라 20년 동안 관리 운영비를 받기 때문에 그만큼 지방재정 악화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본다. 오히려 지방채(이자율 3~4%)를 발행하는 게 채무를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특히 민간보조금을 받을 경우 받을 때는 ‘을’이지만 이후에는 ‘갑’이 되는 경우가 많고, 공사비도 부풀려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민간보조금 건이 몇 백에서 몇 천 건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화가 절실한 상황이아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중앙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페이고 원칙’과 관련, 미국은 과다복지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페이고 원칙을 도입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것인지 신중히 검토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한국재정학회회장은 ‘영남권 신공항 건설과 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의 문제가 과연 지역이기주의만이라고만 생각할 것인가?’, ‘정부와 정치권은 문제는 없느냐?’라는 화두를 던졌다. 정부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11월부터 21조 투자한다고 했지만 경기 여건 상 쉽지 않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전망이다. 때문에 재정지출 증가율의 상한선제를 도입하거나 CPI(소비자물가지수)와 연계하든, 그 어떤 것이든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규율이 없는 재정은 방만 운영의 근본 원인이다. 따라서 지금이 재정 준칙에 대해 고민할 가장 적절한 때라고 최 회장은 주장했다.

문성유 기재부 재정기획국장…“재정건전화법 입법예고”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재정문제에 관한한 모범 국가가 있느냐?’라며, 일본은 OECD 국가 중 꼴찌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재정상황을 많이 닮았기 때문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영향을 받은 미국의 경우 재정과 관련 끊임없는 싸움을 하며,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가고 있다. 그렇다고 스웨덴이나 캐나다 스위스 등을 벤치마킹하기에는 제도적으로나 정치상황으로 볼 때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세금을 적게 걷고 있는 반면, 사회보험성 혜택은 많다. 일본은 政高官低(정고관저, 정치가 관을 누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어떤 나라든 정고관저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마디로 보다 본질적인 규율이 필요하다. 이는 정치권이 만들어 줘야 하는데, 정치권의 정신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제3의 기관이 관리 및 지적해 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김 본부장은 지적했다.

김석진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정책관은 지방재정의 양극화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방만하다는 지적과 어렵고 열악하다는 상반된 주장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재정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발이 심하다. 즉 형평과 확충 문제인데, 형평과 관련해서는 법(法) 외의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확충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먼저 논의가 돼야 한다. 형평과 확충은 같이 가야만 한다고 본다.

문성유 기획재정부 재정기획국장은 사회가 요구하는 재정이 변화해 오고 있다. 지난 2004년 재정제도 개혁을 실시했지만 당초 목표에 충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재정 위험요인으로는 노령화, 저출산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재정전망과 관련, 지속가능성과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느냐에 대해 고려를 했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재정건전화법을 준비했고, 입법예고도 했다. 재정건전화법은 재정이 중앙정부에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해야만 할 책무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채무 준칙을 위한 재정준칙과 사회보험의 관리체계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에는 한계가 있는데, 전체적인 그림을 못 보고 정책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보완했다. 또한 개별 사업의 타당성을 보다 더 심도 있게 검토해야만 할 필요성이 있다. 즉 사전심의, 현장집행여부 등을 반영시키고, 누수 되는 부분을 보완하도록 하고 있다고 문 국장은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재정과 관련 최고의 전문가들로 평가된다. 때문인지 이들의 지적은 예리하고 현실적이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이자 한 목소리였다. 이젠 정부 산하의 국책 연구원만이 아닌 민간의 목소리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민간연구원이 필요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 페이고(Paygo) 원칙
새로운 재정 지출 사업을 추진할 때 기존 사업 지출을 줄이거나 재원대책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시스템으로써,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준칙의 하나이다. 페이고의 장점은 포퓰리즘에 빠져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법안의 발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단점은 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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